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른 망하자? 현수막과 함께 사라지고파! 터치포굿 :D

2009-11-02
  





쓰레기는 사라지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 곳에 쌓여갈 뿐이다. 
                                       - 『사라진 내일』헤더 로저스(Heather Rogers)

아래 사진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현수막이나 지하철 광고판이에요.
 이 아이들이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혹시 관심 가지셨던 분? 계신가요? 계시다면 손 !!!



 





 
 
손 드신 분들은 이쁜 분들 :)  ㅋㅋㅋ
대부분이 불법이라서 일주일만에 폐기처분되는 현수막, 짧은 게시 기간이 끝나면 철거되는 지하철 광고판은 우리도 모르는 새에 어마어마한 양이 만들어지고 또 버려져요. 

지방선거 한 번을 치를 때 드는 현수막이 적게는 4만 개에서 많게는 8만 개! 무게로 따지면 약 200톤, 넓이로 따지면 축구장 25개를 덮을 수 있는 엄청난 양이지요. 이렇게 단기간에 버려지는 선거 현수막을 빼고도 ○○대리운전, 축오픈, △△△어학원 광고류의 현수막, 주변에서 많이 보셨을꺼에요. 이것들 중 대부분이 지정된 자리가 아닌 곳에 걸려있어서 구청에서 일괄적으로 철거를 하게 되요. 철거 후에는 거의 소각처리나 매립이 되는데요, 문제는 이 현수막이 소각될 때 다이옥신 등 유해물질이 발생하며 매립될 경우 중금속으로 인한 토양오염을 일으킨다는 점이지요.

어때요, 우리가 모르는 새에 쓰레기로 돌변하고 있던 것들. 꽤 되지요?
이 의미없이 버려지는 것들을 예민하게 바라본 사람들이 있어요. 바로 오늘 소개 할 '굿' 사람들이에요. 그래서 터치포굿은 현수막이 마구마구 버려지는 이 현실을 바꾸기 위해 고군분투 하고 있어요. 그럼 어떻게요? '현수막 사용하지말자' 캠페인을 벌였을까요? 아니요:)

바로 이 으로요 !: 현수막과 가방이 무슨 관계냐구요? 현수막이 이 가방이거든요! 버려진 현수막이 이 가방으로 변신했거든요!


'쓰레기'라는 이름을 달고 있던 버려지는 현수막과 지하철 광고판은 em 세제로 깨끗이 씻고 나면 어느샌가  터치포굿의 예쁜 재료가 되어 또다른 생을 기다리게 되지요.
 
( EM은 유용한 미생물군(Effective Microorganism)의 약자로 소생(살림)의 작용을 하는 광합성 세균, 유산균, 효모 등 약 80가지의 미생물로 이루어져 있어요. em 세제는 쌀뜨물과 이 em원액을 섞어 발효시킨 세제로 하천에 들어가게 되면 오히려 오염물질을 분해하지요. ..천재적이지 않나요?! )

현수막 천은 닳아서 버려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훌륭한 가방소재가 되요. 대신 현수막에 써있던 글씨가 온전히 내 가방으로 와서 등에 매달려 있는 것은 피해야 하기 때문에 '굿'에선 현수막을 여러 패턴으로 잘라서 가방을 만들어요.

가방을 재봉할 때도 '터치포굿'은 사회적 가치를 잊지 않아요. 단순한 공정은 자활센터를 나온 사람들에게, 그보다 전문적인 기술이 필요한 공정은 경력단절 여성이나 공장의 해외이전으로 일자리를 잃은 봉제공장 직원들에게 맡겨져요. 사실 '터치포굿'이 현수막으로 가방을 만드는 것은 단순히 '버려지는 현수막 천을 재활용하자'에 그치는 것이 아니에요. 폐현수막으로 만든 물건을 사용하면서 사람들이 '아 내가 예쁘게 쓸 수도 있는 이 폐현수막이 지금 이렇게 많이 버려지고, 환경을 더럽히고 있구나'라고 한번더 생각하기를, 봉제공정을 할 때도 무조건 단가 싼 곳를 찾는게 좋은 것인지, 하나하나 고민하기를 바라는 목소리를 전하고 있는거에요. (이러한 접근법/개념은 더 나은 가치를 창출한다는 의미에서 Upcycling이라고도 해요)

마지막으로 판매수익의 일부는 환경관련 질병으로 고통 받는 아동들을 위해 쓰여져요. 지금까지 구세군 서울후생원의 아토피를 앓고 있는 20명의 아이들을 후원했고, 홈페이지에서 환경관련 질병으로 피해를 입으신 분들을 더 도와드리기 위해 후원사례를 공모하고 있어요. 터치
포굿은 환경교육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어요. 청소년을 대상으로 생활 속의 환경오염에 대해서 깨닫고, 환경보호를 실천하겠다는 작은 약속을 하는 것이 프로그램의 내용이지요.




이쁜 가방 사면서 버려지는 현수막도 줄이고 기부천사까지, 일석 삼조의
한마디로 꿩먹고 알먹고 마당쓸고 돈줍고 도랑치고 가재잡고 님도 보고 (응?) 이토록 멋지게 착한
이 기업은 넥스터스에서 진행한 사회적기업 아카데미 리(soci factory)에서 세미나를 할 때 만난
꽃다운 나이의 언니 두 분이 만들었어요.(지금은 두 분이 더 합류하셨어요:)

저와 인터뷰를 하신 화영언니 말로는 터치포굿은 처음엔 '남은' 자들의 모임으로 출발했다고 해요. 전공도 각양 각색인데다 관심사도 환경/ 수공예/ 사회복지로 다양해서 처음에 주제 잡는 것 조차 어려웠다지요. 모두의 관심을 사로잡았던 것이 바로 폐현수막으로 가방을 만드는 일이었어요. 이 공통의 관심사를 바탕으로 함께일하는재단과 G-market에서 공동 개최한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받아 '노동부장관상'을 수상했고, 그것이 지금 창업으로 이루어져 터치포굿이 탄생하게 된 거에요.

인터뷰를 하면서, 했던 것이 오히려 터치포굿을 여러 방향으로 예쁘게 만들어 주었다 생각이 들었어요. 폐현수막을 닦을 때 em세제를 활용하는 일이라던지, 한참 싼 가격에 가방을 만들 수 있는 중국 공장이 아닌 국내 공장, 그것도 영세기관에 가방 제작을 위탁하는 등의 세심한 배려는 이미 그곳에 따뜻한 시선을 보내고 있던 언니들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들의 제품에서도 그 내공은 빛이 났어요. 사회적으로 아니면 환경적으로 '좋다~'는 제품들은 안예쁘거나 비쌀 거라고 지레짐작하시는 분들, 모두 걱정을 붙들어 매세요. 착한 의도로 만들어졌으니 '한번 사주세요'라고 동정하기 보다 예쁜 디자인과 높은 품질로 승부하겠다는 당찬 언니들인걸요.

사용하는 현수막이 다 다르기 때문에 가방들이 똑같은 것은 하나도 없어요. 모양과 형태는 같지만 패턴에 따라 다양한 색감을 가진 가방들이 탄생하는데요, 터치포굿에서는 이 제품 하나하나에 다 이름을 붙여요. 그 이름과 고유번호를 담은 탄생증명서는 소비자들에게 가는데, 이는 사는 사람들이 이 가방의 소중함을 잊지 말라는 의미를 담고 있어요.

이 제품들은 홍대 상상마당이나 명동 aland, 온라인 샵(www.touch4good.com)을 통해서 판매되고 있어요.

현재 터치포굿에서 제공하는 백팩/숄더백/넷북파우치/명함지갑 들이에요.
         
(출처: 터치포굿 사이트)
 
 
가방의 디자인부터 시작해서 공장을 연결하는 일이나 웹 상의 고객*배송 관리, 교육프로그램 제작이나 기부처 발굴 등의 일을 모두 자신들의 손으로 해나가고 있는 터치포굿의 언니들에게서 녹록치 않은 경험을 느낄 수 있었는데요, 폐현수막을 사용해 터치포굿을 '대기업으로 키우자'가 아니라 우리로 인해서 수막지지 서 얼른 이 기업을 없애자는 목표를 가진 언니들인 만큼, 터치포굿을 넘어 돌아올 언니들의 또다른 활동들이 기다려지는 건 너무 이른 이야기일까요.

여긴 저와 녹색연합에서 같이 봉사했었던 화영언니가 있는 곳이기 때문에 ... >ㅁ<
조금 더 상큼발랄새콤하게 소개해보려고 했는데 성공했는지 모르겠네요.
하지만 그렇지만 괜찮아요 이 한마디만 기억해주시면 되니까요.
 
더 나은 쓰임을 만드는 똑똑한 사이클링 '터치포굿', 함께해요 여러분♡
(www.touch4good.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