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연금개혁을 위한 논의 2]연금개혁방향-지속가능성과 소득보장강화, 외면하면 안 된다

2024-05-09

함께하는 시민행동에서는 국민연금의 도입과 활성화는 국민의 노후 생활의 안정성을 위해 굉장히 중요한 제도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현재의 제도 운영으로는 연금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논란이 지속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입니다.

지난주에는 1차로 지난 국민연금개혁을 위한 공론화위원회의 과정과 결과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살펴봤습니다.

지난글보기 : [연금개혁을 위한 논의 1]2024년 국민연금개혁을 위한 공론화 결정 평가

이번에는 그 두번째 얘기로, 국민연금개혁의 방향과 내용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필자는 현재 함께하는 시민행동의 대표이신 김태일 공동대표(고려대 행정학과 교수)입니다.
건전하고 다양한 논의가 이루어지는 시작점이 되길 기대합니다.


1. 향후 국민연금 개혁 방향은?


공론화위원회의 선택이 끝났으니 예정대로라면 국회가 그 결과를 반영하여 개혁안을 만들고 이번 21대 국회 임기 내에 통과시켰어야 했다그러면 2년 가까이 끌었던 연금 개혁은 성공하고 이번 정부가 내세운 3대 개혁 중 연금 개혁 과제는 완수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일은 그렇게 진행되지 않았다. 국민연금 개혁안의 21대 국회 임기 내 처리는 결국 불발됐다.

전술했듯 연금 개혁 논의는 국민연금 재정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 때문이었으므로 ‘개혁안’이 되려면, 최소한 재정안정을 위한 방안이 담겨야 한다. 대안1을 선호한 민주당 측에서도 원안대로 개혁안을 만드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하여 절충안인 보험료율 13%에 소득대체율 45%를 제시하였다. 대안2를 선호한 여당 측에서는 보험료율 13%에는 동의했지만, 소득대체율은 조금 더 낮은 43%를 제시하였다. 양쪽의 차이인 소득대체율 2%포인트를 끝내 좁히지 못한 채, 21대 국회 연금개혁위원회는 종료되었다.

이제 연금 개혁의 공은 22대 국회로 넘어갔다. 21대 국회에서 개혁안이 완성되지 못한 것은 아쉽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22대 국회는 21대 국회처럼 촉박한 일정에 쫓기지 않으므로, 좀 더 충실한 개혁안을 만들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향후 22대 국회에서든 만들어질 개혁안은 어떤 내용을 담아야 할까? 전술했듯 이번 공론화 과정을 통해 드러난 시민의 뜻은 ‘소득보장’과 ‘재정안정’이 둘 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국민연금 개혁안은 어떤 내용을 담아야 할까? 내가 생각하는 개혁안의 방향과 내용을 얘기하려면, 우선 나는 왜 대안2을 지지했는가부터 시작해야 한다.

 

1) 대안2를 지지한 이유

나는 예전부터 이번 국민연금 개혁에서는 재정 안정화(지속 가능성 확보)와 보장성 강화가 모두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행대로라면, 국민연금은 도저히 지속 가능하지 않으며, 앞으로도 국민의 노후보장을 위한 든든한 버팀목 역할은 요원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국민연금 개혁에서 둘 다 이뤄야 한다는 데는 나뿐만 아니라 대다수 전문가가 동의한다. 그리고 이는 공론화 과정을 통해서 확인된 것이기도 하다.

 

(1) 지속 가능성

내가 대안2를 지지한 것은 이를 전적으로 찬성해서가 아니다. 대안1과 대안2는 둘 다 완성된 개혁안이 아니다. 개혁의 첫걸음일 뿐이다. 완성된 개혁안이 되려면 둘 다 상당한 양의 추가 조치와 보완이 이뤄져야 한다. 다만 둘 중 어느 쪽을 첫걸음으로 택하느냐에 따라 개혁의 방향이 달라지고, 그에 따라 완성된 개혁안이 내용도 달라진다.

대안1은 연금 지속 가능성 확보가 매우 어렵다. 우리처럼 고령화율이 급속히 높아지는 인구구조에서 국민연금이 지속 가능하려면, 결국 각 세대가 낸 것(+기금 운용 수익)만큼 받는 구조가 되어야 한다. 그러려면 소득대체율 50%에서는 보험료율이 19% 정도 되어야 한다(이것도 기금 운용 수익률이 제법 높고 연금 수급 연령도 65세보다 상향된다는 가정에서이다). 대안1은 보험료율로 13%를 제시하였다. 보험료율이 13%면 차액인 6%포인트에 해당하는 재원은 다른 방법으로 마련해야 한다. 보험료가 아닌 대안은 결국 국고 투입이다. 작년(2023년)의 국민연금 보험료 수입은 58.4조 원이었다. 9% 보험료율에서 58.4조 원이니 6%면 39조 원이다. 이 정도의 재원을 매년 국고에서 투입할 수 있겠는가.

숙의 과정에서 대안1을 지지하는 측은 국고 투입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그런데 당장 혹은 단기간 내(예. 5년 또는 10년의 기간을 두고 매년 조금씩 상향) 투입하는 대신, 기금소진 이후 또는 그보다는 이를 시점이더라도, (현재보다는 한참 뒤일 것이 분명한) 중장기인 투입을 제안했다. 하지만 이런 소극적인 국고 투입으로는 재정 지속 가능성 확보가 불가능하다.

2050년 이후에는 우리의 고령화율은 40%가 넘어서 세계 최고 수준이 될 전망이다. 고령화율은 국민연금뿐만 아니라 건강보험, 장기요양보험, 기초연금 등의 지출도 늘린다. 당시의 조세와 사회보험료를 합친 국민부담률은, 아무리 보수적으로 추정해도 GDP 대비 40%가 훨씬 넘게 된다.

보험료든 국고 투입이든 일찍부터 재원을 투입해서 기금 적립금이 쌓여 있으면, 운용 수익으로 상당한 재원을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재원의 조기 투입을 미뤄서 적립금이 감소하고 결국 소진되면 기금 운용 수입이 없으니 급여 지출 재원을 보험료 또는 국고 투입으로 마련해야 한다. 기금소진 이후 50% 소득대체율에서 급여 지출을 보험료 수입만으로 충당하려면 보험료율은 30%가 훨씬 넘어야 하며, 최고 43% 정도가 되어야 한다. 이는 받는 것보다 훨씬 많이 내는 것인데, 현실성이 없다. 보험료로 일부, 가령 20% 정도를 걷고 나머지는 국고 투입으로 충당하는 것도 현실성 없기는 마찬가지다. 연금을 제외해도 지출해야 할 데가 많은데 그렇게 대규모의 국고를 연금에 투입하는 것이 가능하겠는가.

 

정리하면, 국민연금이 지속 가능하려면 상당한 규모의 기금 적립금이 유지되어, 이의 운용 수익으로 상당한 정도 급여 지출에 필요한 재원을 충당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가능한 빨리 수지 균형을 맞추는 수준의 재원을 (보험료를 통해서든 국고 투입을 통해서든) 확보해야 한다. 이는 대안2에서도 마찬가지다. 다만, 대안2에서는 소득대체율이 40%이기 때문에 수지 균형을 맞추는 수준의 재원 규모가 작다. 소득대체율 40%는 50%보다 1/5이 낮으므로 그만큼 필요한 재원 규모도 줄어든다.

5차 재정추계의 분석에 따르면 40% 소득대체율에서는 (기금 운용 수익률을 높이고 수급 개시 연령도 상향한다는 전제하에) 15% 정도의 보험료율이면 낸 것(+운용 수익)과 받는 것의 균형을 이룬다. 대안2에서는 보험료율을 12%로 올린다고 했으니, 3%포인트 정도가 부족하다. 보험료율 3%면 19.5조 원 정도이다. 이 정도의 재원을 국고 투입으로 마련하는 것 역시 쉽지는 않다. 하지만 대안1의 부족분인 39조 원 마련보다는 가능성이 높다.

 

(2) 보장성 강화

내가 대안2를 지지한 것은 재정 안정화 때문만은 아니다. 보장성 강화 측면에서도 나는 대안1보다 대안2를 선호한다. 실제 소득대체율, 즉 본인 소득 대비 연금 급여액 수준은 ‘지급률×가입기간’에 의해 정해진다. 지급률은 1년 가입했을 때의 연금 급여의 소득대체율을 의미한다.

연금 급여액을 높이려면 지급률이나 가입기간을 높여야 한다. 전술했듯 소득대체율이 40%라는 것은 가입기간 40년을 가정한 것으로, 이때의 지급률은 1이다. 소득대체율을 50%로 상향한다는 것은 지급률을 1.25로 높여서 40년 가입했을 때의 소득대체율이 50%가 되게 한다는 것이다.

나는 연금 급여액 늘리는 방법으로서 지급률보다는 가입기간 높이는 것을 선호한다. 우리의 공적연금 급여액이 다른 나라보다 작은 주된 이유는 가입기간이 짧기 때문이다. 유럽 국가의 가입기간은 평균 35년이 넘는다. 우리는 아직 20년이 채 안 되며, 30년 뒤에도 25년 정도에 머물 전망이다. 연금 급여액은 가입기간에 비례한다. 우리의 가입기간이 20년이 아니라 유럽처럼 35년이라면 연금 급여액은 지금의 1.75배가 되었을 것이다.

왜 우리는 연금 가입기간이 짧은가? 현행 가입기간이 짧은 데는 국민연금이 늦게 도입된 탓(국민연금이 전 국민을 커버한 것은 2000년부터이다)도 있다. 하지만 30년 뒤의 예상 가입기간도 25년에 불과한 것은 왜일까? 우리의 생애 근로기간이 유럽 사람들보다 짧을까? 아니다.

가입기간 늘리는 것은 저절로 되는 것이 아니다. 정부의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고 이를 위한 재원도 소요된다. 현행 59세인 가입기간 상한 연령을 64세로 높이려면, 그때까지 일하고 보험료를 낼 수 있는 근로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 군 복무나 출산·육아 등으로 일하지 못하게 되어 보험료를 내지 못하면, 정부가 대신 내줘야 한다. 저소득으로 인해 보험료 납부가 부담되면 일정 부분 지원이 필요하다. 이런 것들은 유럽에서는 대부분 하고 있는 정책들이며, 그 덕분에 가입기간이 우리보다 훨씬 긴 것이다.

이런 가입기간 연장 정책에는 재원이 필요한데, 이는 보험료로 충당할 수 없으니 국고를 투입해야 한다. 유럽 국가들은 공적연금 재원으로 보험료 이외에 상당 규모의 국고를 투입하는데, 대부분 가입기간 연장에 사용된다.

동일한 국고를 연금 급여액 높이는 데 사용한다면, 가입기간 연장에 사용하는 것이 소득대체율 높이는 데(지급률 높이는 데) 사용하는 것보다 효과적이며 형평성도 높다. 가입기간 연장 정책에는 보험료 전액을 정부가 내주는 것도 있지만(예. 군 복무나 출산·육아 크레딧), 일부는 정부가 지원하고 나머지는 본인(또는 고용주)이 부담하는 것도 많다. 이를 감안하면, 동일 재원을 사용할 때 가입기간 연장이 좀 더 효과적일 것으로 판단된다.

무엇보다 가입기간 연장은 지급률 상향보다 형평성이 높다. 앞서 소득대체율을 40%에서 50%로 높일 때, 40년 가입기준으로 저소득자의 월 연금액은 23만 원 증가, 평균소득자는 30만 원 증가, 고소득자는 45만 원 증가한다고 하였다. 이것만 비교해도 소득대체율 상향으로 인한 연금 급여액 증가는 고소득자일수록 크다. 그런데 실제는 이보다 훨씬 소득계층별 격차가 크다. 그 이유는 소득계층에 따른 가입기간 격차가 매우 심하기 때문이다. 하위 40%에 해당하는 사람의 다수는 최소가입기간 10년을 못 채워서 수급권이 없다. 수급권 있는 사람도 가입기간은 짧다(10년이 약간 넘는다). 이에 비해 상위 20%에 해당하는 사람의 평균 가입기간은 25년이 넘는다. 다시 말하지만 연금액 증가 정도는 가입기간에 비례한다. 그래서 소득대체율 상향에 따른 연금액 증가 정도는 가입기간이 긴 고소득층이 가입기간이 짧은 저소득층보다 훨씬 크다.

이에 비해 가입기간 연장 정책의 효과는 소득계층과 무관하거나(예. 군 복무), 저소득계층일수록 크다(예. 보험료 지원 정책). 그래서 연금 급여액 증대를 위해 동일한 재원을 가입기간 연장과 소득대체율 상향에 투입한다면, 가입기간 연장에 사용하는 것이 훨씬 형평성이 높다.

소득대체율 상향을 지지하는 전문가들이 가입기간 연장을 도외시하는 것은 아니다. 이들은 가입기간도 늘리고 소득대체율도 상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물론 둘 다 할 수 있으면 좋겠다. 가입기간 연장 정책을 통해 저소득층의 가입기간이 대폭 늘어나면, 소득대체율 상향 정책의 형평성도 높아질 것이다. 문제는 둘 다 하기에는 재원이 한정되어 있다는 점이다. 전술했듯 소득대체율을 높이면서 지속 가능성을 저해하지 않으려면, 대규모의 추가 재원이 필요하다. 이를 마련하는 것도 어려운데, 여기에 더해서 적극적인 가입기간 연장 정책을 추진할 여력이 있겠는가.

‘소득대체율 상향’과 ‘가입기간 연장’의 우선순위를 따진다면 나는 단연 가입기간 연장이 우선이라고 믿는다. 나는 소득대체율 상향이 이뤄지면, 그 때문에 가입기간 연장 정책이 약화될 것을 가장 걱정한다.

 

2) 어느 대안을 선택하든 반드시 해야 할 것들

 

(1) 기금 적립금 유지를 위한 재원 확보

이번 연금 개혁 논의의 출발점은 재정안정, 즉 연금의 지속 가능성 제고였다. 그래서 어떤 대안이 최종적으로 도출되든 재정안정을 위한 조치가 병행되어야 한다. 우리의 인구구조에서 연금 지속 가능성 확보를 위한 조건은 낸 것(+운용수익) 만큼 받는 것, 이를 통해 상당한 규모의 기금 적립금을 계속 유지하는 것이다. 전술했듯 5차 재정추계 분석에 따르면 (기금 운용 수익을 높이고 수급 개시 연령을 68세까지 점진적으로 높인다는 전제하에), 40% 소득대체율에서 보험료율은 15% 정도 되어야 한다.

소득대체율을 50%로 하면 보험료율이 19% 정도가 되어야 균형이 유지되므로, 대안1을 받아들이면 차액인 6%포인트에 해당하는 재원을 추가로 조달해야 한다. 만일 대안1과 대안2의 절충으로 소득대체율을 45%로 하고 보험료율을 12.5%로 한다면, 소득대체율 45%에서 수지 균형 보험료율은 17% 정도이므로 4.5%포인트에 해당하는 재원을 추가로 조달해야 한다. 설령 대안2의 보험료율 12% 소득대체율 40%를 받아들인다고 해도 3%포인트에 해당하는 재원을 추가로 조달해야 한다. 2023년 기준 6%포인트, 4,5%포인트, 3%포인트에 해당하는 재원은 2023년 기준 각각 39조 원, 26조 원, 19.5조 원이다. GDP 대비 규모로 환산하면 각각 1.8%, 1.2%, 0.9%이다. 이 차액은 가급적 빨리 (매년 조금씩 늘려서 5년 혹은 10년 이내에) 확보해야 한다. 늦춰질수록 적립금 유지를 위한 재원 규모는 증가한다.

한 가지 명심할 것은, 이러한 재원 투입을 위한 조달 방안이 분명하게 마련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별도의 재원 조달 방안 없이 채무로 충당하는 일은 절대 안 된다. 채무 역시 미래 세대에게 부담을 넘기는 것이다. 이는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격이다. 재원 조달 방안으로는 목적세를 신설 등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2) 실제 가입기간 늘리는 정책의 적극적 추진

급여액과 관련한 국민연금의 가장 큰 문제점은 가입기간이 너무 짧아서 수급권 없는 사람이 많고, 수급자 중에도 짧은 가입기간 탓에 연금액 작은 사람이 많다는 점이다. 유럽의 (사회보험 기반) 공적연금은 거의 대부분 노인이 수급권을 가지며, 평균 가입기간도 35년에 달한다. 두말할 것도 없이 국민연금의 가입기간을 늘리기 위한 정책(가입 상한 연령 상향, 군 복무 출산·양육 실업 크레딧 확대, 저소득층 보험료 지원 등)은 적극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앞서 보험료만으로 수지 균형을 달성하는 수입을 확보할 수 없으면 국고를 투입해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국고 투입이 정당화되려면 대다수 노인이 수급권을 지니고 수급자 간 가입기간 격차도 적어야 한다. 아니라면 국고 투입의 혜택이 고소득층에게 집중되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 즉 국고 투입이 정당화되기 위해서도 가입기간 늘리는 정책은 적극 추진되어야 한다.

가입기간 늘리는 정책에도 상당한 재원이 필요하다. 이게 부담되더라도 해야 한다. 이는 공적연금을 운영한다면 당연히 해야 할 국가의 책무이기 때문이다.

 

3) 퇴직연금 보험료 재원 활용 가능성?

앞서의 논의를 정리하면, 어떤 소득대체율을 택하든 기금 적립금 유지를 위한 연금 수입 확보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보험료율을 더 높이거나 (목적세 신설을 통한) 국고 투입이 필요하다. 그런데 둘 다 어렵다면 다른 방안은 없을까? 하나 고려할 수 있는 것은 퇴직연금 보험료 재원을 활용하는 것이다.

현행 퇴직연금 보험료율은 8.33%로서 전액 고용주가 부담한다. 국민연금에 버금가는 보험료를 내고 있지만, 퇴직연금은 연금으로서의 기능을 거의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차라리 퇴직연금 보험료의 일부를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상향의 재원으로 활용하는 것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소득대체율을 50%로 높인다면, 현행보다 소득대체율이 10%포인트 높아지는데, 이것만을 충당하는 데도 4%의 보험료가 필요하다. 이 4%의 보험료를 퇴직연금에서 가져올 수 있다(그럼 퇴직연금 보험료는 4.33%만 남게 된다).

이 소득대체율 10%의 재원은 퇴직연금 보험료이며, 수지 균형이 달성되므로 소득비례로 운영하는 것이 타당하다. 즉 현행 40% 소득대체율의 국민연금 위에 추가로 소득대체율 10%에 해당하는 공적연금이 얹어지는 것이다. 이는 현재 심하게 왜곡되어 운영되고 있는 퇴직연금의 노후소득 보장 기능을 정상화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공공기관(국민연금공단)이 운용하면서 4% 보험료로 10%의 소득대체율을 보장한다면, 민간 금융기관이 운용하는 나머지 4.33%의 보험료로도 최소한 10% 이상의 소득대체율을 달성해야 한다는 사회적인 합의가 생길 것이기 때문이다.

퇴직연금 보험료를 재원으로 활용할 때의 문제점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자영업자는 퇴직연금이 없다는 점이다. 퇴직연금이 없는 자영업자에게 4%의 보험료를 강제하기는 어렵다. 자영업자의 경우는 자율에 맡기되 조세 혜택 제공 등으로 적극 장려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또 하나는 현재 퇴직연금을 운용하는 민간 금융기관의 반발이다. 이들 입장에서는 운용할 기금이 줄어드니 반길 리 없다. 하지만 현행의 퇴직연금이 노후 소득 보장 기능을 거의 못하고 있는 만큼, 퇴직연금에 공적 성격을 더하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이다.

 

2. 결론: 지속 가능성과 소득보장 강화, 외면하면 안 된다.

 

공론화위원회는 끝났고 이제 국회, 그리고 정부의 시간이다. 공론화위원회의 결정은 국민의 뜻이 어디에 있는가를 알려줄 뿐이다. 이를 받아서 정책을 만드는 것은 국회와 정부의 몫이다.

내가 염려하는 시나리오는 공론화위원회의 결정을 존중하여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50%를 채택함’, 혹은 두 대안을 절충하여 ‘보험료율 12.5%, 소득대체율 45%’를 채택함‘, 혹은 (그럴 가능성은 낮지만) ‘보험료율 12%, 소득대체율 40%를 채택함’으로 끝내는 것이다. 셋 중 어느 하나를 택하고는 재정 안정화나 가입기간 연장을 위한 추가 조치를 하지 않는 것이다. 그냥 이번에는 이 정도로 마무리하고, 5년 후에 있을 6차 재정계산에서 다시 논의하자고 하는 것이다.

물론 셋 중 무엇을 택하느냐에 따라 재정 부담에 미치는 효과는 상당히 달라진다. 하지만 어느 대안이든 근본적으로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지는 못한다. 또한 가입기간 확대가 없다면 국민연금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

나는 ‘보험료율-소득대체율 조합’으로 어떤 대안이 선택되더라도, 지속 가능성 확보와 가입기간 확대 조치가 수반된다면 환영하겠다. 비록 완벽한 방안이 아니라도, 이러이러한 방식으로 점진적으로 달성하겠다는 명확한 청사진만이라도 제시한다면 나는 지지하겠다.


* 1편과 2편 전체 글을 한번에 보실 분들은 첨부파일을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