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다음 날 저는 유난히도 일찍 일어나 출근을 했습니다. 시민행동 회원들 중에도 많은 분들이 선거 결과를 보고 멘붕에 빠져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이 결과에 대해 무엇인가 설명도 있어야 할 것 같고, 이후 시민행동이 어떤 방향으로 활동할 것인지에 대한 말씀도 드려야 할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어러 회원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뭔가 조급히 이야기하기보다는 조금 더 서로 위로를 나누는 시간, 조금 더 스스로 깊이 성찰하는 시간을 가지기로 했습니다.
열흘의 시간이 흐르고 나니 참 많은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 이야기들 속에서 다들 나름대로 위로도 받고 성찰의 계기도 가질 수 있으셨으리라 생각합니다. 그 수많은 이야기들을 다 옮기기에는 너무 길어질 듯하여 몇몇 회원들, 혹은 외부에서 본 글을 큐레이션 하는 것으로 갈음하려 합니다.
다만, 시민행동 혹은 시민운동과 관련해 되짚어본 것 한 가지만 말씀드리려 합니다.
시민행동에게는 지난 5년이 참 힘든 시간이었습니다. 시민행동이 해온 시민운동은 '말'의 운동이었습니다. 잘못된 것을 비판하고 더 좋은 대안을 제시하는 '논리적인 목소리'를 내는 것. 그것이 시민행동이 해온 운동의 기본이었습니다. 그런데 지난 5년간 그 '말'의 운동, '논리'의 운동은 시민행동을 지켜주시고 응원해주신 분들이 기대한 만큼의 성과를 내지는 못했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저희는 가장 큰 이유를 '불통'의 시대에서 찾았습니다. '명박산성'으로 상징되는 MB 정권 5년 하에서 시민행동의 이야기는 대부분 갈 곳을 찾지 못했습니다. 정부에, 기업에, 언론에 아무리 말을 걸어도 대답없는 목소리가 될 뿐이었습니다. 생목숨들이 죽어나가야, 크레인에 1년 가까이 매달려 있어야 가까스로 듣는 척이나마 하는 시대였으니까요.
그래서 이 정권이 바뀌면 뭔가 달라질 것이라고, 정상적인 소통이 이루어지는 사회가 되면 제대로 역할을 할 기회가 주어질 것이라고 막연하게 생각해왔던 것 같습니다. 혹은 그러니 정권을 바꾸면 많은 문제가 해결된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물론 그런 사회가 되어야 하는 것은 사실이고 새로운 당선자께서 적어도 지난 5년간의 '불통'은 다시 재현하지 않으실 것을 기대해보고 있습니다만, 아직은 어떤 예단도 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그러나 되돌아보면 '말'을, '논리'를 통해 무엇인가를 이뤄내는 경험을 더 확산시키지 못한 것이야말로, 그런 경험을 할 수 있는 새로운 공간들을 더 많이 만들어내지 못한 것이야말로 실패의 원인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민주주의를 체험하고 그 가치와 효과를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을 스스로 만들어내는데 소홀한 채 시민들에게 민주주의를 위해 투표하라고 한 것은 아니었나 싶습니다.
물론 일찍이 여러 소통의 공간들이 열리기도 했습니다. SNS라는 대표적인 소통의 공간이 있었습니다. 시민행동의 걸출한 선배님들께서 '씽크카페'라는 새로운 소통 모델을 확산시키기도 하셨습니다. 시민행동 또한 그런 변화에 부응하기 위해 부족하나마 나름 운동의 방식과 내용에서 여러 가지 변화를 시도해보기도 했습니다. 우리 사회 곳곳에서 소통의 공간을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한 결과가 이번과 같은 박빙의 대선 결과를 만들어낸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하지만 충분히 넓은 소통이 되지 못한 경우도 많았습니다. 이미 비슷한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끼리, 혹은 특정 집단, 특정 세대에 국한하여 이루어진 경우가 많았습니다. 소통이라기보다는 일방적인 계몽, 혹은 선동인 경우도 없지는 않았을 테고요.
또한 시민행동이 좀 더 많은 관심을 가진 이야기들 - 주민들이 직접 자기 지역의 문제들을 결정하는 것에 관한 이야기들,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이 해당 기업의 방향에 관해 논의하는 것에 관한 이야기들, 인터넷 유저들이 자신의 커뮤니티의 운영 방식을 직접 결정하는 것에 관한 이야기들 - 이 소통될 공간은 그다지 많이 만들어내지 못했습니다. 즉, 정책의 영역, 행정의 영역에서 민주주의를 직접 체험할 기회가 별로 없었다는 이야기입니다.
(다시 한 번 당선자께서 정상적인 소통의 시대를 만들어주실 것을 바래보면서도) 2013년부터 시민행동은 더 많은 '말'과 '논리'가 소통되는 장을 만들고, 그런 장에서 더 많은 사람들이 정상적인 소통의 경험을 하는 기회를 만드는 운동을 해나갈 것입니다. 중앙 정부에서 그럴 기회가 없다면, 지역에서, 기업에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그런 경험들을 만들어낼 것입니다. 그런 기회 하나하나가 민주주의의 학교가 될 것입니다.
그런 운동이 시민행동의 본연의 임무에 부합하고, 또한 지난 12년간 시민행동이 쌓아온 가치와 지식과 경험들이 잘 활용될 수 있는 운동이기도 합니다. 더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기 위해, 더 많은 사람들과 소통의 경험을 나누기 위해, 시민행동은 오래된 관습, 방식, 가치에 얽매이지 않고 더욱 과감한 시도들을 해나갈 것입니다.
1987년 대선에서 정권교체에 실패한 직후 한겨레신문 창간을 알리는 광고의 카피는 '민주주의는 한 판의 승부가 아닙니다'였습니다. 2013년을 앞둔 시민행동의 마음도 그러합니다. 정권교체보다 더 넓고 더 많은 민주주의들의 창출에 앞장서겠습니다.
대선 다음 날 저는 유난히도 일찍 일어나 출근을 했습니다. 시민행동 회원들 중에도 많은 분들이 선거 결과를 보고 멘붕에 빠져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이 결과에 대해 무엇인가 설명도 있어야 할 것 같고, 이후 시민행동이 어떤 방향으로 활동할 것인지에 대한 말씀도 드려야 할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어러 회원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뭔가 조급히 이야기하기보다는 조금 더 서로 위로를 나누는 시간, 조금 더 스스로 깊이 성찰하는 시간을 가지기로 했습니다.
열흘의 시간이 흐르고 나니 참 많은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 이야기들 속에서 다들 나름대로 위로도 받고 성찰의 계기도 가질 수 있으셨으리라 생각합니다. 그 수많은 이야기들을 다 옮기기에는 너무 길어질 듯하여 몇몇 회원들, 혹은 외부에서 본 글을 큐레이션 하는 것으로 갈음하려 합니다.
다만, 시민행동 혹은 시민운동과 관련해 되짚어본 것 한 가지만 말씀드리려 합니다.
시민행동에게는 지난 5년이 참 힘든 시간이었습니다. 시민행동이 해온 시민운동은 '말'의 운동이었습니다. 잘못된 것을 비판하고 더 좋은 대안을 제시하는 '논리적인 목소리'를 내는 것. 그것이 시민행동이 해온 운동의 기본이었습니다. 그런데 지난 5년간 그 '말'의 운동, '논리'의 운동은 시민행동을 지켜주시고 응원해주신 분들이 기대한 만큼의 성과를 내지는 못했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저희는 가장 큰 이유를 '불통'의 시대에서 찾았습니다. '명박산성'으로 상징되는 MB 정권 5년 하에서 시민행동의 이야기는 대부분 갈 곳을 찾지 못했습니다. 정부에, 기업에, 언론에 아무리 말을 걸어도 대답없는 목소리가 될 뿐이었습니다. 생목숨들이 죽어나가야, 크레인에 1년 가까이 매달려 있어야 가까스로 듣는 척이나마 하는 시대였으니까요.
그래서 이 정권이 바뀌면 뭔가 달라질 것이라고, 정상적인 소통이 이루어지는 사회가 되면 제대로 역할을 할 기회가 주어질 것이라고 막연하게 생각해왔던 것 같습니다. 혹은 그러니 정권을 바꾸면 많은 문제가 해결된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물론 그런 사회가 되어야 하는 것은 사실이고 새로운 당선자께서 적어도 지난 5년간의 '불통'은 다시 재현하지 않으실 것을 기대해보고 있습니다만, 아직은 어떤 예단도 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그러나 되돌아보면 '말'을, '논리'를 통해 무엇인가를 이뤄내는 경험을 더 확산시키지 못한 것이야말로, 그런 경험을 할 수 있는 새로운 공간들을 더 많이 만들어내지 못한 것이야말로 실패의 원인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민주주의를 체험하고 그 가치와 효과를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을 스스로 만들어내는데 소홀한 채 시민들에게 민주주의를 위해 투표하라고 한 것은 아니었나 싶습니다.
물론 일찍이 여러 소통의 공간들이 열리기도 했습니다. SNS라는 대표적인 소통의 공간이 있었습니다. 시민행동의 걸출한 선배님들께서 '씽크카페'라는 새로운 소통 모델을 확산시키기도 하셨습니다. 시민행동 또한 그런 변화에 부응하기 위해 부족하나마 나름 운동의 방식과 내용에서 여러 가지 변화를 시도해보기도 했습니다. 우리 사회 곳곳에서 소통의 공간을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한 결과가 이번과 같은 박빙의 대선 결과를 만들어낸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하지만 충분히 넓은 소통이 되지 못한 경우도 많았습니다. 이미 비슷한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끼리, 혹은 특정 집단, 특정 세대에 국한하여 이루어진 경우가 많았습니다. 소통이라기보다는 일방적인 계몽, 혹은 선동인 경우도 없지는 않았을 테고요.
또한 시민행동이 좀 더 많은 관심을 가진 이야기들 - 주민들이 직접 자기 지역의 문제들을 결정하는 것에 관한 이야기들,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이 해당 기업의 방향에 관해 논의하는 것에 관한 이야기들, 인터넷 유저들이 자신의 커뮤니티의 운영 방식을 직접 결정하는 것에 관한 이야기들 - 이 소통될 공간은 그다지 많이 만들어내지 못했습니다. 즉, 정책의 영역, 행정의 영역에서 민주주의를 직접 체험할 기회가 별로 없었다는 이야기입니다.
(다시 한 번 당선자께서 정상적인 소통의 시대를 만들어주실 것을 바래보면서도) 2013년부터 시민행동은 더 많은 '말'과 '논리'가 소통되는 장을 만들고, 그런 장에서 더 많은 사람들이 정상적인 소통의 경험을 하는 기회를 만드는 운동을 해나갈 것입니다. 중앙 정부에서 그럴 기회가 없다면, 지역에서, 기업에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그런 경험들을 만들어낼 것입니다. 그런 기회 하나하나가 민주주의의 학교가 될 것입니다.
그런 운동이 시민행동의 본연의 임무에 부합하고, 또한 지난 12년간 시민행동이 쌓아온 가치와 지식과 경험들이 잘 활용될 수 있는 운동이기도 합니다. 더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기 위해, 더 많은 사람들과 소통의 경험을 나누기 위해, 시민행동은 오래된 관습, 방식, 가치에 얽매이지 않고 더욱 과감한 시도들을 해나갈 것입니다.
1987년 대선에서 정권교체에 실패한 직후 한겨레신문 창간을 알리는 광고의 카피는 '민주주의는 한 판의 승부가 아닙니다'였습니다. 2013년을 앞둔 시민행동의 마음도 그러합니다. 정권교체보다 더 넓고 더 많은 민주주의들의 창출에 앞장서겠습니다.
오래동안 시민행동을 지켜주신 회원 후원자 여러분, 다시 한 번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함께하는 시민행동 사무처장 박준우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