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인문학 "풀뿌리민주주의와 생활" 강좌...지극히 개인적인 짧은 후기

2010-05-10
36년이란 인생을 살면서 정치에 대해서 길게 생각해본 적은 없습니다.
정치에 대한 생각이 드는 건 가끔 보게 되는 정치관련 멀티미디어(라고 해봤자 영화와 만화)가 전부였고
선거때 마다 집안의 고정행사였던 '누굴 찍어야 좋을까' 밤샘토론 뿐이었습니다.

그런 차에 우연하게 반강제로 듣게 된 이번 강좌는 정치가 먼 곳의 다른 사람의 이야기가 아닌 내 삶과 밀접하게 관련된 우리 이야기란 느낌을 갖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1강은 역사와 공동체속에서 정치이야기를 절묘하게 엮여주셨습니다. 3.1운동이나 과거 지역공동체속에서 펼쳐졌던 이야기들이 흥미진진하게 다가왔습니다. 특히 독립운동기간에 펼쳐졌었던 촛불집회의 원형인 '횃불집회'같은 이야기는 쉽게 생활정치가 무엇이고 어떤 형태로 진행해왔는 지를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2강은 과천 시의회 의원으로 재직중이며 현재 유일한 풀뿌리 시민의원인 서형원의원이 '풀뿌리 정치 현장 이야기'를 실제 본인이 체험한 이야기들로 채워주셨습니다. 실제 선거에 나가서 어떻게 소통했으며 시민들이 어떻게 인식을 하고 있는 지에 대한 놀라운 사례들이 나왔습니다.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도 선거에 나가면 저렇게 해봐야겠다' 라는 생각이 들을 정도로 좋은 정책과 그것을 실현하는 과정에 대해 재미지게 말씀해주셨습니다.

3강을 진행중이신 이기호 교수님.
1~2강이 국내정치의 모습이었다면 3강은 해외(딱 집어말하면 일본)의 생활정치 사례를 볼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이기호 한신대 교수님의 차분하면서 팩트있는 내용에 촬영을 하는 내내 고개를 끄덕이는 자신을 볼 수 있었습니다. 사례로 나왔던 '생협 조합원들이 오랜 시간 만들어온 생활정치의 모습'에서 우리도 저런 일들을 펼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바램 또는 목표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빠르게 변화시키기 보다는 토양부터 만들어가는 그네들의 모습에서 우리판이 가지고 있어야 할 연속성과 지속가능성의 힌트를 찾았습니다.


아쉽다는 생각도 들지 않을만큼 금방 다가온 마지막 4강 '정치적인 것'과 인간생활 이란 주제로 나종석 연세대 교수님이 강의를 해주셨습니다. 정치적인 것이 무엇인가, 정치란 무엇인가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하셔서 '공동체 구성원과 공동체로서 정치'와 다양한 역사적 인물들이 제시하고 논했던 '개념과 주의'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저는 점점 위축되어갔습니다.

마지막 강의를 통해 전체 강좌에 대한 내용이 머리속에서 정리가 되면서 지난 세월동안 내 자신이 어떤 의미로 정치를 생각하고 있었고 정치에 대한 절반쯤의 포기상태로 있었다는 것에 자책과 후회를 했기 때문입니다.

숨막히는 답답하게 느껴졌던 정치, 정책과 사람이 아닌 당을 보고 뽑는 시대에 실망했던 본인에게 작은 빛을 안겨준 4분의 선생님께 이 글을 통해 다시 한번 감사드리며 짧은 후기를 마칠까 합니다.



P.S 또다른 후기가 궁금하시다면 성미산마을 뉴스레터(클릭!) 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