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참여예산제 활동가 인터뷰 ⑤] 김혜숙 인천광역시 연수구 마을공동체지원센터 사무국장

2022-04-26
2011년 지방재정법 개정으로 전국 지방자치단체에서 주민참여예산제도 시행이 의무화된 지, 10년이 지났다. 그동안 참여예산은 지역 주민의 삶을 어떻게 바꿔왔을까? 주민참여예산을 활성화하기 위해 다양한 곳에서 활동해 온 시민사회와 참여예산 10년의 성과와 한계를 짚어보고, 향후 주민참여예산의 발전 방향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⑤ 김혜숙 인천광역시 연수구 마을공동체지원센터 사무국장

참여예산 10년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지방정부 성과는?
 
제가 기초구에서 마을공동체나 주민자치회와 긴밀하게 사업을 해보니 참여예산의 의미와 성과가 무엇인지 더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아요. 참여예산제도는 예산에 대한 권한이 주민에게 주어진 것이라고 교육도 하고 얘기도 했는데, 실제 마을과 주민자치쪽에서는 예산 편성의 권한에대해 잘 알지 못하고 잘 쓰지 않는 것 같아요.
물론 주민자치, 주민참여정책이라고 하는 주제 안에서 여러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주민들에게 예산 결정 권한이 있다는 것은 엄청난 일인데 여전히 주민들 사이에서는 가깝게 느껴지지 않는 것 같아요. 모르니까 그런 것이라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제가 마을 공동체나 주민자치위원분들이 마을이나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할 때 그러한 정책들을 비교해서 많이 안내를 드렸어요. 지역 공무원분들도 잘 인식하지 못하는 상황이었고요. 
2021년도 연수구청장이 제시한 가장 중요한 구정 과제가 주민 참여예산 확대였어요. 그런 측면에서 행정이 신경을 많이 썼던 것에 비하면 실제 성과는 무척 아쉬운 점이 많아요. 예를 들어 현재 주민세 110억 원을 주민참여예산에 쓰고 있는데, 기초 지자체에서 이 정도 참여예산 규모는 매우 큰 편이잖아요. 그런데 의회에 통과된 2021년도 참여예산사업이 23억이에요. 그래서 비판도 많았고요. 2022년에 편성된 주민참여예산액은 56억 정도인데, 작년과 비교하면 늘어났지만, 여전히 주민세의 절반도 소화하고 있지 못하는 거죠. 이런 측면에서 보면 아쉬운 점이 많다고 생각해요.
 
주민참여예산제 활성화를 위한 연수구의 사례
 
작년에 우선 마을활동가 교육 프로그램에 주민자치와 주민참여예산에 대한 과정을 포함했어요. 그래서 참여예산제도의 의미와 연수구 제도 현황, 제도 활용에 대한 교육을 수 차례 진행한 거죠. 그래서 주민분들이 불편함을 느끼는 부분 중 마을공동체 사업이나 공모사업으로 진행할 수 있는 내용과 주민참여예산으로 제안할 수 있는 내용을 나눠서 안내해 드렸죠. 
제가 작년 한 해 활동하면서 보니까 주민들로서는 주민참여예산, 마을공동체, 주민자치회가 어차피 우리 동네 안에서 함께 진행되기 때문에 제도별로 나눠서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아요. 물론 서울 등에서 주민자치회에 참여예산제도가 함께 통합되는 과정이 있었지만, 특히 인천에서는 당연히 참여예산제도가 주민자치회에 포함되는 과정이 대단히 현실화되고 있는 부분이 있죠. 
예를 들어 작년에 연수구에서는 ‘재난에 강한 마을’이라는 공모사업을 진행했는데, 6개 마을 공동체가 참여했었어요. 재난이라는 의제를 기후나 안전 등 각각 참여한 지역의 경험에 맞는 주제와 연결해서 활동을 진행했는데, 성과보고회 때 각 공동체의 성과를 어떻게 확산할까 하는 고민이 들었어요. 그때 자연스럽게 나온 방안이 주민참여예산제를 통해서 성과를 지역 전역으로 확산하자는 내용이었죠. 그래서 올해 주민자치과에 속한 4개 팀(마을공동체, 주민자치, 주민참여예산, 마을방송)과 마을 센터, 주민자치사업단이 함께 협의를 통해 협치사업을 준비해서 2023년 연수구 전역에 재난 관련 의제와 성과를 확산하는 것으로 이야기를 했어요. 주민들의 문제의식이 자발적 활동을 통해 확산되는 것이 참여제도에서 주민권한의 강화라고 본다면, 주민참여예산을 적절히 활용하는 과정이 필요한 것 같아요.
 
주민참여예산 활성화를 위한 연수구의 과제는?
 
일단 연수구에 와서 놀란 건 협치에 관한 공무원 교육이 없더라고요. 그나마 구청장의 의지를 통해 참여 정책을 다루는 부서를 한 곳으로 모은 것은 성과이기는 하지만, 주민참여예산팀의 경우 작년에 만들어졌거든요. 그리고 시에 있을 때도 그런 생각이 들었는데, 연수구에 와보니 너무 분위기가 경직되어 있는 거예요. 
저는 기초 지자체에서 공무원과 주민들이 협치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만드는 게 첫 번째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다행히 소식에 따르면 올해 협치 담당관을 뽑는다고 하더라고요. 또 아까 말씀드린 재난 관련 사업을 하면서 부서 협의를 하려고 보니 4개 부서를 만나야 하더라고요. 사실 주민들의 요구는 일대일로 행정 부서와 연결되는 경우가 거의 없는데, 이러한 면에서 본다면 협치에 대한 부분이 강화되어야 하지 않을까 해요. 
두 번째는 지방의원의 참여예산에 대한 이해가 너무 떨어지는 부분이에요. 21년도 참여예산이 23억 편성된다 했을 때, 연수구의 시민단체들이 반발하면서 항의 성명서도 냈어요. 내용을 보면 어떤 분야의 사업예산 전체가 없어져 버린 일도 있더라고요. 그런데 나중에 왜 그 사업예산이 삭감되었는지 의원들도 이해를 못 하는 경우도 확인했어요. 그래서 지방의원들의 참여예산 이해도도 굉장히 중요한 한 부분인 것 같아요.
 
시민사회가 중간지원조직을 운영하는 것에 대한 장단점
 
제가 인천시 참여예산센터에 있을 때는 시작하는 측면에서 센터가 의미 있다고 생각했었어요. 그리고 주민 권한의 가장 명확한 부분이 예산인데, 주민분들이 너무 모르시니까 행정과 초기 제도 기반을 만들 때 센터가 의미 있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거든요. 
다만 아쉬웠던 점은 참여예산이 공무원에게도 낯설지만, 시민단체도 낯설었던 거예요. 아시겠지만 인천지역에서 주민 참여예산에 관한 관심은 사회복지 영역에서 시작되었어요. 행정에 대한 예산감시활동이 여러 과정을 거쳐 주민참여예산운동으로 본격화되었을 때, 시민사회단체들도 참여예산에 대한 이해가 너무 떨어졌었다고 생각해요. 저는 주민참여예산활동과 관련해 이 부분이 무척 아쉬웠어요. 하지만 분명한 것은 참여예산에 관한 집중적인 주민 교육체계를 갖추는 부분에 센터와 같은 역할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저는 마을공동체라든가, 주민자치회와 같은 주민주권의 토대를 참여예산제도를 통해 모두 설명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연수구에 와서 보니 참여예산과 주민자치가 분리되고 있는 상황이 고민이 돼요. 마을공동체와 주민자치회는 활동을 통해 자치역량을 갖춘 사람들을 양성하고, 확산하는 성과가 남잖아요. 그런데 주민참여예산제는 참여예산위원회가 있긴 하지만, 이 제도를 통해 사람들이 남는 구조가 이미 불분명하게 된 것 같아요. 참여예산제도에 내용적 부분들도 잘 고민해서 녹여내면 좋겠는데 어떤 구조를 만들어 낼 것인가는 아직 정리하지 못했어요.
 
시민사회의 성과는?
 
인천 참여예산센터를 시작하면서 재정민주주의에 대한 인식을 가진 시민들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주문이 있었고, 우리 자체적인 논의도 모든 활동은 사람을 남기는 것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시작했어요. 어떻게 본다면 인천 지역은 주민자치회 전면 전환의 씨앗을 참여예산제도를 통해서 뿌렸다고 생각해요. 주민들 사이에 협치에 대한 인식도 낮았는데, 이제 주민자치회에 관해 이야기할 때에는 협치는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고 강조되는 것 같아요. 
인천 지역만 놓고 본다면 시민단체가 참여예산이나 마을 공동체에 대한 이해가 없었어요. 그런데 참여예산제도를 통해서 ‘주민’ 자체를 이해하기 시작했고, 마을 공동체를 인식하면서 활동 양상이 변한 것은 성과일 것 같아요.
 
인천 지역 시민사회 활동의 변화 사례
 
2019년 참여예산센터를 시작할 때 사람을 남기는 핵심 활동은 교육 강사단을 만드는 것이었어요. 근데 강사단에 들어온 사람들이 대부분 지역의 핵심적 활동가들이거나, 특정 의제에서 활동했던 분들이셨어요. 아무래도 강사단을 양성할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에 어느 정도 능력을 가진 분들을 중심으로 운영을 해보자는 고민이 있었어요. 
그러다 보니 처음 시작했을 때 모인 사람 모두 참여예산이든 주민자치든, 마을 공동체든 이해가 없는 상황이었어요. 그러다가 모인 사람들이 내용을 만들고 공유하면서 강사단으로 활동하는 사람도 생기고, 민간 지원관이나 협치 조정관으로 활동하는 사람들도 생기게 된 거죠. 
연수구에서 센터를 운영할 때 어려웠던 부분은 마을과 자치가 분리되어 운영하는 측면이에요. 그런데 지금은 자연스럽게 활동가들이 주민자치회에 들어간다고 하거나, 주민자치회 지원 활동이 그간 단체들이 해왔던 지역사업의 일부분으로 되고 있어요. 또 다른 분야에 활동했던 사람 중 지역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하려는 의지가 있다고 하면 참여예산이나 주민자치에 대해 자체적으로 안내하는 과정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지역사업을 고민할 때, 단체 간 협업 과정에 영향을 주는 변화들도 있는 것 같아요.
 
참여예산 강사단 운영의 난점과 과제
 
2020년 강사단 양성할 때 무척 힘들었어요. 강사로 활동하시는 분들 사이에서도 정기적인 교육에 관한 요구도 무척 많았거든요. 아무래도 변화되는 부분들도 있고, 변화해야 하는 것들도 있는데 지역에서 다 알아서 해야 하는 것처럼 느껴졌어요. 그래서 다른 분과 고민을 나눌 때도 강사단 교육에 대한 체계를 만들어야 하지 않나 이야기했었어요. 그러니까 전국적인 차원에서 참여예산 강사단 양성 체계를 만들어서 매년 서로 상황 공유하고, 교육하는 네트워킹 구조를 만들었으면 하는 고민이 들었어요. 인천 같은 광역 지자체도 이런 고민이 드는데, 지역의 기초 지자체에서는 이러한 요구가 더 클 것 같아요. 
그런데 이런 문제가 있는 것 같아요. 주민 자치회나 마을 공동체도 그렇고 제도 운영의 기간이 길어지다 보면, 교육 내용이 매번 비슷해지는 경향이 이는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주민참여예산제도가 확대되는 것에 비해 사람들의 인식이나 수준은 그리 높지 않은 상황인 것 같아 고민이에요. 성평등 강사단의 경우 양성평등교육원에서 1년마다 한 번씩 교육을 받고, 교육 이수를 한 분들만 강사 자격을 주는 시스템인데, 참여예산 강사단도 이런 시스템이 필요하지 않을까 해요. 이건 운영 시스템의 문제일 뿐 아니라 주민분들을 위해서라도 꼭 필요한 것 같아요. 가끔 주민자치회의 분들과 이야기하면 아직도 저런 생각을 갔고 있구나 하는 인식 차이 때문에 깜짝 놀랄 때도 있어요.
 
참여예산제도에 관한 시민사회의 과제
 
저는 막연했던 주민자치가 참여예산을 통해 구체화되었다고 생각해요. 주민주권 실현의 관점에서 주민의 권한이 무엇이고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정리할 수 있게 해준 계기가 주민참여예산제도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마을 공동체나 주민 자치를 바라볼 수 있는 기준이 분명하게 생기기도 했고요. 
주민분들의 민원이나 이야기를 들었을 때 해결방안에 대한 안내 기준은 일단 주민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또한, 주민 참여예산의 본질적 부분은 예산이나 재정의 관점이 아닌 주민주권 실현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하고, 이러한 관점에서 주민참예예산제도의 의미와 변화·발전 과정을 주목해야 한다고 봐요.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다른 정책이나 제도에 대해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에요. 
인천 참여예산 센터에 있을 때는 강사단을 중심으로 해서 참여예산제도에 관심 있는 시민들을 만들어내는 것을 고민했다면, 마을에 오게 되니까 마을 지원 활동가들을 어떻게 참여예산에 관심 있게 만들까 고민하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활동가들이 주민참여정책을 이해하고, 스스로 공부하고 경험을 쌓는 과정을 통해 주인의식을 느낄 수 있게 과정을 만들자라고 마음먹었고, 활동가들이 엄청 공부도 하고 도시재생 같은 현장도 경험하게 했어요. 그런데 1년 지나고 나니 좀 회의적인게 이게 가능한 방안인지 고민이 들더라고요. 
또 하나의 고민은 스스로에 대한 부분이에요. 올해 4년 차에 접어드는데 나는 스스로 활동에 익숙해지고 있지 않나 고민이 생기는 거예요. 그러니까 이제 행정에서 요구하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도 보이고, 주민분들을 어떻게 대할지도 그려지는 거예요. 그러다 보니 내가 익숙함에 매몰되지 않을까 하는 고민이 생기고, 그런 상황이 되면 어떻게 다시 빠져나오나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리고 우리 지역 주민자치회가 주민자치 대상을 받았어요. 작년에도 받았고 올해도 받았죠. 그런데 저희가 좀 고민되는 부분이 있어요. 주민자치회 회장님이 총회를 해야 하는데 사람이 없어서 센터에 도움을 요청하신 거예요. 그래서 저희가 부문별 공론장을 포함해서 온라인 총회를 진행했거든요. 그런데 대상 받은 우리 지역이 이 정도라면 도대체 다른 지역의 주민자치회는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고민이 들기도 해요. 
그리고 주민분들의 입장에서 필요한 것은 결과물보다는 그걸 만드는 과정이거든요. 갈등이 발생했을 때 해결하거나 극복하는 역량을 만들고, 그걸 유지하는 과정이 중요한데 행정에서는 결과만 중요하게 생각하죠. 
저희 센터에서 작년 9월에 정선 마을호텔에 갔는데 무척 좋았어요. 거기서 사례를 설명하신 분도 지역 중간 지원조직인 마을 공동체 지원센터 활동가셨거든요.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마을 만들기 위원회를 구성하고 공모사업을 통해 하나하나 만들어가는 과정을 설명하면서 말씀하셨던 부분이 딱 그거였어요. 사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사례를 보러 오면 결과만 보게 된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