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연금개혁을 위한 논의 1]2024년 국민연금개혁을 위한 공론화 결정 평가

2024-05-03



함께하는 시민행동에서는 국민연금의 도입과 활성화는 국민의 노후 생활의 안정성을 위해 굉장히 중요한 제도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현재의 제도 운영으로는 연금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논란이 지속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입니다.


최근 국회에서는 국민연금개혁을 위한 공론화위원회가 있었습니다.
그 과정에서의 문제점은 무엇인지, 앞으로의 국민연금의 개혁방안은 어디로 가야할지, 어떤 논의가 필요한지에 대해 2주에 나누어 연재하고자 합니다.


필자는 현재 함께하는 시민행동의 대표이신 김태일 공동대표(고려대 행정학과 교수)입니다.
건전하고 다양한 논의가 이루어지는 시작점이 되길 기대합니다.




1. 연금 공론화위원회의 선택

 

  • 대안1: 보험료를 현행 9%에서 13%로 올리고, 소득대체율을 40%에서 50%로 높임.
  • 대안2: 보험료를 현행 9%에서 12%로 올리고, 소득대체율은 40% 유지.


500인 연금 공론화위원회에서는 두 개의 대안 중 소위 ‘더 내고 더 받기’로 불리는 대안1이 다수안이 되었다. 대안1은 56.0%가 선택했고, ‘더 내고 그대로 받기’로 칭해진 대안2는 42.6%가 선택했다(이밖에도 기초연금 개선안 등 다양한 의제에 대한 선택을 했지만 핵심은 보험료-소득대체율 조합이니 이에 대해서만 논의한다).

시민 500인이 대안1을 선택한 의의는 무엇이고, 그렇다면 향후 국민연금 개혁안은 어떤 방향으로 무슨 내용을 담아야 할까? 지금부터 논의할 내용이다. 이를 얘기하려면 우선 공론화위원회 숙의 과정에 대한 평가부터 해야 한다.

 



2. 공론화위원회 숙의 과정 평가

 

1) 정보 왜곡‧누락 논란

공론화 과정에 참여한 시민들은 두 단계에 걸친 숙의 과정에서 연금 개혁 대안을 공부하고 토의했다. 첫 단계는 강의 동영상을 보고 학습하는 것이며, 두 번째 단계는 소득보장파(대안1 지지)와 재정안정파(대안2 지지) 양쪽 전문가의 발제와 토론을 듣고 논의하는 것이다. 나는 이 과정에서 재정안정 쪽의 전문가로 참여하였다.

공론화위원회의 선택 이후 다양한 언론매체에서 공론화위원회의 숙의 과정에서 중요한 정보가 왜곡되었거나 누락되었다는 주장이 나왔다. 숙의는 각 대안에 관한 정보를 얻고, 이에 관한 토론을 거침으로써 본인의 판단을 정립하는 과정이다. 따라서 필요한 정보가 거짓이거나 빠졌다면, 이는 매우 심각한 문제이다.

잘못 알려진 정보로는 여러 가지가 거론되었는데, 그중 대표적인 것은 동영상 강의자료에 제시된 소득대체율 상향 효과에 관한 것이다. 소득보장 측 자료에는 소득대체율을 40%에서 50%로 높일 경우, 40년 가입자 기준으로 저소득자의 월 연금액은 63만 원에서 113만 원으로 50만 원 증가, 평균소득자는 120만 원에서 150만 원으로 30만 원 증가, 고소득자는 178만 원에서 223만 원으로 45만 원 증가로 제시되어 있다. 즉 소득대체율을 높이면 저소득자의 연금액이 가장 많이 오른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틀렸다.

소득대체율이 40%에서 50%가 되면 1/4이 높아진 것이다. 따라서 월 연금액은 1/4이 증가한다. 평균소득자(40% 소득대체율에서 120만 원)는 30만 원 더 받으니 1/4 증가한 것이 맞다. 고소득자(40% 소득대체율에서 178만 원)도 45만 원 더 받으니 1/4 증가한 것이 맞다. 그런데 저소득자(40% 소득대체율에서 63만 원)가 50만 원 더 받으면 1/4(25%)이 아니라 79.4%가 증가한 것이 된다(월 연금액이 63만 원일 때 1/4이 증가하면 15.8만 원을 더 받아야 한다). 왜 유독 저소득층의 경우만 잘못된 통계가 제시되었을까?

동영상 강의자료뿐만 아니라 전문가 발제와 토론에서도 소득대체율 상향 시 급여액 증가 효과에 대해 왜곡된(혹은 오해하기에 충분한) 내용이 발표되었다. 예를 들면 40% 소득대체율을 적용하면 청년세대는 26년간 가입했을 때 월 급여액이 66만 원이지만, 소득대체율을 50%로 높이면 100만 원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청년세대가 26년 가입했을 때 월 66만 원 받는다는 것 자체도 사실과 다르지만 일단 이 문제는 논외로 하자). 전술한 대로 소득대체율 40%에서 66만 원을 받는다면, 50%에서는 그보다 1/4이 높아진 82.5만원을 받게 된다. 100만 원과는 너무 차이가 크다. 이에 대해서, 발표자는 소득대체율을 50%로 높이고 동시에 가입기간도 32년으로 6년 더 길어졌을 때를 가정한 것이라고 답했다. 그런데 소득대체율을 높였을 때의 효과를 설명하면서 여기에 가입기간 연장 효과를 덧붙인 것은 타당하지 않다. 게다가 뒤에서 논의하지만, 소득대체율 40%를 지지하는 소득보장파는 소득대체율은 현행을 유지하는 대신 실제 가입기간을 대폭 늘려서 연금액을 높이자고 주장한다.

정리하면, 소득대체율을 50%로 높였을 때 연금액 증가 효과로 저소득층은 50만 원이 높아진다거나 청년세대는 66만 원에서 100만 원으로 높아진다는 것은 틀렸다. 이처럼 잘못된 정보를 제공한 것이 고의였는지 실수였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중요한 정보가 왜곡되었다는 것이 심각한 문제임은 분명하다.


누락된 정보의 예로 흔히 거론되는 것은 대안1과 대안2가 재정안정에 미치는 효과이다. 공론화위원회가 학습하는 자료집에는 재정 안정화 효과로서 대안1(보험료 13%, 소득대체율 50%)에서는 기금고갈 시점이, 현행 유지 시 예상되는 2055년에서 2061년으로 6년 늦춰지며, 대안2(보험료 12%, 소득대체율 40%)에서는 2062년으로 7년 늦춰지는 것으로 제시되어 있다.

기금소진 시점 연장은 두 대안이 유사한 게 맞다. 그러나 이후의 재정 부담은 천양지차다. 일부 언론에서 지적했듯이, 대안1에서는 2093년까지 누적적자가 현행보다 705조 원 증가하지만, 대안2에서는 1,970조 원 감소한다. 즉 대안1은 현행보다 오히려 적자가 증가하고 대안2는 제법 감소한다. 생각해 보면 당연하다. 대안1은 대안2보다 보험료율을 1%포인트 더 올리는 대신 소득대체율은 10%포인트 더 올리는데, 두 대안의 재정 안정화 효과가 절대 비슷할 리 없다.

대안1에서 현행보다 적자가 증가하는 이유도 조금만 따져보면 당연하다. 대안1은 현행보다 보험료율을 4%포인트 올리고 소득대체율을 10%포인트 올린다. 그런데 높아진 보험료율 4%로는 높아진 소득대체율 10%를 커버하는 것도 아슬아슬하다. 적립금 운용으로 높은 수익률을 올리는 등의 가정이 전제되어야만 보험료율 4%로 소득대체율 10%를 충당하는 것이 가능하다. 즉 보험료율 4%에 소득대체율 10%면 잘해야 낸 것(+운용 수익)만큼 받는 것에 해당한다. 그러니 현행(9% 보험료율에 소득대체율 40%)보다 재정이 좋아질 리가 없는 것이다. 각 대안의 2093년(이는 5차 재정계산의 추계 최종연도이다)까지의 누적적자 개선(혹은 악화) 정도를 공론화위원회의 자료집에 포함했어야 했는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그러나 ‘기금고갈 시점 1년 차이’와 같은 정보만으로는 두 대안의 재정 안정화 효과를 제대로 파악할 수 없음은 분명하다.

물론, 재정안정 측의 전문가들이 발제와 토론을 통해 두 대안의 재정 안정화 효과 차이를 좀 더 상세히 설명하기는 했다. 하지만 자료집에 제시된 것과 구두 설명은 받아들이는 강도가 다르다. 이 때문에, 숙의 마지막 날까지도 500인 시민대표단에서 ‘두 대안의 보험료는 1%만 차이 나는 대신 소득대체율은 10%가 차이 나는 데, 왜 재정안정 효과는 두 대안 간에 큰 차이가 없는지’에 관한 질문이 제기되었다.

 

2) 공론화위원회 선택의 의미

공론화 숙의 과정에서 틀린 정보가 제공되고, 두 대안의 차이에 대한 좀 더 명확한 정보가 제공되지 못한 점은 유감이다. 앞으로도 우리 사회의 주요 이슈에 대해 공론화 과정을 거친다면, ‘제대로 된 충실한 정보 전달하기’를 위한 개선안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앞으로의 과제는 그렇다고 치고, 이번 이슈와 관련해서 한번 이런 질문을 던져보자. “숙의 과정에서 제대로 된 정보가 충실하게 제공되었다면 결과가 어찌 되었을까?” 혹은 “숙의 과정의 정보 왜곡과 부족은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현재의 대안1 56.0%, 대안2 42.6%와는 결과가 달라졌을 것이다. 아마 대안1을 선택한 비율은 감소했을 것이고 대안2를 선택한 비율은 높아졌을 것이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얼마나 변했을지는 알 수 없다. 변화 폭이 작아서 여전히 대안1이 과반수일 수도 있고, 대폭 바뀌어서 대안2가 과반수로 역전되었을 수도 있다. 다만, 비록 역전되었다고 해도 차이가 크지는 않았을 것 같다. 대안2는 절반을 조금 넘었을 것이고 대안1은 절반에 약간 못 미쳤을 것 같다. 정리하면, 어느 경우든 소득보장은 40%-60% 사이로 나왔을 것 같고 재정안정 역시 40%-60% 사이로 나왔을 것 같다.

나는 주목해야 할 대목은 이것, 즉 국민연금 개혁 방향에 대해, 시민들은 ‘소득보장’과 ‘재정안정’ 둘 다 중요하게 여긴다는 점이라고 생각한다. 공론화위원회의 판단은 승패를 따지는 운동 시합이 아니며, 양자택일을 해야 하는 결정도 아니다. 그보다는 국민연금 개혁에서 시민들이 진정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숙의 과정을 통해 파악하는 것이다. 나는 과연 숙의 과정에서 필요한 정보 전달이 제대로 되었느냐는 논란과 상관없이(혹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은 국민연금 개혁에 대해 보장성 강화와 지속 가능성 제고를 모두 요구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는 것이 이번 공론화의 성과라고 생각한다.

대안1은 현행보다 기금고갈 시점을 몇 년 연장할 뿐, 재정안정 효과(적자 절감 효과)는 없는 대안이다. 대안2는 재정안정 효과는 있지만, 보장성은 그대로인 대안이다. 그렇다고 해서 대안1을 선택한 시민들이 재정안정은 도외시하고, 보장성 강화만을 바란 것은 아닐 것이다. 마찬가지로 대안2를 선택한 시민들이 재정안정만 중요하고 보장성 강화는 상관없다고 여긴 것은 아닐 것이다. 단지, 둘 중 하나만 선택하도록 요구받았기에 상대적인 경중을 따져 선택했을 것이다.

(다음편에서는 국민연금의 개혁방안에 대한 글이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