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편] SNS를 통해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드러날 수 있다면..

2009-10-23
다음 주 수요일이면 드디어 연속세미나 [소셜 네트워크와 우리]가 시작됩니다. 이 세미나의 예고편이랄까요? 지난 13일에 열었던 좌담회, '소셜 네트워크의 사회적 의미' 에서 나누었던 이야기를 영상과 글로 조금 간추려 보았어요. 

좌담회에 함께 하신 분들

이날 좌담회는 연속세미나 강사 여러분, 함께하는 시민행동 상근/자원활동가, 그리고 트위터를 통해 참가신청하신 분들까지 모두 14명이 함께 해 주셨어요. 서로 모르는 분들도 계시고 해서 이름표를 준비했는데요, 미리 써 두는 것보다 스스로 자신을 표현하면 재미있을 것 같아서 오시는대로 빈 카드와 매직펜을 드려서 직접 쓰시게 했어요. 그리고 이걸 갖고 각자 자기소개를 했답니다. 나중에 모아서 사진을 찍어봤는데 아기자기하니 좋더라구요.

함께 나눈 이야기들

좌담회는 앞으로 열린 연속세미나 [소셜 네트워크와 우리]를 통해 나눌 이야기들의 단초를 모으기 위해 마련된 시간이었어요. SNS로 상징되는 최근 변화하는 온라인 환경이 우리 사회에 어떤 메시지를 던지는지, 특히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다양한 사회운동과 어떻게 만날 수 있을지를 상상해보고 싶었지요.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참 많은 기대를 갖게 하는 시간이었습니다. 농담반 진담반으로 이런 시간이 아니었다면 어디서 모여 이야기하기 어려웠을 만한 낯선 사람들이 모였는데도 이야기는 폭넓고도 깊이가 있었습니다. 창밖으로 비가 쏟아지는 가운데, 정해진 두시간을 훌쩍 넘기며 많은 이야기가 오고 갔다지요. 모든 이야기를 담지는 못했지만 위 영상으로 보여드린 수준에서 이 글을 통해 살짝 풀어놓을까 합니다.

1. 사회운동은 온라인에서 정말 '소통'을 고민했을까요?

보통 온라인 공간에서는 단체나 조직의 이름으로 쓴 글보다 개인의 글에 대해 댓글을 달거나 반응하기가 쉽죠. 서울 도봉구에서 지역운동을 하고 있는 이창림 님은 시민사회운동이 과연 온라인에서 일방적인 전달이 아닌 '소통'이란 것을 진지하게 고민했을까 하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누구의 이름이냐 이전에 어떻게 얼마나 잘 소통할 것이냐의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의견이었어요.










2. 소통의 툴을 (SNS같은 방식으로) 크로스 오버한다는 그 자체가 운동이어야 해요.

SNS에 접근하는 태도가 단지 도구를 바꾸는 데 그쳐서는 안될 것 같아요. 10/28 첫 강의를 맡으신 몽양부활 이성규 님은 소통의 툴을 크로스오버 한다는 것 자체가 하나의 운동으로 인식되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를 통해 운동이 확장되고 더 많은 기회를 만들어낼 거라는 기대를 보여주셨어요.



3. 억지로 변신하기보다 잘 할수 있는 사람들이 자기 역할로 만나야 하지 않을까요?

기존의 시민운동이 SNS를 통해 소통하기 어려웠던 데에는 조직과 개인, 두 가지 충돌하는 정체성이 큰 걸림돌이 되는 것 같아요. 시민행동의 오관영 님은 이것이 개인의 노력 여하를 떠나 조직이라는 틀거리, 또는 구조의 문제라는 지적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어쩌면 이런 (해결하기 어려운) 구조적 문제를 푸는 데에 골몰하기 보다 잘 할 수 있는 역할을 서로가 하면서 만나는 것이 좋지 않겠냐는 도전적인 질문을 던졌어요.

4. 새로운 시도를 위해서는 '조직이 없는 상태'가 오히려 반가운 일일 수 있어요.

온라인을 통한 새로운 운동의 사례를 만들고 있는 빠삐 강영미 님은 최근에 만난 새로운 운동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주셨어요.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사례인데요. 기존의 운동이 가지는 한계를 벗어나 새롭게 교육문제에 접근하기 위해 아예 조직의 틀을 떠난 사람이 있었어요. 그건 그 사람에겐 너무 두렵고 불안한 일이었지만,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이라는 영역에서 함께 할 부분이 있었던 자신으로선 오히려 조직이 없다는 사실 자체가 반가운 일이었다는 거죠. 같이 만들어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그 빈 부분에서 찾을 수 있었다구요. 새 술은 새 부대에? 또는 변화를 위해서는 빈 공간이 필요하다는 뜻일 수도 있겠지요. 결국 조직을 변화시키는 일과 새로운 조직을 새로운 방식으로 만드는 일은 또 다른 차원에 위치하는 것 아니겠느냐는 메시지로 읽혔습니다.

5. 평범한 사람들에게 시민운동은 무슨 의미를 갖나요?

그런데, 시민운동은 대체 왜 하는 건가요? 요즘 트위터를 통한 만남의 즐거움에 푹 빠져 지내신다는 @meesokim 김형일 님은 더 원초적인 질문을 던지며 이야기를 풀어놓으셨어요. 평범한 사람들에게 시민단체는 일상에서 큰 의미를 갖지 못하지요. 크고 어려운 정책을 놓고 싸우는 모습들에선 괴리감을 느끼기 쉽고, 오히려 정말 필요할 때 (이를테면 2008년의 촛불 같은) 이끌어줄 수 있는 힘이 된다면 충분히 가치를 지닐 거라고요. 한편 트위터는 만남과 소통의 비용을 크게 줄여주고, 다양하고 느슨한 결합을 가능하게 하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셨어요.





6. 구체적인 현실 인식, 구조적 변화보다 관점의 변화가 필요해요.

시민운동도, 이른바 '평범한 시민'들도 구체적인 현실 인식이 필요해요. 이제 막 백수(!)의 길에 들어선 행복감을 피력하신 홍성희 님은 어느 한쪽이 아닌 모두의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어요. 시민운동은 더 이상 사람들이 조직의 깃발아래 묶이지 않는구나, 소셜 네트워크에서 조직도 단지 하나의 큰, 또는 색깔이 다른 점으로 존재할 수 밖에 없구나 하는 걸 깨달아야 해요. 그리고 시민들은 더 이상 예전 방식으로 대중을 이끌만한 무언가를 기대할 수 없고, 이유가 어찌되었든 그것이 현실임을 인지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SNS를 통한 나의 목소리, SNS를 통해 결집되고 흩어지는 움직임들이 참여의 빛을 발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져야 한다, 또는 가질 수 있다는 거죠. 한편 조직은 조직으로서 나름의 존재가치를 갖되, SNS의 가능성을 담아내기 위해 조직을 인위적으로 바꾸려는 노력은 애초에 실패할 수 밖에 없다는 강한 문제의식을 던져 주셨어요. 결국 구조의 변화이기보다 관점의 변화가 아니겠냐는 이야기였지요.














7. 평범한 사람들의 깊이있는 시각과 지식을 이끌어낼 수 있으면 좋겠어요.

보통 평범하다고 하는 사람들이 갖고있는 시각과 지식이 생각보다 무척 수준이 높아요. 11/4 두번째 강의를 맡게 될 이정환 님은 일전에 참여연대아카데미 느티나무에서 수강생들과 토론을 진행했던 경험을 나누어주셨습니다. 전문가라고 자처하는 입장에서 봐도 '평범한' 사람들이 갖고 있는 시각은 매우 날카로웠고, 지식의 수준도 매우 높았다고 해요. 그리고 거듭되는 토론을 통해 단지 사적인 영역에서의 문제가 아닌 공적인 영역, 즉 공공부문의 강화가 개인의 삶과 사회에 대단히 중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다구요. 보통 트위터로 대변되긴 하지만 좀 더 폭넓은 의미에서 SNS가 이런 깊이있는 토론을 활성화하는 매개가 되면 좋겠습니다. 더불어 사회운동이 이런 공간을 통해 아젠다를 계속 던지고 더 많은 사람의 공감대를 이끌어낼 수 있다면 의미있는 성과를 만들 수 있지 않겠냐는 거지요.

















그밖에 영상으로 인용하진 못했지만 다른 강사와 참여자들도 생각할만한 거리를 많이 던져 주셨어요. 

11/10 세번째 강의를 맡으실 정진호 님은 일상에 쫓기며 사는 사람들에게 너무 큰 이야기를 던지기보다 일주일에 한시간이라도, 마음이 당길때 참여할 수 있는 꺼리를 계속 제시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어쩌면 홈쇼핑을 하듯 시민운동을 쇼핑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재미난 이야기를 하셨지요. 그리고 SNS에 대해서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그리 떨어진 것이 아닌 것 같다는 의견을 내셨어요. 온라인에서 관계를 잘 맺는 사람은 오프라인에서도 잘 하는 경우를 많이 보셨다구요. (일부 안 그런 경우도 있겠지만^^) 결국 관계에 대한 태도, 접근법의 차이가 소셜 네트워크에서도 비슷하게 드러난다는 거죠.

12/2 마지막 강의를 맡을 강현숙 님은 CCKorea와 같은 활동이 단지 저작권이나 정책의 측면을 넘어 문화와 흐름를 형성하는 차원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하셨어요. SNS를 통한 사회적 변화가 문화라는 코드로 만날 수 있는 지점을 상상하게 하셨어요.




마지막으로 짧지만 강한 인상을 남긴 남미자 님의 한 마디. '좋은 사례와 가능성이 제시되었지만, 결국은 저 처럼 오늘 나온 이야기들에 대해 전반적으로 거리감을 느끼는 사람과 어떻게 만날 수 있을 것인지, 어떻게 설득할 수 있을 지를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러니 영역이나 조직/비조직의 차원을 넘어서 어떻게 접점을 늘일 것인지가 핵심일 수 있다는 거지요. 연속세미나가 이어지면서 과연 이런 질문에 답을 내놓을 수 있을지 궁금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더 많은 이야기는 이제부터 시작될 것입니다.
오는 수요일, 10월 28일부터 시작될 연속세미나 [소셜 네트워크와 우리]에서 위에서 나온 다양한 주제와 가능성들, 때론 비관적 전망들이 지속적으로 서로 만나고 얽히게 될 것입니다. 이 과정을 통해 과연 어떤 그림이 그려지게 될까요? 그 해답을 함께 만들어 갈 여러분의 많은 참여를 기대합니다. 지금, 신청해주세요^^

연속세미나 [소셜 네트워크와 우리]

기본정보
  • 기간: 2009. 10/28-12/2 매주 수 저녁 7시-9시
  • 참가비: 총 6강 99,000원 (개별수강시 회당 20,000원)
  • 장소: 시민공간 나루 B1 원경선 배움나루 (서울 지하철 6호선 망원역에서 걸어서 7분, 또는 2호선 홍대입구역에서 마을버스로 이동. 찾아오시는 길)
  • 진행: 이희욱(블로터닷넷), 이창림(도봉시민사회복지네트워크)/장상미(함께하는 시민행동)
  • 주최: 함께하는 시민행동 / 미디어파트너: 블로터닷넷

세부내용

1. 소셜 미디어는 정치에서의 시민권력을 확대시킬 것인가 (10/28)
    소셜 미디어 효과와 정치사회적 의미
     이성규 /태터앤미디어

2. 웹2.0경제를 넘어선 비즈니스의 상상력 (11/4)
     일상과 비즈니스를 모두 흔들고 있는 웹2.0 경제학
    이정환 /미디어오늘

3. 마이크로 블로그 트위터의 이해와 활용 (11/11)
     전세계에서 급부상하는 마이크로 블로그의 본질을 이해하고, 도구로서 활용하기 
    정진호 /야후코리아

4. [열린 특강] 신영복 교수에게 듣는 우리 시대 '관계'의 성찰 (11/18)
    신영복 /성공회대학교 (장소: 시민공간 나루 B2층 성미산 마을극장)

5. 소셜 네트워크와 판타지 그리고 현실 (11/25)
     마술적 사고와 사이버 공간의 유사성, 믿음의 공유를 통해서 현실을 창조하는 과정 
    장근영 /한국청소년개발원

6. CC를 통해서 본 자유와 공유의 오픈 컬쳐 (12/2)
     공유는 더 많은 창조를 향한 통로? 디지털 시대 창작물을 위한 CC라이선스 이야기
    강현숙 /CreativeCommonsKorea

마무리 워크샵 (참여자들이 직접 기획하고 진행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