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참여예산제 활동가 인터뷰 ②] 김상철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2022-04-26
2011년 지방재정법 개정으로 전국 지방자치단체에서 주민참여예산제도 시행이 의무화된 지, 10년이 지났다. 그동안 참여예산은 지역 주민의 삶을 어떻게 바꿔왔을까? 주민참여예산을 활성화하기 위해 다양한 곳에서 활동해 온 시민사회와 참여예산 10년의 성과와 한계를 짚어보고, 향후 주민참여예산의 발전 방향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② 김상철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서울시 참여예산 도입 과정
 
서울시는 도입이 늦은 편이었다. 당시 조례도 제정되지 않아 2011년 9월 바로 실행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당시 담당 공무원이 참여연대나 희망공작소 같은 시민사회를 만나서 도와달라고 설득해서 소위 서울 참여예산 네트워크라는 팀이 만들어졌다. 
또 재미있던게 조례 제정과 동시에 제도 시행을 준비했는데 당시 시의회에서도 조례 제정안을 준비하고 있었다. 결국 행정부와 만들던 조례안보다 시의회에서 만들었던 것이 더 많은 내용을 담고 있어서 이를 기본으로 해서 조례가 제정되었고 4월부터 바로 제도를 시행하였다. 당시 초기 예산학교에 성인지 관련 내용이나 온예산이 들어간 것도 제도 초기 보궐선거로 당선된 시장의 지향을 정확하게 판단한 예산 담당 부서의 의지가 상당히 강하게 작용한 결과이다. 
아쉬운 부분은 서울시의 시민단체들이 참여예산제에 대해 무관심하지는 않았지만, 실제 시행에 대한 준비가 되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래서 제도 시행 초기에 몇 달간 행정에 끌려다닌 경향이 있었다.
 
참여예산 제도운영 위탁 사업에 대해서
 
참여예산제도의 성패는 사업부서와 기획부서의 역할 분담이 잘 돼야 한다. 참여예산 위탁사업이 어려운 이유는 행정의 위탁구조에 따라 실무부서의 밑으로 들어가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기획부서와 사업부서 조정과정보다 위상이 낮아지게 된다. 이 사업구조를 보면 민간이 사업부서와 협의해서 시민들의 의견을 효과적으로 조정하고, 집행까지 모니터링 하는 것이 이상적이만, 현실적으로 보면 사업부서보다 위상이 낮아지기 때문에 더욱 쉽지 않을 것이다. 
서울시의 경우 예산부서가 제도를 운영하였기 때문에 제도의 확산을 효과적으로 할 수 있었고, 참여예산 담당 부서가 있었기 때문에 효과적으로 사업부서와 조정할 수 있었다. 민간이 할 수 있는 것은 참여하는 시민들을 참여하지 않는 시민과 연결하거나 참여 시민과 행정의 거리를 좁혀주는 것이고 제도의 성패는 행정 내의 조정 능력에 맡겨 두는 것이 나을 듯하다. 
차라리 참여예산 부서를 만들고 개방직 직렬로 행정 내부화하는 것이 낫다. 행정 공무원들이 인사변경으로 인해 자주 바뀌어도 개방직 공무원이 경험을 축적하면서 중심을 잡아주면 제도를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을 것이다. 
2017년인가 전면적으로 제도 바꾸려고 했을 때 참여예산 실링액의 일정부분을 운영비(제도 연구, 운영)으로 편성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 사업비만 있고 운영비는 매우 소액이었는데 예산학교와 위원 수당 정도였다. 사실상 제도에 대한 투자가 없었다. 이는 초기에 참여예산제도를 구상할 때 운영비용에 대해 너무 방어적으로 고민한 탓이기도 하다.
 
 
제도 도입 초기의 성과와 한계
 
아주 구체적인 성과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없을 수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예산과 재정을 바라보는 관점이 바뀐 것은 분명하다. 예산이라는 영역이 너무 전문적이기 때문에 시민이 참여하는 것은 행정에서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현재는 분명히 그 인식이 바뀌었다. 
시민의 입장에서 더 이상 지방의원, 단체장을 쫓아다니지 않아도 지역의 문제가 생기면 참여예산 통로를 고민해 볼 수 있게 되었다. 그전까지 공공재원 배분은 개인적 로비 등 비공식적인 통로를 통해 이루어졌다면, 이젠 공개적인 절차를 통해 진행할 가능성이 생긴 것이 가장 큰 성과가 아닌가 한다. 시민과 행정 모두 예산을 바라보는 인식이 변하였다. 
아쉬운 점은 참여예산제도을 통해 혁신성을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는 부분이다. 참여예산이 그 자체로 뛰어난 제도긴 하지만 지역 정체성이 바뀌거나 지방정부가 혁신적으로 바뀐다거나 그런 것은 없는 것 같다. 오히려 생각보다 기존 행정에 잘 흡수되어 당혹스러운 면도 있다. 
기존의 예산 재정의 감시 운동에서 참여를 매개로 한 재분배 방식으로의 전환이 중요한 부분이다. 기존의 감시 영역에서 예산은 특정 대상의 영역이라는 인식이 있었지만, 참여예산을 운영하면서 예산에 대해 이제는 우리가 참여하면서 바꾸는 것이라고 인식이 변하였다. 이전까지 예산과 재정에 대한 우선순위는 행정의 우선순위였는데, 참여예산제도가 시행되면서 행정과는 다른 시민의 우선순위를 말할 수 있다는 점을 매우 주목해야 한다. 
제도 자체의 확산도 있지만, 그보다 참여 예산적 방법으로 다른 참여제도가 확산되고 있는 것도 의미가 있다. 서울시 청년자율예산의 사례와 같이 하나의 참여예산제도로 통합하는 것이 아닌 다양한 방법과 대상으로 참여제도가 운영되고 있다. 지역의 군 단위에서는 시민배심원 방식으로 군민평가단이 신규사업에 대한 평가를 통해 70점 이하 사업은 예산을 편성하지 않는 사례도 있다. 이런 시도의 근거는 참여예산에서 찾아볼 수 있다. 초기의 청소년 참여예산제도나 공론장 운영 등도 참여예산제도를 통해 예산과 재정에 대한 참여로 촉발된 결과가 아닌가 한다. 
위원회 모집 방식을 초기에 공개 추첨으로 하려고 했을 때 우려도 컸다. 공개 추첨이라는 방식과 사전에 예산학교를 수료를 의무화하는 부분에 대한 저항도 컸다. 왜냐하면 누가 참여하냐는 우려가 컸는데 결국 매년 참여자 수를 갱신하면서 이러한 방식이 가능하다고 증명했던 것도 굉장한 경험이었다. 공개추첨 방식을 통해 세대별, 성별 균형을 어느 정도 맞춰서 구성한 것을 통해 초기 세팅은 잘 되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참여예산 제도를 통해 지역적 사업이 아니라 의제 중심의 사업이 발굴되길 기대했다. 광역은 의제와 대상 중심, 지역적 사업은 자치구 참여예산을 통해 진행되길 바랐다. 하지만 초기 제안 단위가 개인공모방식으로만 진행되면서 의제 중심의 제안이 되기 힘들었다. 개인공모방식은 개인 생활 중심으로 고민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만약 제도 운영 초기에 상상력이 있었다면 다른 구상을 해볼 수 있었을 것 같다. 
관련하여 초기 서울시와 쟁점이 되었던 것은 사업 제안 단위에 단체 포함 여부였다. 행정 입장에서는 집단이나 단체를 사업 제안 대상으로 넣는다면 특정 단체의 이해추구행위로 이어질 것들 우려하였다. 사실 당시에는 제도에 대한 신뢰가 아직 없었기 때문에 좀 더 순수한 시민들이 참여해야 한다는 프레임에 갇혀있었던 것 같다. 지금이라면 사업을 제안하고 선정하는 과정이 공개적이고 투명하게 진행된다면 제안자가 의원이든 대통령이든 상관없다고 설득할 수 있을 것이다.
 
참여예산 참여인원의 고착화로 인한 딜레마
 
광주 북구의 경우 한국에서 초기에 참여예산제도를 운영했던 곳인데, 처음에 위원을 하셨던 분이 2018년인가, 2019년까지 위원을 하는 걸 보았다. 몇몇 지역의 경우 소위 참여의 독점이라는 경향이 강하고, 이러한 현상이 다른 시민의 참여를 막거나, 새로운 시도를 막는 걸림돌이 되는 것 같다. 참여예산 제도라는 것이 탄력성이 있어야 하는데 이러한 부분이 떨어지는 요인이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이 제도 운영을 오래 한 지역에서 기묘한 ‘역할에 대한 자임’이 발견된다. 아무래도 제도를 다른 지역보다 먼저 도입하다 보니 제도에 대한 애착이 강하게 남아 있기도 하다. 그런데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이런 지역에서는 행정이 위원들의 임기를 단축하고 물갈이하려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난다. 그러다 보니 1년 마다 인원을 바꾸는 지역의 경우 오히려 경험의 축적이 일어나지 않는 부작용이 발생한다. 
작년에는 충남 광역 사례에 관해 연구했었는데 자료를 보면 위와 같은 편향이 양, 극단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 같다. 행정은 새로운 시민들을 원하고, 참여한 시민들은 한 번의 경험으로는 만족하지 못하니 더 역할을 하고 싶어 하는 경향이 있다. 결국 이와 같은 두 경향이 상충하는 방식이 아니라 보완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제도를 만들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서울시 모델에서 가장 중요한 공개추첨 방식을 보면, 추첨을 통해 뽑는다는 것은 사실상 위원 횟수에 대한 제한이 없어야 한다. 임기의 연장은 기존 위원에게 의사를 묻는 것이 아니라 공개추첨을 통해 다시 뽑히면 자연스레 다시 위원 역할을 하는 것이고, 그러면 우연히 10년 동안 위원 역할을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처럼 추첨을 통해 자연스레 경험자와 신규 참여 시민이 함께 섞일 수 있을 텐데 현재의 제도는 일률적으로 임기나 연임을 제한하는 형태라 문제가 있다.
 
공개적이고 투명한 제도운영과 참여시민의 인식변화
 
행정에서 새로운 참여 시민에 대해서는 좀 더 쉽게 대하는 측면이 있다. 시민분들은 나름대로 위원으로서 자부심이 있으니 행정에 대해 강하게 이야기하는 경향이 있다. 초기 서울시 참여예산을 운영할 때 이 부분이 딜레마였다. 
경험이 없다보니 참여 시민들이 행정과의 파트너쉽이 형성되어 있지 않아 행정에 대해 고압적이거나 윽박지르는 경향이 많았다. 이는 행정이 시민들을 깔보고 있다거나, 중요한 사실을 이야기하지 않았을 거라는 선입견이 있다 보니 공격적인 방식으로 표출되었던 것 같다. 그래서 사업부서에서는 시의원보다 시민위원이 더 어렵다라는 말도 있었다. 2-3년 지나 행정과의 협업 경험이 쌓이고 상대방에 대해 인식하면서 신뢰가 생기면서 달라지는 것 같다. 
또한 한국사회에서 비치는 국회나 지방의회의 모습이 영향을 준 것도 있다. 더불어 논의를 기록하고 영상 촬영을 통해 전체를 회의를 공개하면서 조심하는 모습이 많아졌다. 이와 같은 논의 과정의 투명성과 공개성이라는 부분에 대해 시민분들이 수용하면서 본인들의 태도에 대해 객관화할 수 있게 되었다. 참여자를 바꾸는 것이 아닌 제도의 공개성, 투명성을 강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시민사회의 경로 의존성으로 인한 한계
 
사실 처음 참여예산제가 의무화되고 시행되면 이를 매개로 하여 지역시민사회가 활성화 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왜냐하면, 구체적인 자원이 있었고, 시민사회에서도 필요성에 대해 공감을 했던 제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적어도 지역마다 참여예산 네트워크 방식의 구조가 만들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는데, 지금 보면 광역단위의 네트워크가 있는 곳은 거의 없다.
예산 감시영역에서는 오랫동안 경험이 축적되고 그 영향이 강하게 남아 있는데, 왜 참여예산에서는 그런 성과가 남지 못했을까 하는 고민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예산 감시와 별도로 예산 편성과 관련해서는 분야별로 기존의 거버넌스 구조가 충분히 효과적으로 작동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생각이 있다. 예를 들어 환경 관련 단체는 직접 환경 부서와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역에 있는 단체일수록 구태여 참여예산 경로를 통하지 않아도 되고, 제도 자체에 관해서는 관심이 없기 때문에 참여예산제도에 대해 동기부여가 잘되지 않는 것 같다. 
한계이면서 성과는 광주, 인천처럼 참여예산을 매개로 하는 시민 자원과 역량을 만들게 되고 지원 센터처럼 가시적 성과를 만들어 낸 것은 성과이지만, 이를 긍정적인 방식으로만 볼 수 없는 한계가 있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아쉬움이 더 크다. 
시민사회에서 위수탁 사업 등을 통해 편성에 직접적을 참여하고 집행할 수 있는 경로가 생기면서 번거롭게 참여예산제도를 통해 시민들을 설득하기보다는 소수의 공무원과 직접 이야기하는 방식에 익숙해진 것 같다. 
시민사회단체는 참여예산제를 단순히 제안 사업을 편성하는 제도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들과 만나는 하나의 경로로 이해를 해야 한다. 시민단체에서 참여예산를 통해 단체의 전문성을 어필하고 회원 조직 등을 강화할 수 있는 방식으로, 단체의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따라서 단체마다 전략적 목표를 가지고 참여예산제도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 시민단체의 참여 동기가 시민들과 꼭 같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시민사회의 참여예산제도 개입 전략
 
요즘 고민하는 있는 부분은 제도 운영의 부분이 아닌 제도 컨설팅과 관련된 섹터를 발굴해서 지속 가능한 재원구조를 만들 방법에 대한 것이다. 지금 서울시의 경우 중간지원조직의 함정에 빠졌다고 생각한다. 일자리를 통해 지속가능성을 보장한 것은 맞는데, 반대로 중간지원조직이 취약해지면 그 자체의 존속이 가장 중요해지게 문제가 된다. 따라서 역설적으로 (제도 기반이) 기묘하게 취약해지는 것이다. 행정과의 협업을 통해 자원이 계속 공급되면 엄청난 힘을 발휘할 수 있지만, 제도가 공격받을 때는 굉장히 위축된다. 그래서 저는 참여예산이나 공공자원에 대해 직접 운영이 아닌 컨설팅 영역으로 고민해보았다. 
미국에 있는 PB네트워크와 같이 전국적으로 참여예산 네트워크라는 기구가 만들어지고, 여기를 통해 전국에 있는 지자체의 제도 컨설팅과 운영 관련 지원을 해주는 방식이다. 한 지역에 독점적으로 참여예산제도를 운영해 주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파일럿 프로그램을 실행해 주면서 제도 운영의 다양한 사례를 축적하는 방식으로 활동하는 방식을 고민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지자체에서 협력 요청이 오면 초기 제도 운영에 대한 파일럿 프로그램을 안착시키고 빠진다면 지역단체들의 활동을 막는 방식이 아니면서도 행정으로부터 좀 더 자유롭게 제도 확산을 실험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또 하나의 경로는 행안부에서 참여예산 전담부서를 만들면 공무원 자리를 지원해 주겠다고 하는데, 이를 개방직으로 운영하여 지역에서 오랫동안 활동하신 분들이 그 자리에 들어가서 행정 경험을 쌓는 방법이 있을 것 같다. 
참여예산을 매개로 신규활동가들이 많아져야 하는데, 사실 예전이나 지금이나 참여예산에 관해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이 부분은 크게 반성해야 한다. 결국 새로운 인원 유입을 위해 자원을 만들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 기존의 중간지원조직과 같은 형태가 아닌 해외와 같은 새로운 네트워크 모델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한편 해외의 경우 참여예산센터도 대학 등과 잘 연계되어 있는데 한국은 그렇지 않다. 진지하게 다루는 학교도 없을뿐더러, 관련 연구를 진행하는 학자들도 어떻게 보면 시민참여 방식에 대해 부정적인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다. 
세계적으로보면 참여예산제도는 확산하는 추세이다. 그리고 학술적 성과들도 꾸준히 축적되고 있지만, 한국의 경우 이런 연구성과가 거의 없다. 일본의 경우 교통권과 관련하여 민간에서 학회를 만들어 담론을 확장하였는데, 한국에서도 참여예산과 관련한 연구자와 활동가를 묶어 학회를 만들었어야 했느냐는 생각이 든다. 사실 연구자 입장에서는 학계에 자리 잡기도 어렵고, 현장에 들어가기도 어렵기 때문에 참여예산을 연구할 메리트가 없다.
 
지난 10년에 대한 기록과 평가가 필요하다
 
참여예산제도는 직접 예산을 할당하는 가장 구체화 된 제도이다. 제도에 대한 유행이 있다고 하지만 어떠한 방식이든 예산 할당은 필요한 부분이다. 참여예산은 예산을 배분하는 매우 효과적인 플랫폼이고, 이를 통해 모든 혁신 정책을 실행할 수 있다. 그런데 오히려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못하는 것은 기존의 분야별, 부문별 거버넌스에 익숙한 관행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광주광역시에서는 광장 예산이라는 것을 도입해서 참여예산과 경쟁시킨 적이 있었다. 서울시에서도 혁신 정책 한마당과 같은 제도를 운영한 적이 있었다. 각각의 제도가 나쁜 것은 아닌데 기존의 참여예산 제도와 경쟁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여러 경로가 있는 것뿐이다. 그런데 행정에서는 마치 다른 제도처럼 경쟁을 시키는 것을 보고 참여예산도 일종의 특정 섹터로 굳어진다면 행정과 시민들이 금방 외면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는 시민사회 기반으로 지난 10년의 성과 등을 기록하고 평가하는 것은 목적 의식적으로 해야겠는 생각은 든다. 행정학자에 의해 지나치게 왜곡된 것도 있고, 행정에 의해 곡해되고 있는 부분도 있다. 특히 행안부 우수사례에 선정 등에 대한 불만도 무척 크다. 왜 그런 사례들이 우수사례인지 잘 모르겠는데, 시민사회 관점에서 회복해야 할 것도 있는 것 같다. 
저는 참여예산 제도가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다. 사실 한국의 참여예산제도의 도입배경은 보수 정부에 의해 지방정부의 재정 통제 목적으로 도입되었는데, 참여예산제도를 어떻게 이해하고 그런 목적으로 도입했을까 의아할 정도이다. 주민들을 통해 지방 정부의 예산을 감시하고 통제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를 참여예산제도로 운영할지는 꿈에도 몰랐을 거다.
사실 참여예산제도 운영의 또 다른 날개가 예산 낭비 감시단이다. 현재 행정에서 이 제도를 별로 활성화하지 않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지역 시민사회에서 예산 반영의 경로로 참여예산제도를 활용하고 지자체 예산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경로로 예산 낭비 감시단이라고 하는 제도를 활용하는 같이 쓰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대구광역시의 사례를 주목하면 좋겠다. 참여예산을 경험했던 시민분들을 예산 낭비 감시단으로 위촉하고, 이 경험을 하셨던 분들을 다시 참여예산으로 올 수 있게 하면 감시와 참여를 모두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참여예산와 예산감시단을 겹쳐서 시행했다. 결국, 참여예산을 경험했던 시민분들이 얼만큼 지역의 활동가로 재생산될 수 있느냐가 앞으로 매우 중요한 과제가 될 것 같다.
 
예산제도에 대한 시민들의 진입장벽은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제가 시민교육 때 항상 강조하는 것이 참여예산 어렵지만 한 번 경험하면 모든 것이 예산으로 보인다는 이야기다. 예산이나 재정을 통해 행정을 본다는 것이 유용하다는 것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거기까지 가는 문턱은 좀 높지만 전 그 부분은 확신한다. 
개인적으로 지금 있는 현행 예산 재정제도 자체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제도가 행정의 수단이나 도구로만 작동하기 때문에 문제이다. 그래서 저는 시민들에게 지금까지 고도화된 예산 재정제도를 잘 설명하고, 그들이 제도를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한다. 
시민들이 바로 공무원이 될 수 있으면 된다. 예산과 공무원이 될 수 있을 정도로 시민들이 예산 관련 자료를 볼 수 있다면 행정이 정말 시민을 무서워하지 않을까 한다. 
예산과 제도의 연성화, 그러니까 시민들이 이해하기 쉽게 볼 수 있도록 전문용어 등을 사용하지 않고 설명하는 방안을 고민하시는 분들도 있다. 저는 그런 방식은 당장은 쉽게 접근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한계가 있을 거로 생각한다. 이 부분은 관점과 가치관의 차이가 있을 것 같다. 저는 지향 자체가 시민이 전문 관료를 대체할 수 있어야 하고 그것이 참여제도의 지향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현행 예산 재정제도가 가진 유효성을 전제로 시민들이 그 자리로 올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있다.
 
참여예산제와 주민자치회의 결합?
 
저는 참여예산제와 주민자치회와의 관계에 대해 참여 예산제가 주민자치회로 편입되는 것이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주민자치회가 더 고도화되기 위해 참여예산이라고 하는 플랫폼을 활용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구체적으로 기존의 주민자치회나 위원회가 가진 권한이 참여예산적인 방식으로 확장되고, 핵심은 사업의 결정권 자체가 참여예산 수준으로 높아지는 것을 의미한다. 
이전에 이야기했던 부분 중 하나는 주민자치회의 가장 취약한 부분은 참여예산제가 가지고 있는 사업 선정방식과 같은 정당화 구조가 없는 경우라는 부분이다. 서울시 참여예산은 못해도 10만 명의 시민이 투표해서 선정하는데 그 결과를 누가 부정할 수 있는가. 그러니까 지역에서도 온라인 투표를 도입해서 몇 만명이 참여한다면 이것을 부정할 수 있는 행정이나 의회는 없다. 
하지만 주민자치회가 사업 선정과정을 독점한다면 행정에서 뒤집힐 수 있으니 참여예산 방식처럼 온라인 투표와 같은 방식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실제 의미가 없더라도 공개적으로 그런 과정을 거치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야기를 많이 한다. 그런데 현장에서 비용이 많이 든다는 것과 같은 오해가 있다. 사실 그렇게 하면 행정을 이기지 못한다. 
현재 코로나 19 등으로 주민총회 등이 요식화 되니까 결과에 대해 공무원들이 별로 두려워 하지 않는다. 그런데 저는 서울시 참여예산제도가 그나마 의회를 꺾을 수 있었던 힘은 투표라고 생각한다. 다 의원 본인들이 받은 투표수보다 많은 사람들이 참여예산에 투표했는데 어떤 시의원이 그걸 건드릴 수 있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