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토) 제5차 범국민행동이 열리기 전 오후 1시 시민행동은 서울역사박물관 앞에서 '모두의 간담회-시민이 권력이다. 시민의 명령을 따르라' 야외간담회를 준비했습니다. 하지만 반가운 첫눈으로 인해 야외 행사 진행이 여의치 않게 되면서 찾아주신 회원 시민들과 함께 인근 커피숍으로 들어가 간략하게 간담회를 진행했습니다. 기상 악화로 인해 많은 분들이 참여하시지는 못했지만, 나쁜 날씨를 무릅쓰고 함께해주신 여러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기상악화로 인해 참석자들이 실내로 들어간 가운데 홀로 약속장소를 지키고 있는 현수막
시민행동이 간담회를 준비한 것은, 현 정부에 의해 저질러진 총체적 국정농단은 단지 몇몇 권력자와 비선실세들, 그리고 그들 주변 사람들을 처벌하는 것만으로 바로잡을 수 없다고, 우리 사회의 여러 시스템들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대통령의 퇴진과 진상규명 못지 않게 향후 우리 사회의 시스템을 어떻게 바꾸어나가야 할 지를 얘기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에 간담회를 마련했습니다.
그 중에서도 이 날 간담회에서는 먼저 정치개혁과 검찰개혁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자 했습니다. 그래서 두 분의 초대손님을 모셨습니다. 비례민주주의연대의 하승수 대표님과 부장검사 출신의 국민의당 김경진 국회의원께 각각 정치개혁과 검찰개혁에 관한 의견을 듣고 참석자들과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다음은 두 분의 말씀을 임의로 요약한 것입니다.
하승수 대표: 광장에 나온 시민들이 원하는 것이 단지 대통령의 퇴진만은 아닐 것이다. 우리 사회에 개혁해야 할 영역이 매우 많다. 검찰은 물론, 재벌개혁, 언론개혁, 행정개혁 등등. 각각의 영역에서 개혁의 구체적인 방향도 이미 많이 얘기되었다. 그럼에도 실제로는 제대로 시도조차 안 되고 있다. 의사결정 과정에서 이같은 개혁 방향들이 채택이 안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민의 뜻을 반영하는 정치개혁이 중요하다. 87년 6월에도 시민들이 독재정권을 무너뜨렸지만 그 다음에 정치의 공간은 군부독재 세력의 잔재들과 무능한 야당들이 차지했다. 이번에는 남 좋은 일 시키는 게 아니라 챙길 걸 챙기는 게 중요하다.
시민들이 말하는 제대로 된 정치를 위해서는 선거제도 개혁이 가장 중요하다. 한국의 선거제도는 매우 문제가 많다. 선거연령도 인하되어야 하고 선거운동의 자유되 확대되어야 한다. 그 중에서도 선거제도 개혁의 핵심은 정당의 득표율대로 의석수를 나눠주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다. 이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우리가 부러워하는 유럽의 국가들은 다양한 정당이 국회에 들어가므로 어느 한 정당, 어느 한 사람이 국정을 멋대로 좌지우지하고 비선이 존재하는 게 어렵다.
서로 토론중인 두 발표자 (왼쪽: 김경진 의원, 오른쪽: 하승수 대표)
김경진 의원: 신임검사들 교육할 때 검사의 본래의 임무는 큰 악과 부패를 척결하는 거라고 한다. 그 중에서도 대표적인 큰 악은 살아있는 현재 권력의 범죄를 처벌하는 거라고 얘기한다.
검찰이 권력에 취약한 이유로는 크게 세 가지 요인이 있다. 우선, 검사들이 강렬한 소명의식 없이 보통 사람들처럼 사욕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특히 예전에는 검사를 그만두더라도 변호사로 잘 살 수 있었지만 요즘은 변호사 개업이 만만한 일이 아니라서 검사들이 그만두기를 매우 두려워한다. 둘째, 청와대가 검찰 인사를 좌우할 수 있다. 특히 박근혜 정부에서는 채동욱 검찰총장 쳐내는 것에서 보여주듯이 매우 악랄한 방식으로 검찰을 탄압해서 검사들이 극도로 위축되었다. 마지막으로 청와대에 검사가 파견되어서 권력의 검찰 장악에 기여하고 그 공로로 다시 검찰에 복귀해서 승승장구하는 잘못된 인사관행이 정착되었다. 특히 이 정부에서는 우병우라는 걸출한 사람이 나타나서 효과적으로 검찰을 장악했다.
근본적 문제가 권력의 인사권 남용인데 개혁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대통령의 인사권을 제한했을 때 현재도 강한 검찰권력이 더 강해지면서 무소불위의 기관이 되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대안의 하나로 지방검사장 직선제가 논의되는데 현행 헌법 상에서는 위헌 논란이 있을 수 있다. 그래서 대안으로 검찰 인사를 전담하는 인사위원회를 두고 이 인사위원들을 민주적으로 선출하는 방식이 얘기되기도 한다. 한편 청와대에 검사가 파견되는 문제는 청와대에서 근무한 검사는 향후 몇년간 검찰에 복귀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정을 두면 해결할 수도 있을 것이다.
두 분의 여는 이야기에 이어 참석한 분들과 자유로운 토론이 이어졌습니다. 여러 개혁 중 우선순위에 관한 이슈, 개헌 이슈, 시민 참여, 특히 지역 주민들의 직접 참여에 관한 이슈, 지난 대선에서의 개표 부정 의혹 등 다양한 이슈가 제기되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개헌과 선거제도 개혁에 관한 관계에 대한 논의에서는 미묘한 입장 차이들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하승수 대표는 내각제나 이원집정부제 같은 개헌도 고려해볼 여지가 있지만 선거제도 개혁이 전제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는 의견을 제시한 반면, 김경진 의원은 기성 정치권 입장에서는 선거제도 개혁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는데 그들이 선거제도 개혁에 동참하게 하기 위해서라도 개헌 논의를 활용해야 한다는 현실론을 제기했습니다. 그럼에도 모든 참가자들이 선거제도 개혁이 필수적이라는 데는 공감을 이루었습니다.
시민행동은 이후에도 재벌, 관료, 언론 등 이번 국정농단 사태에서 발견된 우리 사회 각 분야의 시스템적 문제들을 지적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기회를 계속 마련하려 합니다. 회원 및 시민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리겠습니다.
지난 26일(토) 제5차 범국민행동이 열리기 전 오후 1시 시민행동은 서울역사박물관 앞에서 '모두의 간담회-시민이 권력이다. 시민의 명령을 따르라' 야외간담회를 준비했습니다. 하지만 반가운 첫눈으로 인해 야외 행사 진행이 여의치 않게 되면서 찾아주신 회원 시민들과 함께 인근 커피숍으로 들어가 간략하게 간담회를 진행했습니다. 기상 악화로 인해 많은 분들이 참여하시지는 못했지만, 나쁜 날씨를 무릅쓰고 함께해주신 여러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