[예산 이야기] ‘애물단지’ 괴산군 가마솥

관리자
2023-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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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월 괴산군에 있는 한 가마솥에 관한 기사가 여러 개 올라왔다. 괴산군은 원체 시골 지역이라 언론에 소개될 일이 드물어 별일이다 싶어 보았더니 괴산 가마솥에 관한 기사였다. 


▲ 가마솥 앞 현판 Ⓒking6113.tistory.com/635


애물단지가 된 초대형 가마솥 활용에 대해 군수가 고민이 많다고 한 것을 도지사가 ‘전시행정, 예산낭비’의 표본으로 두어야 한다고 SNS에 올린 글이 기사화가 된 것이다.


▲ 괴산군 가마솥(Ⓒ괴산군청). 고향에 있지만 직접 본 것 보다는 예산낭비사례로 접한 게 더 익숙하다.


괴산군에 있는 이 대형 가마솥은 2003년 사업추진이 시작되어 2005년 제작이 완료되었다. 지름 5.68m, 높이 2.2m, 무게 43.5톤에 이르는 해당 가마솥은 총 사업비가 약 5억 2천만 원에 이른다. 사업비는 군비 절반, 나머지는 군민 성금 및 고철 처리 비용으로 충당했다고 한다.


가마솥 제작은 당시 민선 3기 괴산군수의 주도로 추진되었다. 2003년 예산편성이 완료되어 2004년 7월 제작 완료가 목표였으나, 제작과정에 우여곡절이 많아 2005년 7월이 돼서야 제작이 완료되었다. 


▲2005년, 가마솥 첫 설치 모습 (Ⓒ괴산군청)


당시 의회 회의록을 보면 사업 추진과정에 대한 우려가 많이 보인다. 솥 제작을 위한 거푸집이 깨지고, 원래 설계와 다른 각종 문양 추가 및 크기·무게 증가로 인한 예산이 본 예산보다 증액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2006년에는 제작이 완료되었으나 지방선거로 군수가 바뀐 후 가마솥 활용에 대한 기획 없이 사업이 종료된 것에 질의하는 내용 등 의회에서도 제작 시기부터 예산낭비 사례로 기록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2011년 당시, 옥수수를 삶는 모습 (Ⓒ한국농어민신문)


처음 가마솥 제작 사업의 목적은 지역 상징물로 삼아 외부 관광객을 유치하고, 지역 공동체의 화합을 도모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핵심 과정인 기네스북 등재가 실패함에 따라 제작된 가마솥은 초기 사업 목표를 달성하기 요원해지게 된다. 


여기에 가마솥이 너무 커 밥을 지어도 삼층밥이 되고, 감자나 옥수수를 삶은 것도 시원치 않았다. 결국 그렇게 가마솥은 마땅한 활용처를 찾지 못하게 되면서 지역의 애물단지가 되어 버렸다.


지역 예산사업들, 특히 가마솥 같은 설치 사업을 살펴보면 만들고 나서 방치되는 사업들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꾸준히 예산낭비 문제를 지적해도 지역에서는 비슷한 성격의 사업이 꾸준하게 진행된다. 대도시나 몇몇 지역 동력이 있는 지자체를 제외한다면, 지역 내 활용할 수 있는 자원이 부족해 결국 비슷한 ‘지역 명물거리’를 만드는 사업으로 귀결되는 것이 한편 이해가 가기도 한다. 


하지만 괴산군 가마솥 사례와 같이 사업의 구상·집행·사후관리 과정에서 끊임 없이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결국 행정편의주의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지방의회를 구조적으로 개선하는 것으로 귀결된다.


▲ 함평의 황금박쥐상(Ⓒ연합뉴스) 예산 낭비 사례로 괴산군 가마솥과 같이 자주 언급되었다. 하지만 최근 금값 상승으로 이미지 반전에 성공했다. 황금박쥐상을 나중에 되팔 것도 아닌데 이런 기사가 나오는 것도 웃긴 일이다.


▲ 가마솥 아이디어 공모 뉴스 ⒸKBS뉴스 갈무리


지난 8월, 충청북도에서 괴산군 가마솥을 활용하기 위한 아이디어 공모전을 추진한다는 기사가 나왔다. 올해 1월 도지사의 SNS글을 보면 의외이지만 나름 큰 예산이 든 사업 결과물을 그냥 방치하기에는 문제라고 생각했나 보다. 


시민 아이디어를 통해 지금이라도 활용처를 찾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처음부터 군민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사업을 구상했으면 어떨까 하는 아쉬움이 크다.


글: 정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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