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4일 정부는 「미래대응기금 설치 및 운용에 관한 법률」 제정안 및 「국가재정법」, 「지방교부세법」,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일부 개정안을 입법예고하였다. 지난 7월 13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미래대응기금 신설을 공식화한 지 약 한 달 반 만의 일이다.
정부는 제정이유에서 미래대응기금 신설을 통해 회계연도마다 변동성이 큰 정부 재정을 안정적으로 운용하고, 청년·성장동력·지역발전·교육·인재 등 주요 전략 분야에 투자하여 미래 대응 역량을 강화하겠다고 미래대응기금 설치 목적을 밝히고 있다. 경기 호황기에 증가한 세입을 장기적인 국가 과제에 활용하고 세수 변동에 대응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한다는 미래대응기금의 방향성 자체는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다만, 이번에 공개된 법률안을 살펴보면 미래대응기금은 미래투자 목적의 기금을 넘어 세수 변동에 대응하는 재정안정화 기능, 다른 회계·기금의 여유자금을 관리하는 기능, 지방 및 교육재정 체계 개편까지 포함하는 대규모의 재정제도 변화다. 2027년도 예산안 발표를 앞두고 제도 도입을 서두르기보다 다음과 같은 사항을 충분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첫째, 기존 재정안정화 수단 및 기금과의 기능 중복을 검토해야 한다.
법률 제정안 제5조(총괄계정의 재원과 용도)에 따르면 미래대응기금 총괄계정은 추가세수와 초과세수뿐 아니라 세계잉여금, 다른 회계·기금으로부터의 전입금과 예수금 등을 재원으로 조성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특별회계와 다른 국가기금의 여유자금을 미래대응기금에 예탁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중앙정부에는 이미 각종 기금 등의 여유자금을 통합 관리하기 위한 공공자금관리기금이 존재한다. 공공자금관리기금 총괄계정 역시 다른 회계·기금의 여유자금과 전입금, 세계잉여금 등을 재원으로 하고 이를 다른 회계·기금에 예탁하는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미래대응기금이 청년·성장동력·지방·교육 등 주요 분야의 정책사업에 직접 투자한다는 점에서는 공공자금관리기금과 분명한 차이가 있다. 그러나 재정안정화와 정부 내 여유자금의 예수·예탁 기능에서는 기존 제도와 중첩될 여지가 있다. 새로운 대규모 기금을 설치하기에 앞서 기존 공공자금관리기금 등 재정안정화 수단과 어떠한 기능적 차이가 있는지, 기존 제도를 보완하는 방식이 아니라 별도의 기금을 신설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명확한 설명이 필요하다.
둘째, 기금의 탄력적 운용과 함께 국회의 예산통제가 약화되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보완해야 한다.
이번에 제출된 국가재정법 개정안은 미래대응기금의 주요항목 지출금액을 금융성 기금과 마찬가지로 30% 이하의 범위에서 국회에 기금운용계획변경안을 제출하지 않고 변경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는 금융성 기금을 제외한 일반적인 기금에 적용되는 20%보다 넓은 범위다. 특히 일반회계의 세입 부족을 보전하기 위해 미래대응기금에서 일반회계로 전출하는 금액은 이 30% 변경한도에서도 제외된다. 또한 회계연도 중 세입 재추계를 통해 발생한 초과 조세수입은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지 않고도 미래대응기금으로 전출할 수 있으며, 이 경우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사후적으로 사용내역을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미래대응기금의 설치 목적 상 경기변동과 세수 상황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 일정 수준의 탄력성을 보장할 필요성은 있다. 그러나 대규모로 조성될 기금의 규모와 지출계획이 국회의 사전 심의 없이 상당 폭 변경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국회의 예산통제 원칙과 탄력적 운용의 균형점을 찾을 수 있는 방안을 신중하게 마련할 필요가 있다.
셋째, 지방교부세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 미칠 영향을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
미래대응기금 도입에 따라 지방재정과 교육재정의 배분구조에도 상당한 변화를 가져온다. 지방교부세는 현행 내국세의 19.24%를 연동하는 방식을 유지하지만, 미래대응기금으로 전입되는 추가세수와 초과세수를 지방교부세 산정의 모수에서 제외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향후 내국세가 증가하더라도 미래대응기금으로 전입되는 금액만큼은 지방교부세 증가에 반영되지 않게 된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변화의 폭이 더욱 크다. 현행 내국세의 20.79%를 자동으로 연동하는 산정방식을 폐지하고, 전년도 교부금에 명목 국내총생산 변화율과 학령인구 변화율을 반영하여 교부금 규모를 산정하는 방식으로 변경한다.
이번 개정안은 지방정부와 교육재정의 안정성 및 자율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제도 변화다. 미래대응기금 신설을 위해 기존 재정배분 구조를 변경한다면 지방정부와 교육재정에 어느 정도의 재정적 영향이 발생하는지 객관적인 추계와 검토가 선행되어야 한다. 특히 세수 증가에 따른 재원을 중앙정부의 기금으로 이전한 뒤 다시 지방과 교육 분야에 배분하는 방식이 기존의 법정 교부방식보다 적절한지에 대한 충분한 논의도 필요하다.
넷째, 기금의 재원배분과 운용 과정에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실질적인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
미래대응기금에는 총괄계정을 비롯하여 청년, 성장동력, 지방, 교육·인재 등의 정책계정을 두고 있다. 기금의 사업 범위 역시 청년 일자리와 주거, AI와 국가전략기술, 지역산업 및 정주여건 개선, 교육과 인재양성 등 매우 광범위하다. 기획예산처장관은 기금의 관리·운용을 맡고 각 중앙관서의 기금사용계획서를 제출받으며, 기금운용심의회의 위원장도 맡도록 하고 있다. 각 계정 간 재원배분 과정에서 기획예산처에 과도한 권한이 집중되지 않도록 적절한 견제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법률안은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차관급 이상 공무원을 심의회 위원으로 두되, 그 밖의 위원 구성은 대통령령에 위임하고 있다. 법률 단계에서는 청년, 지방정부, 교육계, 산업계, 시민사회 등 기금의 정책과 직접 관련된 이해관계자의 대표성을 별도로 보장하고 있지 않다
단순히 민간위원의 참여 여부를 넘어 각 계정의 재원배분과 사업 선정, 성과평가 과정에서 관련 당사자의 의견이 실질적으로 반영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 기금운용심의회의 구성과 함께 주요 기금운용계획을 수립하거나 변경할 때 이해관계자와 시민의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다섯째, 2027년도 예산 일정에 맞춘 속도전보다 충분한 사회적 논의를 우선해야 한다.
이번 미래대응기금 관련 법률안의 입법예고 기간은 8월 24일부터 28일까지 불과 5일이다. 현행 「행정절차법」은 입법예고 기간을 예고할 때 정하되,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40일 이상으로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법률이 ‘특별한 사정’을 전제로 예외의 여지를 두고 있다 하더라도, 이번 제도개편은 신규 기금의 설치뿐 아니라 국가재정법상 초과세수 처리방식을 변경하고 지방교부세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배분체계까지 함께 손질하는 대규모 재정운용체계 개편이다. 그럼에도 통상적인 입법예고 기간에 크게 못 미치는 5일만을 의견수렴 기간으로 정한 것이 충분한지, 또한 이에 대한 특별한 사정이 무엇인지 설명이 필요하다. 더군다나 관련 개정안들은 2027년도 세입예산안 부수 법률안으로 지정될 필요가 있음을 명시하고 있어 이번 입법이 차년도 예산 일정과 밀접하게 연동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2027년도 예산에 기금을 반영하는 것 자체가 제도 도입의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 필요하다면 기금 편성 시기를 늦추더라도 충분한 입법예고 기간을 보장하고, 정부 차원의 공청회나 토론회 등 공개적인 논의의 장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향후 국회 심사 과정에서도 미래대응기금 설치법이 제정법률안인 만큼 원칙적으로 공청회 또는 청문회 절차를 거치게 되는바, 형식적인 절차에 그치지 않고 기금 신설의 필요성과 재정적 영향을 충분히 검증하는 과정이 되어야 한다.
미래대응기금의 취지는 재정의 안정성을 높이고 미래를 위한 투자 여력을 확보하겠다는 데 있다. 이러한 방향을 반대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이번 법률안대로라면 미래대응기금은 단순한 미래투자기금을 넘어 국가의 재정안정화, 중앙과 지방 간 재원배분, 교육재정, 정부 내 여유자금 관리까지 폭넓게 영향을 미치는 상설적인 재정운용 수단이 된다.
중요한 제도일수록 처음 도입할 때 빈틈없는 검토가 선행되어야 한다. 정부는 2027년도 예산 반영을 서두르기보다 기존 제도와의 관계, 국회의 재정통제, 지방 및 교육재정에 미치는 영향, 이해관계자의 참여구조를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 미래대응기금이 특정 정부의 정책수단에 그치지 않고 지속가능한 국가재정 제도로 자리 잡으려면, 그 규모와 역할에 걸맞은 촘촘한 제도 설계가 우선되어야 한다.
8월 24일 정부는 「미래대응기금 설치 및 운용에 관한 법률」 제정안 및 「국가재정법」, 「지방교부세법」,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일부 개정안을 입법예고하였다. 지난 7월 13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미래대응기금 신설을 공식화한 지 약 한 달 반 만의 일이다.
정부는 제정이유에서 미래대응기금 신설을 통해 회계연도마다 변동성이 큰 정부 재정을 안정적으로 운용하고, 청년·성장동력·지역발전·교육·인재 등 주요 전략 분야에 투자하여 미래 대응 역량을 강화하겠다고 미래대응기금 설치 목적을 밝히고 있다. 경기 호황기에 증가한 세입을 장기적인 국가 과제에 활용하고 세수 변동에 대응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한다는 미래대응기금의 방향성 자체는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다만, 이번에 공개된 법률안을 살펴보면 미래대응기금은 미래투자 목적의 기금을 넘어 세수 변동에 대응하는 재정안정화 기능, 다른 회계·기금의 여유자금을 관리하는 기능, 지방 및 교육재정 체계 개편까지 포함하는 대규모의 재정제도 변화다. 2027년도 예산안 발표를 앞두고 제도 도입을 서두르기보다 다음과 같은 사항을 충분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미래대응기금의 취지는 재정의 안정성을 높이고 미래를 위한 투자 여력을 확보하겠다는 데 있다. 이러한 방향을 반대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이번 법률안대로라면 미래대응기금은 단순한 미래투자기금을 넘어 국가의 재정안정화, 중앙과 지방 간 재원배분, 교육재정, 정부 내 여유자금 관리까지 폭넓게 영향을 미치는 상설적인 재정운용 수단이 된다.
중요한 제도일수록 처음 도입할 때 빈틈없는 검토가 선행되어야 한다. 정부는 2027년도 예산 반영을 서두르기보다 기존 제도와의 관계, 국회의 재정통제, 지방 및 교육재정에 미치는 영향, 이해관계자의 참여구조를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 미래대응기금이 특정 정부의 정책수단에 그치지 않고 지속가능한 국가재정 제도로 자리 잡으려면, 그 규모와 역할에 걸맞은 촘촘한 제도 설계가 우선되어야 한다.
2026년 8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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