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참여예산제 활동가 인터뷰 ④] 이호 더이음 공동대표

2022-04-26
2011년 지방재정법 개정으로 전국 지방자치단체에서 주민참여예산제도 시행이 의무화된 지, 10년이 지났다. 그동안 참여예산은 지역 주민의 삶을 어떻게 바꿔왔을까? 주민참여예산을 활성화하기 위해 다양한 곳에서 활동해 온 시민사회와 참여예산 10년의 성과와 한계를 짚어보고, 향후 주민참여예산의 발전 방향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④ 이호 더이음 공동대표

참여예산에 대한 시민사회의 성과는?
 
이미 참여예산은 제도 안으로 많이 들어가 있고, 오래되었기 때문에 참여예산 자체로 시민사회가 활성화되었다고 평가하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일부 지역에서는 참여예산을 계기로 연구회를 구성해서 거기에 참여한 사람들이 관심을 두게 되거나 혹은 기존 시민단체와는 다르게 참여와 관련된 정책에 관해 관심을 가진 집단이 생긴 성과는 있을 수 있어요.
 
하지만 지금도 그 사람들 대부분이 참여예산과 관련해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지는 않은 것 같아요. 결과적으로 초창기보다 참여예산에 대한 새로운 자극이 제기되는 방식의 시민사회 활동은 잘 보이지 않아요.
 
참여예산 운영도 협치로
 
저는 ‘참여예산’과 ‘협치예산’을 구분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참여예산 자체가 협치를 구현하기 가장 좋은 제도이기 때문에 빠르게 확대되었거든요. 그런데 지금 몇몇 지역에서 시민들의 주도적 참여를 만들기 위해 새롭게 협치예산을 고민하는 것 같아요. 협치예산은 ‘협치’라는 말이 들어가니까 시민사회가 어느 정도 고민을 하고 있지만, 대부분 지역에서는 제도권에서 운영하는 하나의 정책이 된 것 같아요. 사실 참여예산 자체를 고민하는 시민사회의 역량은 많이 없어진 것 같아요.
 
참여예산 연구회 같은 경우도 이제는 자문위원회 성격이 큰 것 같아요. 여러 지역 연구회에 참가해보니까 초창기에는 행정이 잘 모르니까 민간에 많이 의지했지만, 이제는 행정도 경험이 쌓이니까 연구회를 그냥 자문위원회 정도로 보는 것 같아요. 제도 운영을 행정의 방식으로 하면 된다고 생각하고 크게 바꿀 의지가 없는 거죠.
 
시민사회의 참여예산제도에 대한 인식 부족
 
저는 시민들이 참여예산제도에 잘 참여할 수 있도록 시민사회에서 관심을 가지는 것이 지금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그 관심도 많이 없어지고 동력도 떨어진 같아요. 참여예산 제도 운영에 대해 행정도 시민사회도 별로 활성화되어 있지 않은 것 같아요. 그리고 참여예산이라는 것이 사회적 재원을 가지고 지역에서 활동하는 사람과 집단의 개입을 통해 성과를 바라볼 수 있는데 두 주체 모두 지금은 좀 부진하다 싶어요. 초창기 운영에 관한 관심이 시들면서 그렇게 된 느낌이에요.
 
참여예산 제도가 지역에서 시민들과 뭘 해보고자 하는 사람들이 활용할 수 있는 경로가 되어야 하는데 그런 부분에서도 좀 미진해요. 지역에서 시민단체가 시민들과 함께 활동하면서 참여예산을 활용할 수 있지만, 지금은 제안 경로도 많지 않고 단체들도 아직 그 정도로 참여예산제도를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 시민단체들이라도 적극적으로 참여예산에 참여하게 되면 행정에서도 색다른 제안이니까 고려를 해 볼 텐데 말이죠.
 
또 시민단체들이 참여예산을 긍정적으로 보지 않는 부분이 단년도 사업이라는 점이에요. 시민단체에서는 1년 단위로 할 수 없는 사업들도 있잖아요. 그런 면에서 시민단체들이 참여예산을 활용하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시민사회의 운동이 계속 축소되고 있으니까 역량이 더 적어지는 것 같아요. 주민들과 함께 무언가를 만드는 과정은 많은 역량과 시간이 필요한데, 오히려 단체들이 그런 것을 못하는 거예요. 지금은 지역활동을 시민단체만 하는 게 아니거든요. 다양한 주민들의 자발적 소모임들이 활성화되어서 기존 운동으로 분류되지 않는 다양한 주민들의 움직임들이 많아졌어요. 저는 참여예산의 핵심이 그런 다양한 시민들의 활동에 권한을 부여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하고 여기에 함께 결합했으면 좋겠는데 아직 부족한 것 같아요.
 
제도의 형식적 운영 극복이 필요
 
협치 예산 사례는 참여자들이 재미있지만, 너무 형식적이라는 평가가 있어요. 협치예산이 숙의과정을 거치는데 그 절차가 너무 긴 거예요. 그 과정을 다 거쳐야 한다니까 행정도 난감하고, 참여한 시민사회 관계자들도 어렵다고 생각한 거죠.
 
예를 들어 어떤 이슈가 있어서 숙의 공론장을 열면 꽤 많은 역량을 투입하잖아요. 참여예산은 매년 이 정도의 역량을 투여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거죠. 한 2시간 만에 테이블별로 이야기 다 하고 결정까지 해야 하는데, 형식적으로는 꽤 재밌게 진행해도 내용상으로는 숙의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은 거죠. 제안자도 공무원도 불만이 생기죠.
 
전반적으로 이제 참여예산이라는 것은 활성화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정착되고 있긴 한 것 같아요. 다만만 다분히 행정의 일상적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고 표현하는 것이 적절하지, 시민사회가 계속 참여예산을 통해 무엇인가를 하고 있다고 평가하기에는 어렵다고 생각해요.
 
주민자치회와 시민사회 단체 활동의 중요성
 
저는 참여예산에 대해서 다시 힘내보자고 하는 것이 어떤 설득력이 있을까 싶어요. 나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시민사회 활동이 힘이 약해지니까 점점 더 소수가 주최하는 경향성이 강해진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시민들의 실질적 참여 확대를 위해 필요한 것은 크게 두 가지라고 봐요.
 
먼저 주민자치회가 활성화돼야 해요. 그래서 지역에서 주민들의 민원성 제안이라도 제안들을 많이 수렴하고 그런 것들을 결정하고 보내야 해요. 그리고 하나는 정책사업제안과 관련된 거에요. 요즘에는 지자체 차원에서 정책사업을 더 확대하려 하는데, 정책 사업 제안을 별도의 유형으로 구분하는 곳들이 꽤 생기더라고요. 이런 수요를 맞추기 위해서 시민단체에서도 정책 제안활동을 더 많이 하는 게 더 필요해 보여요.
 
시민단체들은 관심 있는 이슈나 사회적 가치를 중심으로 만들어지잖아요. 그래서 단체들이 관심 있는 정책 사업이 뭔지를 사람들과 함께 공론장을 만들고 제안하는 활동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봐요. 지역으로 내려가면 주민자치회가 그런 역할을 잘할 수 있도록 활성화하는 데 기여하구요.
 
이 두 관점에 본다면 참여예산 자체가 아니라, 활동 내용을 가지고 참여예산에 접근해야 하는 거죠. 그렇다면 우리가 사회적으로 실행하고 싶은 의제가 무엇이고, 어떤 사업을 통해서 해야 하는지 생각해야 하는 것이 하나 있을 것 같네요. 그리고 또 하나는 주민자치회라고 하는 일상적인 활동 속에서 주민들과 함께 얘기하는 거죠. 그래서 시민단체에서 이 두 흐름에 어떻게 결합할 것인가에 고민하면 좋다고 생각해요.
 
주민자치회는 실질적인 권한을 주겠다고 하는 게 핵심이고 권한을 주기 위해서는 구성할 때 개방적으로 구성해야 해요. 그렇게 되면 새로운 사람들이나 시민운동가들이 합류해 볼 수 있는데 문제는 그게 굉장히 왜곡돼 버렸다는 거예요. 예를 들어 공개추첨을 한다고 하지만 대다수 기존 주민자치위원회에 있던 사람들이 다 들어가 버리고 다른 사람들이 들어오는 길을 막아버리는 일이 생겨요.
 
여기는 임기가 끝나면 완전히 다시 뽑긴 하지만, 홍보를 적극적으로 안 해요. 선정위원회를 초기에 구성할 때만 시에서 운영하고 그 후에는 주민자치회 스스로 운영하도록 하면서 드러난 문제점이에요. 그래서 주민자치회 구성을 역할로 하는 선정위원회를 계속 행정에서 맡는 것도 한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주민자치회 구성을 개방적으로 하는 것은 주민자치회의 첫 단추를 잘 끼우는 것과 같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다양한 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고, 실질적인 권한을 부여하는 형식적 절차가 완성될 수 있기 때문이에요.
 

여전히 부족한 행정의 참여예산에 대한 인식
 
지방정부가 참여예산 자체를 성과로 삼는 곳이 있는지 잘 모르겠어요. 열심히 했던 지역들도 그걸 자기 성과로 자랑하는 경우를 본 적이 없어서요. 그리고 솔직히 참여예산이나 협치 거버넌스에 대한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고 해보려고 하는 지자체가 많지 않은 것 같아요.
 
도입 초기에 논의할때도 ‘그럼 이게 선거에 도움이 돼?’ 이런 질문 많이 들었거든요. 하지만 행정에서 제대로 해보지 않으면 성과로 드러난다고 할 수 없죠. 오히려 시민들은 형식적으로 하면 실망감을 느끼고 기만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죠. 그래서 제대로 참여예산을 해보지 않은 상황에서 성과나 평가를 내기기 어렵다고 생각해요.
 
세종시를 보면 주민세로 특별회계를 만들어서 주민자치회에 지원하고 있어요. 그러니까 새로운 시도를 했단 말이죠. 그런데 세종시에서 참여예산 자체를 어떻게 평가할지는 모르겠어요. 새로운 시도를 많이 했지만, 기본적으로 이게 지자체의 역점 사업이어야지 성과에 대해 이야기하거나, 평가들을 할 텐데 그게 잘 보이지 않아요.
 
담당 공무원들도 본인의 성과라 생각하고 있지도 않고 아직도 제도에 대한 저항감이 있는 것 같아요. 관련 부서는 자기 사업이니까 할지 모르겠는데 일반 사업부서에 있는 사람들은 아직도 갑자기 계획에 없던 사업이 툭 떨어져 들어온 거라고 얘기를 해요. 또 단년도 사업이더라도 만약에 행정에서 평가가 괜찮으면 지속 사업으로 바꾸기도 하잖아요. 그런데, 참여예산의 경우에만 반드시 단년도 사업으로 제한하려는 것은 기본적으로 참여예산에 대한 행정의 애정이 없는 거예요.
 
향후 과제와 시민사회의 칸막이 제거 방안
 
향후 과제는 아까도 이야기했지만, 주민자치회와 결합하는 것과 정책 사업들을 활성화하는 것으로 생각하는데, 이 부분에서 시민사회가 할 게 무척 많아 보여요. 하지만 기본적으로 시민사회 자체가 많이 활력이 떨어져 있는 상태가 문제이죠. 그런 점에서 참여예산이라는 독립적인 이슈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전반적인 민관협치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칸막이 문제의 경우 사실 행정에도 존재하지만, 시민사회 또한 대단히 심하잖아요. 기본적으로 시민사회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은 서로가 가진 비전을 끊임없이 소통하고 공감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봐요. 그러면 다른 영역에 있어도 서로 공감할 수가 있고 이해할 수 있는데, 그런 소통과 대화가 한 10여 년 넘은 시기 동안 단절됐어요.
 
활동하는 사람들 간에 어떠한 사회를 바라는지 이런 추상적이지만 필요한 얘기들이 실종되어 버리고, 사업 얘기만 하는 것 같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재원에 대해서 더 경쟁적일 수밖에 없고, 서로 사업에 관해서만 얘기를 하고 이슈나 영역별로 모이는 경향이 더 커지는 게 아닌가 싶어요. 그래서 저는 시민사회에서는 참여예산만이 아니라 그런 얘기들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서로 사업은 따로 하더라도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는 게 필요해요.
 
제대로 된 중간지원 조직의 필요성
 
저는 센터를 만들면 통합 센터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일상적으로 주민자치에 참여하는 마을, 시민교육들이 통합된 센터가 필요하다는 생각이에요.

제가 여기 공익센터 만들 때 공무원한테 했던 얘기는 참여예산·마을·시민교육 세 가지를 센터에서 일상적인 사업으로 같이하면 좋겠다는 의견을 냈어요. 당시에 담당 공무원도 동의했는데 하다 보니 그렇게 안 된 거죠. 그러면 사실은 공익센터의 일상활동이 애매해질 수밖에 없는 거죠.
 
시민들의 참여를 활성화하고, 거기에 일정한 권한을 구조화해서 시민들이 주도적으로 지역사회를 운영할 수 있는 역할을 지원하는 센터가 필요해요. 아무래도 참여예산이라는 게 시민에게 권한을 주는 예산이니까 그 부분이 핵심이라고 생각을 하죠.
 
중간지원조직이라고 하면 행정에서 못하는 것을 시민사회에서 잘할 수 있는 사람들로 그 일을 할 수 있게 지원하는 거예요. 해당 업무는 행정에서 못하니까 중간지원조직에 권한이 주어져야 하고, 자율적인 예산 사용권과 기획권이 주어져야 해요. 그런데 대부분이 행정의 말단 집행부같이 존재하고 있는데, 그런 형태를 중간지원조직이라 할 수 있는지 모르겠고, 그런 중간조직을 만들려고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어요.
 
중간지원조직을 많이 만들기보다는 제대로 된 하나라도 만드는 게 필요해요. 외국의 유럽에서는 중간지원 조직에 대해 진짜 지원은 하되 개입하지 않아요. 물론 예산 사용에 대한 감사 같은 건 하겠지만 자율성과 권한이 어디까지 주어지는지 봐야 하는 거죠.
 
중간지원조직들도 행정과의 갈등이나 마찰을 통해 자기 영역을 확보해 나가야 하는데, 예산이 걸려 있다 보니 쉽지 않은 것 같아요. 그래서 그냥 중간지원조직을 만든다 이거는 아닌 것 같고, 만들 바에는 제대로 된, 정책별로 어떤 칸막이가 있는 게 아니라 통합적인 센터를 만드는 게 필요해요.
 
예를 들어 지속가능발전협의회 같은 곳을 보면 환경 관련 부서에 소속돼 있지만, 지속가능발전목표와 같이 경제·사회·환경 세 가지를 다 아우르고 있잖아요. 그나마 그곳이 좀 통합성을 가지고 운영되지만, 활성화된 지역이 많지는 않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