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S 뉴스야 놀자 인터뷰 - 주민등록번호 사용 금지에 관해

2011-08-03

 

CBS 라디오 '뉴스야 놀자'에 인터넷에서의 주민등록번호 사용 금지와 관련된 주제로 박준우 기획실장이 인터뷰를 가졌습니다. 인터뷰 준비를 위해 작성한 질문지와 답변 내용입니다.  (실제 방송 내용과는 약간 차이가 있습니다) 

 

1. 인터넷에서 본인을 인증하는 수단으로 주민등록번호 더 이상 사용하면 안된다는 논의가 확산되고 있는데요. 어느정도 논의가 진행되고 있나요? 

시민사회단체들은 1990년대 중반부터 주민등록번호의 여러 가지 문제점들을 인식하고 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있었고요. 2000년대 들어 인터넷이 활성화되면서 민간기업들이 주민등록번호를 수집하게 되면서 개인정보 유출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고 보고 수집 제한을 요구하기 시작했습니다. IT업계나 학계에서도 비슷한 논의가 많고요. 2003년이랑 2006년에 인권위원회 연구용역 결과에서도 민간에서의 주민등록번호 수집을 제한해야 한다고 권고했습니다. 

 

2. 현재와 같이 주민등록번호를 사용하면 어떤 문제가 있나요?

가장 심각한 문제는 주민등록번호가 평생 변하지 않는 번호라는 겁니다. 주민등록번호는 생년월일, 성별, 출생지, 등록순서 같은 정보로 짜맞춰져 있어서, 정보 오류, 그러니까 남자인데 2번을 받았다거나, 똑같은 번호가 중복되었다던가, 혹은 성전환 수술.. 이런 경우를 제외하면 변경이 안됩니다. 그러니까 일단 유출되고 나면 근본적인 해결이 안 됩니다. 지금 갖고 있는 번호가 유출되서 피해가 발생했더라도 그 번호를 그대로 사용해야 하는 거죠. 내뱉은 말을 주어담을 수 없듯이 이미 다른 사람 기억 속에 있는 정보를 지울 방법이 없잖습니까. 

 

또 하나는 활용가치가 특별히 높다는 겁니다. 아까 말했듯이 번호만 봐도 나이, 출생지, 성별 다 알거든요. 게다가 평생 안 변하는 번호이기 때문에 어느 업체나 똑같은 번호를 갖고 있다는 겁니다. 여러 기업의 것들을 모으면 이 사람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뭘 좋아하는지 다 나오거든요. 그러다보니 그냥 이름이랑 주소, 연락처만 훔쳐갔을 때보다 활용가치가 훨씬 높습니다. 활용가치가 높다보니 정보를 훔칠 유혹도 훨씬 커지는 거죠. 

 

2.1. 최근에는 네이트의 대규모 해킹 유출사고도 있었는데..

어제 오늘 일이 아니죠. 이미 2000년에 한 고등학생이 46개 업체에서 600만건을 해킹한 적이 있었고요. 옆 나라인 중국에서 인터넷이 발전하면서, 그리고 사이버머니를 이용하는 온라인 게임들이 늘어나면서 더 빈번해졌죠. 다른 사람의 정보를 이용해서 사이버머니를 받으면 더 쉽게 돈을 모을 수 있거든요. 2006년에는 온라인 게임인 리니지에서 50만건 정도, 2008년에는 불과 한 달 사이에 옥션에서 1000만건, 하나로에서 600만건이 유출되었고요. 점점 그 규모가 커지고 있는 거죠. 

 

2.2. 유출로 인한 구체적인 피해 사례는 어떤것이 있나요?

가장 기본적인 건 신원도용인데요. 예를 들어 전 국회의원이던 단병호 씨가 노동운동 시절에 수배당한 적이 있었는데, 그 때 수배전단에 주민등록번호가 공개되어 있었거든요. 그 때 거의 모든 성인사이트에 단병호씨 이름으로 계정이 만들어졌던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요즘 유행하는 보이스피싱에도 많이 이용되는데요. 여기 어떤 경찰서의 아무개 형사다 하고 전화가 올 때가 있잖아요.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대면서 네 명의로 된 통장이 사기에 이용되었다.. 이런 식으로 시나리오를 만들어가면 많은 사람들이 쉽게 속아넘어갑니다.  

 

2.3. 본인확인에는 주민번호가 가장 효과적이 아닌가요?

이번에 3500만명의 주민등록번호가 유출되었습니다. 인터넷을 안하는 고령층이나 영유아를 제외하면 사실상 전 국민의 주민등록번호가 유출된 겁니다. 그런 상황에서 주민등록번호랑 이름만 확인해서 어떻게 본인이라고 믿을 수 있겠습니까? 

 

2.4. 전자상거래나 이런 데서는 필요한 거 아닐까요?

오히려 전자상거래 같은데는 공인인증서 같은 걸로 중복확인을 하고 있습니다. 주민등록번호만으로는 못 믿는 거지요. 

 

3. 인터넷 업체들의 입장은 무엇인가요?

법제도 때문에 주민등록번호를 안 받을 수가 없다고 하는데요. 실제로는 이미 주민등록번호를 기본으로 해서 데이터베이스를 만들어놓았기 때문에, 이걸 고치려면 비용 부담도 좀 되고 귀찮기도 하고.. 그래서 손을 대고 싶지 않은 게 큽니다. 네이트는 사고치고 나니까 하겠다는 거 아닙니까?

 

3.1. 정부의 규제당국의 입장은?

현행 법제상으로는 본인확인만 하고 폐기하면 문제가 없는데, 기업들이 계속 보관하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한 거다. 이렇게 얘기하고 있는데요. 원론적으로는 틀린 말은 아니지만요. 사실 어떤 기업이 댓글 하나 달 때마다 새로 이름이랑 주민등록번호 입력하라고 이용자들을 귀찮게 하려고 하겠습니까? 그러니 보관할 수밖에 없죠. 사실상 정부가 인터넷 실명제 같은 걸로 주민등록번호 보관을 유도하고 있는 겁니다. 

 

4. 시민단체에서는 주민등록번호를 사용하지 않을 경우 어떤 대안을 제시하고 있나요

대안을 제시하는 게 아니고 수집 안하면 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구글이나 트위터, 페이스북 같은 해외 인터넷 서비스들은 이메일 인증만으로도 서비스에 아무 문제가 없지 않습니까? 오히려 주민등록번호 때문에 우리 나라 인터넷 서비스들이 세계로 뻗어나가지 못하는 겁니다. 언어의 장벽이 있는 사람들은 그렇다치더라도 중국, 미국, 일본에 사는 해외동포들 2세, 3세들이나 한국어를 잘 하는 수많은 한류팬들조차도 한국 인터넷 서비스들 쓰기가 어렵거든요. 주민등록번호가 기업하기 좋은 나라 되는 걸 가로막고 있는 거죠.

 

4.1. 범죄수사나 이런 걸 위해서는 필요한 거 아닌가요?

최근에 2MB어쩌고 하는 트위터 계정이 문제가 되었는데요. 트위터는 주민등록번호를 안 받지만 그 계정 만든 분이 이미 입건되어서 수사를 받고 있거든요. 우리 수사당국이 주민등록번호 없다고 수사 못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