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기업 육성으로 일자리 창출', 좋긴 좋은데...

2009-04-22
4월 9일 창조한국당 산하 사람희망정책연구소에서 주최한 <신경쟁력과 사회안전망을 위한 추경 토론회>에 참석했습니다. 토론회를 개최하게 된 계기는 일자리 창출을 중심에 두었다는 '슈퍼' 추경예산안이 나왔기 때문이지만, 막상 가보니 실제 주된 내용은 창조한국당 정책인 '지식기업 육성을 통한 일자리 창출방안'이었습니다.

이것은 이미 문국현 당 대표가 오랫동안 주창해온 것을 당의 입법안 등 공식 정책으로 입안한 것으로, 핵심 내용은 노동시간을 줄이고 노동자 평생교육을 보장하는 중소기업을 정부 지원으로 육성하여 전 국가적으로 노동시간 단축에 의한 일자리 나누기를 확산시키고 지식사회에 걸맞는 국가발전의 원동력을 만들어가자는 얘기입니다.

당초 설명과 달리 추경예산안 토론이 주된 관심사가 아닌듯하여 다소 당황한 면이 없진 않았지만, 내용을 들어보니 아주 좋은 방안으로 생각되고 오랜 기간의 고민과 노력이 깃든 걸 느낄 수 있어 나름 재미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암튼 자세한 내용은 창조한국당 홈피(http://www.rokparty.kr/) 등의 자료를 통해 보실 수 있으리라 생각되니 생략하고, 제 소감이랄까 그런 느낀 점만 간략히 얘기해볼까 합니다.

일단 내용은 아주 좋았어요. 좀 과장하면 우리나라 정치인 중에 저만한 큰 비전, 그러면서도 사회적 약자를 세심히 배려하는 비전을 가진 사람이 있었나 싶은 약간의 감동도 받았습니다. 무한경쟁을 당연시하고, 되는 놈 밀어주고 나머진 떡고물이나 받아먹어라(너무 표현이 심한가요?)는 느낌마저 주는 정책이 판치는 현실이 새삼 안타깝기도 하고요...

하지만 아쉬운 점이 좀 있더라고요. 문국현 대표의 비전이 현실화되면 정말 좋겠다는 마음을 전제로 사회운동가로서 버리기 힘든 쓴소리할 거리 찾기 본능을 발동해보자면, 대충 한두 가지 아쉬운 점을 지적할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첫번째는 너무 자화자찬에만 열중하고 있다는 겁니다. 물론 그런 정책을 현실화시키기 위해 국회 내에 특위도 만들도록 했다는 등 노력하고 있다는 설명을 들었지만, 그날의 토론회 구성 등을 볼 때 여전히 걱정스러운 마음이 가시지 않았습니다.

그날 토론회는 너무 우호적인 사람들 위주로만 꾸려졌더군요. 이미 뜻을 같이해서 세부적 작업까지 함께 해왔거나 평소 우호적 관계를 유지해온 전문가 등이 전부였습니다. 2부 토론자 같은 경우는 저희 단체나 참여연대, 시민경제사회연구소 등 좀 다른 구성으로 되어 있긴 했지만, 그것도 큰 틀에선 우호적일 걸로 예상되는 사람들임에 분명하고, 그나마 2부 토론은 별로 중요하게 생각해서 배치한 것 같지 않다는 느낌도 받았습니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현실화하려면 힘이 필요하겠죠. 미니 정당 대표로서 제도권 내에서 힘이 없는 건 이미 어쩔 수 없는 일일 테지만, 그런 만큼 정치권 밖의 동의하는 사람과 집단을 늘려 사회적 압력으로 만드는 데 심혈을 기울여야겠죠.

그러자면 그런 정책을 거친 벌판에 내놔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비판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단련을 시키고,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게 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는 사람들끼리 좋은 안이라고 아무리 칭찬해봐야 너무 좁은 풀입니다. 

입법안으로 구체화된 만큼 앞으로 국회 내외에서 본격적으로 논란이 되긴 하겠지만, 좀더 적극적으로 사회에 확 던지는 태도가 필요하다 싶었습니다.

두번째는 세부적인 방안 등이 아직 부족한 것 같다는 점입니다. 이 부분은 다른 토론자께서도 지적을 하던데요, 로드맵이랄까 그런 구체적인 계획을 시급히 보완해야겠다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물론 하루아침에 완벽한 계획을 짜놓아야 할 필요는 없겠지만, 중소기업 지원책 정도로 그런 거대한 비전 전환을 이룰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드는 건 분명했습니다. 

이 방안은 노사정대타협과 같은 범국민적 협약이 이루어지거나 그에 준할 정도로 여론의 지지를 받지 않으면 설사 입법이 되더라도 선언적 법률에 그칠 뿐 창조한국당이 제시하는 궁극적인 효과로 이어질지 장담하기 힘든 거대한 구상이라고 생각됩니다.

단지 아이디어에 그칠 게 아니라면 창조한국당이 사회적 대타협을 위해 구체적으로 현장성 있게 뭘 하는지를 계속 보여주고, 그 과정에서 그런 논의의 주역이나 아니면 최소한 주역의 긴밀한 협력자가 될 수 있도록 사회적, 정치적 위상을 확대하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정책이 현실화될 경우 1차적 당사자가 될 경영자 및 노동자들의 생각을 확인해봤는지, 그들의 강력한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확신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냥 생각나는 대로 끄적여본 글이라 혹시라도 좋은 의도로 심혈을 기울인 구상에 트집잡기로 보일까 걱정도 없지 않습니다만, 이런저런 부족한 비판도 기꺼이 흡수해서 자양분으로 삼아야 더욱 좋은 방안으로 다듬어지고 힘도 얻을 것이라 긍정적으로 생각해 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