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시민행동은 ‘씨티-경희 NGO 인턴십’ 프로그램을 통해 시민사회를 경험하고자 하는 청년들에게 활동 경험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2023년은 이승욱, 최서연 님과 함께 7주를 보냈습니다. 두 활동가는 어떻게 성장했고, 어떤 생각의 변화가 있었는지 본 글을 통해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최서연입니다. 저는 현재 고려대학교 불어불문학과에 재학 중이고요. 평소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가, 이번 '씨티-경희 NGO 인턴십' 17기를 통해 함께하는 시민행동에서 7주 동안 활동했습니다. 반갑습니다.
(📌 참고: 인턴 시작 인터뷰)
인턴십 합격 결과에서 '함께하는 시민행동'이라는 이름을 처음 들으셨을 텐데, 어떠셨어요?
처음엔 ‘뭐하는 단체지...?’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이름을 아예 처음 들었거든요. ‘함께하는 시민행동'이라는 단체를 진짜 처음 접해서, '오..?' 이랬어요. 이런 단체가 존재하는지도 몰랐죠.
‘이곳은 과연 어딜까’ 하면서 인터넷에 검색해봤는데 가장 먼저 뜬 키워드가 '의정 감시'더라고요. 그래서 '내가(의정 감시를 할 수 있을까)!?' 했어요. 무거운 주제를 다루는 곳 같은데, ‘내가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아니면 ‘7주라는 기간동안 적응할 수 있을까?’ 그런 걱정이 좀 됐었죠.
▲ 최서연 인턴 활동가 Ⓒ본인 제공
앞선 인턴 활동가의 후기도 찾아봤나요?
인턴십 후기요? 함께하는 시민행동 인턴 후기를 남겨주신 분이 한 분 계셨는데 그분이 아마 작년에 하셨던 16기 인턴이셨던 것 같아요. 댓글로 ‘제가 이번에 함께하는 시민행동에 배정받았는데, 조언해 주실 수 있나요?’ 라고 문의를 드렸는데, 그때 답변이 '다들 너무 친절하시고 좋으시다, 가면 잘 가르쳐주신다, 걱정 하지 않아도 된다.’ 이렇게 조언해주셨어요. 그러면서 ‘엑셀 정도는 어느 정도 다루고 가는 게 편할 거다’라고 하셨어요. 그래서 직접 가봐야 알 수 있겠구나 했죠.
기업의 사회 공헌 쪽에 관심이 있다고 하셨는데요.
인턴 신청할 때 1순위를 기업사회공헌으로 할지, 인권으로 할지, 아니면 국제개발협력을 할지 3개 중에 고민했었어요.
작년에 학교에서 진행한 교내 ESG 프로그램에 참여했어요. 교내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ESG 프로그램을 기획해보는 활동이었는데, 기숙사 학생들을 대상으로 샴푸나 린스 이런 것을 리필할 수 있는 리필스테이션을 설치하자는 제안을 했었어요. 리필스테이션이 설치되면 기숙사 학생들은 저렴한 가격으로 생필품을 이용할 수 있는 거고, 기업들 입장에서는 한 번 기숙사 리필스테이션에 입점하면 지속적으로 학생이라는 고객들에게 홍보를 할 수 있잖아요. 학교 입장에서는 ‘지속 가능한 생활을 직접 주도하는 학교’라는 이미지를 만들 수 있고요. 세 주체의 이해가 잘 맞을 것 같았어요.
동아리 형식을 접목해서 리필스테이션 프로그램을 제안했는데 학교 측에서 리필스테이션 설치 같은 건 실제로 진행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더라고요. 아무래도 비용이 들어가니까요. 그래도 굉장히 좋은 아이디어라고 평가해주셔서 우수상을 수상했어요.
이 활동에서 기업이나 정부, 사회를 연결해서 좋은 영향을 만드는 게 재밌게 느껴졌고 ESG라는 개념을 인지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인턴 활동에서도 기업의 사회 공헌이나 ESG 쪽으로 한번 밀고 나가보자라는 생각에 ‘기업사회공헌'을 골랐더니 함께하는 시민행동으로 연결된 것 같아요.
활동을 마친 소감은 어때요?
기간이 좀 애매하다고 생각했어요. 보통 인턴은 3개월이나 6개월을 하는데, 저희는 두 달이잖아요. 그래서 다른 인턴 활동에 비해 좀 짧은데 이번 인턴십에서 많은 걸 배워갈 수 있을까, 이런 의문이 조금 들었어요. 그러면서 제가 그만큼 더 열심히 해야 되겠지? 라는 생각을 했어요.
한편으로는 '어떻게 의정부에서 망원역으로 7주 동안 한 시간 반을 출퇴근 하지'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인턴이 끝나는 이 시점에서는 되돌아보니 시간이 진짜 빠르게 간 거 같긴 해요.
승욱 님이랑 어제 퇴근하면서 얘기한 게 있는데요. 다른 단체로 간 인턴들은 7주다 보니 특별한 활동을 하기 보다는 가벼운 사무 업무를 시키는 경우가 많아서 ‘나는 너무 한 게 없다.'라는 식으로 아쉬움을 토로한 분들이 계셨다고 들었거든요. 그런데 저희는 의정 활동 조사나 지방자치단체의 ESG 관련 업무 상황을 조사하는 식으로 굉장히 다양한 것들을 배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 최서연 인턴 활동가의 조사 보고서 브리핑 모습
지방의회 의정 활동의 정보 공개에 대해 조사하셨다고요.
우리나라의 지방 자치가 좀 더 강화되고 점점 지방 분권이 확립되면서 지방의회가 주민들의 삶에 굉장히 많이 영향을 미치고 있어요. 의안의 처리 과정이나, 예산안 편성 내용, 조례 제정과 같이 의회 활동이 다방면으로 시민들 삶에 연결되어 있는 만큼, 내가 뽑은 나를 대표하는 의원과 의회가 제대로 일을 하고 있는지 주민이 감시할 수 있어야 하고요. 저희는 주민이 의정 활동을 지켜 보기 위한 근거 자료(심의보고서, 검토보고서, 회의록, 행정사무감사 보고서 등)가 원활히 공개되고 있는지 확인하는 조사를 진행했어요.
조사를 위해서 지방의회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의안이랑 회의록 부록 같은 걸 일일이 다 들어가서 검색했어요. 일단 관련 정보가 존재하는지, 존재한다면 어디에서 찾을 수 있는지, 그 과정이 시민들이 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는지, 이런 것들 위주로 조사했어요. 그 다음에 조사 내용을 전부 엑셀로 정리했습니다. 정리된 자료는 승욱 님과 서로 검수하면서 '여기 잘못됐어요.' 하면서 피드백도 하고요.
이러한 정보 공개 현황이 지자체별로 차이가 나는지도 알아보려고 했었어요. 광역 단위 시 지자체, 군 단위 지자체, 자치구 지자체 이렇게 나눠서 행정 단위별로 얼마나 차이나는지 봤는데 실제로 광역시 같은 경우에는 17개 지자체가 모든 자료를 다 공개했는데 군 단위 지자체는 50% 정도만 공개하고 있었어요. 나머지 50%는 저희가 아예 정보를 찾을 수가 없었어요.
또 기억에 남는 게 있는데, 어느 군 단위 지자체 중 한 곳은 회의록 자체가 작년 7월에서 끝나 있는 경우도 있었어요. 추후 올라올 수 있겠지만, 적어도 7개월 넘게 회의록 업로드가 멈춰 있는 상황인거죠. 의정활동에 있어 시민과 주민을 얼마나 의식하고 있는지 해당 지자체의 의지를 알 수 있었어요.
▲ 최서연 인턴 활동가가 작성한 보고서의 일부
「 지방의회 의정활동 정보 공개 현황 분석 보고서」를 완성하셨는데, 마음에 드시나요?
제가 조사한 내용 내에서는 나름 열심히 썼다고 생각을 하는데, 이런 주제의 보고서를 작성하는 건 처음이거든요. 보고서를 보시는 분들의 평가를 기다리고 있어요. 개선점을 고쳐서 다음에는 더 발전해야죠.
(📌 참고: 보고서 확인하기)
생소한 분야라 인턴십 활동 방향성 잡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어떤 것들을 조사해야 하는지에 관한 기본 지표들은 처음에 정남진 팀장님께서 미리 설정을 해서 엑셀로 넘겨 주신 상태였고, 저희는 추가 조사하면서 살을 붙이면서 보완했어요. 세부적인 걸 저희가 추가한 거죠. 예를 들어, 팀장님께서 저한테 예산안 심의 자료가 있는지 조사해 달라고 하셨는데, 제가 조사하다 보니까, 의안과 첨부 파일이 한 번에 같이 공개되어 있는 경우가 있고, 일일이 회의록 부록을 들어가서 찾아야 되는 경우가 있더라고요.
이 부분은 다른 측면으로 생각해봐야 되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들어서 자료의 출처가 의안인지, 홈페이지인지 나눠서 정리해뒀어요. 조사 결과 보고서 같은 경우에도 팀장님께서 '전체적으로 이런 내용이 들어갔으면 좋겠다.'같은 틀은 잡아주시고 세부적인 내용 같은 건 제가 맡았어요. 개선 사항 같은 경우도 제가 나름대로 정리를 해서 써본 내용이에요.
▲ 2023 시민사회단체 신년하례회 모습 Ⓒ데일리안 갈무리
조사 보고서 외에 기억에 남는 일은 무엇인가요?
1월에 진행한 '시민사회단체 신년하례회'를 보조하러 간 적이 있어요. 그때가 기억에 많이 남는 게, 처음 보는 단체들이 정말 많았어요. 특히 각 시민단체의 활동가 분들이 각각 신년 인사를 담은 다짐 같은 걸 얘기를 하시는 파트가 있었는데, 그분들의 눈빛이 너무 반짝반짝 하셨어요. 이렇게나 다양한 분야에서 다양한 단체가 활동을 하고 있는데, 나는 정말 아무 것도 모르고 있구나 라는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또 동시에 사람들이 그렇게 모여가지고 '또 같이 하자', '우리 같이 또 나가보자' 하는 것도 어떻게 보면 시민단체여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닌가 이런 생각도 들었고요.
인턴십을 통해 내가 성장했거나, 나 스스로 변화했다고 생각하는 지점이 있을까요?
많이 바뀌었다고 생각해요. 일단은 사회를 좀 더 넓은 시각으로 볼 수 있게 됐다는 게 가장 큰 변화 같아요. 제가 모르는 단체가 너무 많았는데, 그 시민단체들이 정말 자기 자리에서 굉장히 열심히 하고 있다는 걸 깨닫게 됐어요. 승욱 님과 제가 이렇게 사무실에서 열심히 하고 있는 것처럼요.
인턴 활동하면서 내가 정말 보이는 것만 보면서 협소하게 살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제 이 인턴십을 끝내고 내가 어떤 시민단체에 가입하게 되거나 아니면 나중에 나이가 들어서 그런 인연을 맺게 된다면 내가 또 어떤 사회를 만들고 싶은 걸까 아니면 또 어떤 변화를 가져오고 싶은 걸까에 대해서 좀 고민을 시작하게 된 것 같아요.
그리고 실무적인 방면에서 제가 활용할 수 있는 게 늘어났다고 생각해요. 실제로 예전에는 뭐 정보를 찾다가 없으면 '아 없네' 이러고 넘겼는데, 이젠 '없네? 그럼 어떻게 찾아야하지?'로 사고방식이 바뀌었어요. 정보공개 청구도 이제 할 수 있을 테고요.
그리고 조사하면서 실제로 지속가능발전이나 지방의회에 대해서도 좀 많이 알게 됐죠. 솔직히 인턴십 시작하기 전에는 저도 지방의회에 대해서는 '알아서 잘 하겠지' 이런 생각을 했었어요. 그렇게까지 저랑 관계되어 있는 일이라곤 깊게 생각 안 했던 것 같아요. 우리가 뽑았고 역할을 위임했으니까 저 사람들이 알아서 하겠지 약간 이런 느낌이 강했어요. 그런데 이제는 '알아서 하도록 내가 감시를 해야 되는구나'라고 생각이 돼요.
마지막으로는 제 자신에 대해서도 믿을 수 있게 됐어요. 7주란 시간이 짧잖아요. 그래서 시작을 할 때 '최대한 적극적으로 많이 배워보려고 해보자. 어차피 7주밖에 안 되니까', 그렇게 다짐했었어요.
카드뉴스 같은 경우에도 그렇게 대단한 건 아니지만, 자발적으로 했던 거였거든요. 그래서 엄청난 결과는 아니더라도 일단 시도하는 게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됐어요. ‘씨티-경희 NGO 인턴십을 하자’고 한 제 결정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스스로에게 증명한 것 같아서 뿌듯합니다.
▲ 최서연 인턴 활동가 Ⓒ본인 제공
인턴 활동을 하며 시민사회(혹은 시민단체)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게 되었나요?
인턴십을 시작하기 전에는 시민단체에 대해서 잘 아는 편은 아니었어요. 어떻게 보면 미디어에 의해서 만들어진 모습으로만 접하기도 했어요. 좀 급진적인? 아니면 굉장히 열정적인 그런 모습 있잖아요. ‘꼭 이걸 해내야 해!’이런 모습 같은 거요. 뭔가 ‘엄청 강한 사람들’인가라고 생각했어요.
실제로 부모님한테 ‘함께하는 시민행동'이라는 단체에서 인턴을 한다라고 했을 때 부모님들도 ‘너무 강한 색을 띠고 있는 단체를 만나면 좀 힘들 수 있는데, 괜찮겠니?’라는 식으로 얘기를 하시기도 했어요. 그런데 막상 인턴을 하면서 만나보니까 모두 평범한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흥미로웠어요. 왜냐면 이렇게 한 분, 한 분 말씀을 나눠보면 친근하고 다정하신 분들이고, 제 주변에서도 많이 볼 수 있는 인물상들이시거든요.
시민사회를 통해 다양한 분들을 만나기도 했죠. 인턴 기간 마지막에 오셨지만, 저를 인터뷰해주시는 활동가님도 새로운 인연이고, 대표님들도 만나 뵈었고, 한국지속가능발전센터의 센터장님에 이기수 선생님까지 많은 분들을 뵈었잖아요. 이런 분들 만나면서 새로운 생각을 많이 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그리고 생각해보면 의정감시 같이 정부나 기업의 손이 닿지 않는 사각지대가 있잖아요. 많은 시민의 입장에서 바라보고, 시민의 대변자 역할을 할 수 있는 시민단체가 우리나라에 필요하다는 걸 체감하게 됐어요.
함께하는 시민행동과 그리고 시민사회와는 어떤 연결고리를 가져가고 싶으세요?
우선 저를 잊지 않아 주시면 좋겠어요(웃음).
보니까 시민행동이 시티-경희 NGO 인턴십을 1기부터 계속 하고 계시던데, 개인적으로 바라는 건 시민행동이 이 인턴십을 계속 유지하시면 좋겠어요. 그래서 제 앞에 있는 인턴분들과 저 다음에 들어오실 분들과 만나는 기회도 한번 있으면 좋겠어요. 함께하는 시민행동을 통해서 앞으로도 함께할 새로운 인연이 생기는 거잖아요.
시민사회에 대해서 말해보자면, 처장님이 활동가와 전문가의 역할에 대해 생각해보라고 말씀해주신 적이 있어요. 시민단체의 사람들을 활동가와 전문가로 나눌 수 있다면, 저는 좀 더 전문가 쪽으로 성장하고 싶어요. 제 영역에서 확실하게 전문성을 쌓아서 제 분야에서만큼은 확실하게 도움을 주고 싶어요. 다양한 경험을 쌓고, 성공해서 나중에는 공동대표님들처럼 자문까지 해줄 수 있는 위치까지는 가보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이 인터뷰를 읽어주신 분들께 한 마디 남겨 주신다면요?
우선 제가 말이 많았는데,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그리고 시민행동에서 계속해서 저한테 해주셨던 말씀이 ‘언제든지 놀러와라, 항상 열려있다. 언제든지 환영한다.’ 이런 거였든요. 처음 왔을 때부터 환대해주셨기 때문에 정말 친절하고 다정한 단체라고 생각하고요. 시민활동에 관심이 있으시면 편하게 연락하실 수 있는 그런 단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지금까지 씨티-경희 NGO 인턴십 17기 최서연 인턴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인터뷰 진행일: 2023년 2월 15일
인터뷰이: 씨티-경희 NGO 인턴 최서연
인터뷰어: 활동가 박배민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최서연입니다. 저는 현재 고려대학교 불어불문학과에 재학 중이고요. 평소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가, 이번 '씨티-경희 NGO 인턴십' 17기를 통해 함께하는 시민행동에서 7주 동안 활동했습니다. 반갑습니다.
(📌 참고: 인턴 시작 인터뷰)
인턴십 합격 결과에서 '함께하는 시민행동'이라는 이름을 처음 들으셨을 텐데, 어떠셨어요?
처음엔 ‘뭐하는 단체지...?’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이름을 아예 처음 들었거든요. ‘함께하는 시민행동'이라는 단체를 진짜 처음 접해서, '오..?' 이랬어요. 이런 단체가 존재하는지도 몰랐죠.
‘이곳은 과연 어딜까’ 하면서 인터넷에 검색해봤는데 가장 먼저 뜬 키워드가 '의정 감시'더라고요. 그래서 '내가(의정 감시를 할 수 있을까)!?' 했어요. 무거운 주제를 다루는 곳 같은데, ‘내가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아니면 ‘7주라는 기간동안 적응할 수 있을까?’ 그런 걱정이 좀 됐었죠.
▲ 최서연 인턴 활동가 Ⓒ본인 제공
앞선 인턴 활동가의 후기도 찾아봤나요?
인턴십 후기요? 함께하는 시민행동 인턴 후기를 남겨주신 분이 한 분 계셨는데 그분이 아마 작년에 하셨던 16기 인턴이셨던 것 같아요. 댓글로 ‘제가 이번에 함께하는 시민행동에 배정받았는데, 조언해 주실 수 있나요?’ 라고 문의를 드렸는데, 그때 답변이 '다들 너무 친절하시고 좋으시다, 가면 잘 가르쳐주신다, 걱정 하지 않아도 된다.’ 이렇게 조언해주셨어요. 그러면서 ‘엑셀 정도는 어느 정도 다루고 가는 게 편할 거다’라고 하셨어요. 그래서 직접 가봐야 알 수 있겠구나 했죠.
기업의 사회 공헌 쪽에 관심이 있다고 하셨는데요.
인턴 신청할 때 1순위를 기업사회공헌으로 할지, 인권으로 할지, 아니면 국제개발협력을 할지 3개 중에 고민했었어요.
작년에 학교에서 진행한 교내 ESG 프로그램에 참여했어요. 교내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ESG 프로그램을 기획해보는 활동이었는데, 기숙사 학생들을 대상으로 샴푸나 린스 이런 것을 리필할 수 있는 리필스테이션을 설치하자는 제안을 했었어요. 리필스테이션이 설치되면 기숙사 학생들은 저렴한 가격으로 생필품을 이용할 수 있는 거고, 기업들 입장에서는 한 번 기숙사 리필스테이션에 입점하면 지속적으로 학생이라는 고객들에게 홍보를 할 수 있잖아요. 학교 입장에서는 ‘지속 가능한 생활을 직접 주도하는 학교’라는 이미지를 만들 수 있고요. 세 주체의 이해가 잘 맞을 것 같았어요.
동아리 형식을 접목해서 리필스테이션 프로그램을 제안했는데 학교 측에서 리필스테이션 설치 같은 건 실제로 진행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더라고요. 아무래도 비용이 들어가니까요. 그래도 굉장히 좋은 아이디어라고 평가해주셔서 우수상을 수상했어요.
이 활동에서 기업이나 정부, 사회를 연결해서 좋은 영향을 만드는 게 재밌게 느껴졌고 ESG라는 개념을 인지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인턴 활동에서도 기업의 사회 공헌이나 ESG 쪽으로 한번 밀고 나가보자라는 생각에 ‘기업사회공헌'을 골랐더니 함께하는 시민행동으로 연결된 것 같아요.
활동을 마친 소감은 어때요?
기간이 좀 애매하다고 생각했어요. 보통 인턴은 3개월이나 6개월을 하는데, 저희는 두 달이잖아요. 그래서 다른 인턴 활동에 비해 좀 짧은데 이번 인턴십에서 많은 걸 배워갈 수 있을까, 이런 의문이 조금 들었어요. 그러면서 제가 그만큼 더 열심히 해야 되겠지? 라는 생각을 했어요.
한편으로는 '어떻게 의정부에서 망원역으로 7주 동안 한 시간 반을 출퇴근 하지'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인턴이 끝나는 이 시점에서는 되돌아보니 시간이 진짜 빠르게 간 거 같긴 해요.
승욱 님이랑 어제 퇴근하면서 얘기한 게 있는데요. 다른 단체로 간 인턴들은 7주다 보니 특별한 활동을 하기 보다는 가벼운 사무 업무를 시키는 경우가 많아서 ‘나는 너무 한 게 없다.'라는 식으로 아쉬움을 토로한 분들이 계셨다고 들었거든요. 그런데 저희는 의정 활동 조사나 지방자치단체의 ESG 관련 업무 상황을 조사하는 식으로 굉장히 다양한 것들을 배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 최서연 인턴 활동가의 조사 보고서 브리핑 모습
지방의회 의정 활동의 정보 공개에 대해 조사하셨다고요.
우리나라의 지방 자치가 좀 더 강화되고 점점 지방 분권이 확립되면서 지방의회가 주민들의 삶에 굉장히 많이 영향을 미치고 있어요. 의안의 처리 과정이나, 예산안 편성 내용, 조례 제정과 같이 의회 활동이 다방면으로 시민들 삶에 연결되어 있는 만큼, 내가 뽑은 나를 대표하는 의원과 의회가 제대로 일을 하고 있는지 주민이 감시할 수 있어야 하고요. 저희는 주민이 의정 활동을 지켜 보기 위한 근거 자료(심의보고서, 검토보고서, 회의록, 행정사무감사 보고서 등)가 원활히 공개되고 있는지 확인하는 조사를 진행했어요.
조사를 위해서 지방의회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의안이랑 회의록 부록 같은 걸 일일이 다 들어가서 검색했어요. 일단 관련 정보가 존재하는지, 존재한다면 어디에서 찾을 수 있는지, 그 과정이 시민들이 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는지, 이런 것들 위주로 조사했어요. 그 다음에 조사 내용을 전부 엑셀로 정리했습니다. 정리된 자료는 승욱 님과 서로 검수하면서 '여기 잘못됐어요.' 하면서 피드백도 하고요.
이러한 정보 공개 현황이 지자체별로 차이가 나는지도 알아보려고 했었어요. 광역 단위 시 지자체, 군 단위 지자체, 자치구 지자체 이렇게 나눠서 행정 단위별로 얼마나 차이나는지 봤는데 실제로 광역시 같은 경우에는 17개 지자체가 모든 자료를 다 공개했는데 군 단위 지자체는 50% 정도만 공개하고 있었어요. 나머지 50%는 저희가 아예 정보를 찾을 수가 없었어요.
또 기억에 남는 게 있는데, 어느 군 단위 지자체 중 한 곳은 회의록 자체가 작년 7월에서 끝나 있는 경우도 있었어요. 추후 올라올 수 있겠지만, 적어도 7개월 넘게 회의록 업로드가 멈춰 있는 상황인거죠. 의정활동에 있어 시민과 주민을 얼마나 의식하고 있는지 해당 지자체의 의지를 알 수 있었어요.
▲ 최서연 인턴 활동가가 작성한 보고서의 일부
「 지방의회 의정활동 정보 공개 현황 분석 보고서」를 완성하셨는데, 마음에 드시나요?
제가 조사한 내용 내에서는 나름 열심히 썼다고 생각을 하는데, 이런 주제의 보고서를 작성하는 건 처음이거든요. 보고서를 보시는 분들의 평가를 기다리고 있어요. 개선점을 고쳐서 다음에는 더 발전해야죠.
(📌 참고: 보고서 확인하기)
생소한 분야라 인턴십 활동 방향성 잡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어떤 것들을 조사해야 하는지에 관한 기본 지표들은 처음에 정남진 팀장님께서 미리 설정을 해서 엑셀로 넘겨 주신 상태였고, 저희는 추가 조사하면서 살을 붙이면서 보완했어요. 세부적인 걸 저희가 추가한 거죠. 예를 들어, 팀장님께서 저한테 예산안 심의 자료가 있는지 조사해 달라고 하셨는데, 제가 조사하다 보니까, 의안과 첨부 파일이 한 번에 같이 공개되어 있는 경우가 있고, 일일이 회의록 부록을 들어가서 찾아야 되는 경우가 있더라고요.
이 부분은 다른 측면으로 생각해봐야 되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들어서 자료의 출처가 의안인지, 홈페이지인지 나눠서 정리해뒀어요. 조사 결과 보고서 같은 경우에도 팀장님께서 '전체적으로 이런 내용이 들어갔으면 좋겠다.'같은 틀은 잡아주시고 세부적인 내용 같은 건 제가 맡았어요. 개선 사항 같은 경우도 제가 나름대로 정리를 해서 써본 내용이에요.
▲ 2023 시민사회단체 신년하례회 모습 Ⓒ데일리안 갈무리
조사 보고서 외에 기억에 남는 일은 무엇인가요?
1월에 진행한 '시민사회단체 신년하례회'를 보조하러 간 적이 있어요. 그때가 기억에 많이 남는 게, 처음 보는 단체들이 정말 많았어요. 특히 각 시민단체의 활동가 분들이 각각 신년 인사를 담은 다짐 같은 걸 얘기를 하시는 파트가 있었는데, 그분들의 눈빛이 너무 반짝반짝 하셨어요. 이렇게나 다양한 분야에서 다양한 단체가 활동을 하고 있는데, 나는 정말 아무 것도 모르고 있구나 라는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또 동시에 사람들이 그렇게 모여가지고 '또 같이 하자', '우리 같이 또 나가보자' 하는 것도 어떻게 보면 시민단체여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닌가 이런 생각도 들었고요.
인턴십을 통해 내가 성장했거나, 나 스스로 변화했다고 생각하는 지점이 있을까요?
많이 바뀌었다고 생각해요. 일단은 사회를 좀 더 넓은 시각으로 볼 수 있게 됐다는 게 가장 큰 변화 같아요. 제가 모르는 단체가 너무 많았는데, 그 시민단체들이 정말 자기 자리에서 굉장히 열심히 하고 있다는 걸 깨닫게 됐어요. 승욱 님과 제가 이렇게 사무실에서 열심히 하고 있는 것처럼요.
인턴 활동하면서 내가 정말 보이는 것만 보면서 협소하게 살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제 이 인턴십을 끝내고 내가 어떤 시민단체에 가입하게 되거나 아니면 나중에 나이가 들어서 그런 인연을 맺게 된다면 내가 또 어떤 사회를 만들고 싶은 걸까 아니면 또 어떤 변화를 가져오고 싶은 걸까에 대해서 좀 고민을 시작하게 된 것 같아요.
그리고 실무적인 방면에서 제가 활용할 수 있는 게 늘어났다고 생각해요. 실제로 예전에는 뭐 정보를 찾다가 없으면 '아 없네' 이러고 넘겼는데, 이젠 '없네? 그럼 어떻게 찾아야하지?'로 사고방식이 바뀌었어요. 정보공개 청구도 이제 할 수 있을 테고요.
그리고 조사하면서 실제로 지속가능발전이나 지방의회에 대해서도 좀 많이 알게 됐죠. 솔직히 인턴십 시작하기 전에는 저도 지방의회에 대해서는 '알아서 잘 하겠지' 이런 생각을 했었어요. 그렇게까지 저랑 관계되어 있는 일이라곤 깊게 생각 안 했던 것 같아요. 우리가 뽑았고 역할을 위임했으니까 저 사람들이 알아서 하겠지 약간 이런 느낌이 강했어요. 그런데 이제는 '알아서 하도록 내가 감시를 해야 되는구나'라고 생각이 돼요.
마지막으로는 제 자신에 대해서도 믿을 수 있게 됐어요. 7주란 시간이 짧잖아요. 그래서 시작을 할 때 '최대한 적극적으로 많이 배워보려고 해보자. 어차피 7주밖에 안 되니까', 그렇게 다짐했었어요.
카드뉴스 같은 경우에도 그렇게 대단한 건 아니지만, 자발적으로 했던 거였거든요. 그래서 엄청난 결과는 아니더라도 일단 시도하는 게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됐어요. ‘씨티-경희 NGO 인턴십을 하자’고 한 제 결정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스스로에게 증명한 것 같아서 뿌듯합니다.
▲ 최서연 인턴 활동가 Ⓒ본인 제공
인턴 활동을 하며 시민사회(혹은 시민단체)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게 되었나요?
인턴십을 시작하기 전에는 시민단체에 대해서 잘 아는 편은 아니었어요. 어떻게 보면 미디어에 의해서 만들어진 모습으로만 접하기도 했어요. 좀 급진적인? 아니면 굉장히 열정적인 그런 모습 있잖아요. ‘꼭 이걸 해내야 해!’이런 모습 같은 거요. 뭔가 ‘엄청 강한 사람들’인가라고 생각했어요.
실제로 부모님한테 ‘함께하는 시민행동'이라는 단체에서 인턴을 한다라고 했을 때 부모님들도 ‘너무 강한 색을 띠고 있는 단체를 만나면 좀 힘들 수 있는데, 괜찮겠니?’라는 식으로 얘기를 하시기도 했어요. 그런데 막상 인턴을 하면서 만나보니까 모두 평범한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흥미로웠어요. 왜냐면 이렇게 한 분, 한 분 말씀을 나눠보면 친근하고 다정하신 분들이고, 제 주변에서도 많이 볼 수 있는 인물상들이시거든요.
시민사회를 통해 다양한 분들을 만나기도 했죠. 인턴 기간 마지막에 오셨지만, 저를 인터뷰해주시는 활동가님도 새로운 인연이고, 대표님들도 만나 뵈었고, 한국지속가능발전센터의 센터장님에 이기수 선생님까지 많은 분들을 뵈었잖아요. 이런 분들 만나면서 새로운 생각을 많이 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그리고 생각해보면 의정감시 같이 정부나 기업의 손이 닿지 않는 사각지대가 있잖아요. 많은 시민의 입장에서 바라보고, 시민의 대변자 역할을 할 수 있는 시민단체가 우리나라에 필요하다는 걸 체감하게 됐어요.
함께하는 시민행동과 그리고 시민사회와는 어떤 연결고리를 가져가고 싶으세요?
우선 저를 잊지 않아 주시면 좋겠어요(웃음).
보니까 시민행동이 시티-경희 NGO 인턴십을 1기부터 계속 하고 계시던데, 개인적으로 바라는 건 시민행동이 이 인턴십을 계속 유지하시면 좋겠어요. 그래서 제 앞에 있는 인턴분들과 저 다음에 들어오실 분들과 만나는 기회도 한번 있으면 좋겠어요. 함께하는 시민행동을 통해서 앞으로도 함께할 새로운 인연이 생기는 거잖아요.
시민사회에 대해서 말해보자면, 처장님이 활동가와 전문가의 역할에 대해 생각해보라고 말씀해주신 적이 있어요. 시민단체의 사람들을 활동가와 전문가로 나눌 수 있다면, 저는 좀 더 전문가 쪽으로 성장하고 싶어요. 제 영역에서 확실하게 전문성을 쌓아서 제 분야에서만큼은 확실하게 도움을 주고 싶어요. 다양한 경험을 쌓고, 성공해서 나중에는 공동대표님들처럼 자문까지 해줄 수 있는 위치까지는 가보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이 인터뷰를 읽어주신 분들께 한 마디 남겨 주신다면요?
우선 제가 말이 많았는데,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그리고 시민행동에서 계속해서 저한테 해주셨던 말씀이 ‘언제든지 놀러와라, 항상 열려있다. 언제든지 환영한다.’ 이런 거였든요. 처음 왔을 때부터 환대해주셨기 때문에 정말 친절하고 다정한 단체라고 생각하고요. 시민활동에 관심이 있으시면 편하게 연락하실 수 있는 그런 단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지금까지 씨티-경희 NGO 인턴십 17기 최서연 인턴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인터뷰 진행일: 2023년 2월 15일
인터뷰이: 씨티-경희 NGO 인턴 최서연
인터뷰어: 활동가 박배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