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리티를 지향해 변화를 일구어내길, 신영복 선생님과의 대화

2009-11-20
지난 11월 18일 저녁, '다정한 공간' 성미산마을극장에서 신영복 선생님과 함께, 숲으로 가는 길을 이야기했습니다. 열린특강 <개념있는 시민학교>의 첫번째 시간이자 연속세미나 <소셜 네트워크와 우리> 네 번째 시간이기도 했던, 무엇보다도 신영복 선생님께서 직접 이름도 지어주시고 터 닦는데에도 도움을 많이 주셨던 <시민공간 나루>에서 처음 갖게된 특별한 강연이었지요.

참 많은 분들이 찾아오셨더랬습니다. 시민학교 세미나 멤버들과 함께하는 시민행동 회원, 시민공간 나루 식구들, 성미산마을분들, 더불어숲 분들, 그리고 신영복 선생님 강연 듣고싶어서 물어물어 찾아오신 시민 여러분. 결국 강연 전날부터는 신청을 거절해야 하는 상황이었어요. 여기저기 알리느라고 한동안 포스터들고 전화통붙잡고 뛰긴 했어도,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함께하는 시민학교로서는 생각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장소가 협소해 참 아쉬웠어요.

그리고 이날 일찌감치 도착하셔서 차분히 강연시작을 기다리시던 신영복 선생님. 잠깐 대기실에서 말씀을 듣다보니 최근 한창 진행중인 전국 순회 강연의 여운이 많이 느껴지더군요. 자꾸 사양하기 어려워 잘 안하시는 대규모 강연을 한꺼번에 하게 되셨다는데, 그렇게 수많은 사람들이 뵙고 싶어하는 선생님을 이렇게 작은 공간에 독점하듯 모시는 게 송구스러웠어요. 하지만 시민학교만이 아니라 시민공간 나루와 성미산마을의 실험에 마음을 보태어주시려는 뜻이라고 지레 짐작하며 마음을 쓸어내렸습니다.

이윽고 시작된 강연. 공간이 아담해서 그런지 차분하지만 편안한 분위기 속에 진행되었습니다. 현장에선 잘 몰랐는데, 다시 영상과 녹취록을 살펴보니 말씀하신 다양한 에피소드들 속에 꾸준히 강조하신 줄기가 있었습니다.
마이너리티가 됩시다. 중심부는 완고한 보수적 문화 속에서 새로운 사고가 나오지 않습니다. 마이너리티의 창조성에 주목해야 합니다. 중심부를 향한 허망한 콤플렉스를 버리고, 자부심을 갖고 숲으로 갑시다. 혼자가 아니라 함께. 우정은 음모입니다. 은밀한 것을 공유하고 비참한 처지에 함께 해주는 것입니다. 우정이 있는 숲. 자유로운 숲을 도처에 키워내야 합니다. 개념있는 시민학교, 그런 새로운 개념의 시민학교를 고민하면 좋겠습니다. 책이 아닌 머리에서 가슴, 가슴에서 발로 가는 먼 여행을 통해서.. 이렇게 공부하면 지겹지 않습니다. 자기의 변화가 있는 학교, 약속하고 격려하는 장소는 매우 의미있습니다. 리더십이 아닌 펠로우십, 더 나아가서 팔로우십이 좋습니다. 열 사람이 한 걸음. 여럿이 가면 길은 뒤에 생겨납니다. 자주 만나서 우정을, 음모를 돈독히 해요.


서두에 다정한 공간이니 대화를 많이 하자시던 선생님은 아니나다를까 예정보다 더 긴 이야기를 나누어주셨고, 또 그만큼 긴 시간 참석자들의 질문에 답하며 대화를 이어가셨습니다. 그 자리에 있었던 모두가 따뜻한 우정에 둘러싸인 하나의 숲이 되어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마음이 담긴 강연으로 시민학교가 우정이 있는 숲이 되도록 격려해주신 신영복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성미산마을극장의 아기자기한 좌석이 불편하시기도 했을테고, 춥기도 하고 피곤하기도 하였을텐데 오래 귀기울이고 메모하고 대화에 참여하신 참석자분들께도 감사합니다. 열심히 진행을 도와주신 자원활동가분들께도요. 우리 자주 만나고, 우정을 쌓기로 해요. :)

※강연의 전문 녹취록과 정리된 글은 조만간 별도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열린특강 [개념있는 시민학교]는 다음 주 화요일 24일 저녁, '나눔 - 변화를 꿈꾸는 새로운 상상력'이라는 제목으로 윤정숙 아름다운재단 상임이사님과 함께 두 번째 시간으로 이어집니다. 더불어 연속세미나 [소셜 네트워크와 우리]는 수요일 25일 저녁, '소셜 네트워크와 판타지, 그리고 현실'이라는 제목으로 심리학자 장근영 님과 함께 네번째 시간을 갖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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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특강 - 개념있는 시민학교

개념을 상실한 시대, 개념을 찾아주자!
신영복, 윤정숙, 이필상, 김종철.. 지혜로운 선생님들과 함께하는
우리 사회 개념탑재 프로젝트

열린 특강 <개념있는 시민학교>

11/18 수 [성찰] 숲으로 가는 길 _신영복
11/26 화 [나눔] 변화를 꿈꾸는 새로운 상상력 _윤정숙
12/03 목 [경제] 경제, 어떻게 하면 살아날까 _이필상
12/10 화 [녹색] 모두를 위한 녹색 _김종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