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합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우리들부터 유가족들의 요청에 응답하겠습니다.

2014-05-01

 

 [세월호 참사, 18개 시민사회단체 공동 기자회견]

 

미안합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우리들부터 유가족들의 요청에 응답하겠습니다.

 
 
우리 18개 시민사회단체들은 세월호 참사로 유명을 달리했거나 아직 생사도 확인되지 못한 모든 이들을 애도하며, 제발 남은 실종자 모두가 1분 1초라도 빨리 구조되기를 다시 한 번 간절히 염원합니다. 
 
그동안 우리는 이번 참사를 막을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지 못한 우리 사회 구성원의 일원으로서, 희생자와 유가족에게 너무나 죄송스러웠습니다. 그리고 반복되는 정부의 무책임한 태도를 질타하기에 앞서 구조활동에 정부가 정말 전념하기를 바라는 마음도 간절했습니다.
 
 
그러나 4월 29일 박근혜 대통령이 국무회의 모두 발언에서 내 놓은 ‘사과’에 대해 유족들이 그 진정성을 회의하였고, 나아가 그 날 늦은 오후 유가족대책위원회가 기자회견을 통해 정부와 국민들에게 절박한 요청을 보냈기에 우리 단체들은 진심을 담아 응답하고자 합니다.
 
 
첫째, 우리는 이 참사로 안타까워 울고 있는 국민들에게 더 이상 미안해하지 말라며 도리어 국민들을 위로하면서, “업무성과와 밥그릇 싸움으로 집단이기주의로 똘똘 뭉친 권력층과 선박관계자들 그리고 그 아이들을 지켜주지 못했으면서 아이를 찾으려고 허둥대는 학부모들에게 어떠한 지원이나 대안을 제시하지 않은 정부 및 관계기관에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라고 한 유가족대책위의 요청을 결코 외면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유가족들의 그러한 요청이 실현되도록 뜻있는 국민들과 함께 노력할 것입니다. 그리고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들이 외롭고 억울하지 않도록 그들의 편이 될 것이고 필요하다면 힘을 보탤 것입니다. 
 
 
둘째, “세월호 사고의 정확한 사고경위와 사고 발생의 진상규명을 정식으로 정부에게 요청”하며, “아직 바다에 남아있는 어린 학생들을 재빨리 사랑하는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더 이상의 변명 없는 적극적인 태도를 촉구”한 유가족대책위의 요청에 정부가 제대로 응답할 것을 촉구합니다. 
 
선박의 문제를 비롯해 관제실패와 부실했던 정부의 구조활동 등 침몰사고가 대형참사로 이어지게 된 경위와 진상을 철저히 밝혀야 합니다.  대한민국이 침몰한 이 사건에서 성역은 있을 수 없고 있어서도 안됩니다. 그렇기에 유가족, 실종자 가족이 제기하는 합리적 의문과 문제제기에 대해서도 정부가 충실히 답해야 합니다. 아직 생사를 확인하지 못한 실종자들에 대한 신속한 구조와 수색에도 정부의 명운을 걸어야 합니다. 
 
우리는 정부가 유가족대책위의 이 요청에 얼마나 제대로 응답하는지도 감시하고 재촉할 것입니다.
 
 
셋째, 박근혜 대통령이 유가족들과 실종자 가족에게 제대로 사과할 것을 촉구합니다. 
 
그제 박 대통령이 국무위원들 앞에서 한 발언은 일반 국민은 물론이거니와 무책임한 정부와 관계자들의 모습에 억장이 무너진 유가족들의 마음을 품는데 실패했습니다. 
 
박 대통령이 부디 조금이라도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들의 상처를 덜어주고자 한다면 유가족들과 실종자 가족들에게 진정성있는 사과를 해야만 합니다. 국민의 마음을 품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없다는 것을 청와대가 빨리 깨달아야 합니다.
 
 
넷째, 박 대통령과 정부는 임기응변식 땜질 처방을 내놓을 것이 아니라, ‘시민 안전’을 국가정책의 최우선 순위로 조정하고 정부정책 기조를 바꿀 것을 촉구합니다. 우리 도 이번 세월호 참사가 국가정책 우선순위와 사회의 지배적 가치관의 전환을 이루는 계기가 되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정부보다 앞서 이미 국민들은 우리 사회가 성장만을 중시하고 시민의 안전을 얼마나 경시했는지 통렬히 반성하고 나라가 바뀌기를 갈구하고 있습니다. 인권과 생명보다 앞서는 것이 없음을 이번 참사를 계기로 성찰하고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박 대통령과 정부는 그런 점을 제대로 성찰하지 않고 있습니다. 박 대통령과 정부가 성찰적 반성과 새로운 모색에 나설 것을 촉구합니다.
 
 
다시 한 번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며, 우리들부터 유가족들의 요청에 적극적으로 응답하겠습니다. 단원고 학생들을 포함한 모든 실종자 가족들과 유가족들의 아픔과 호소를 외면하지 않을 것임을 다짐합니다.  
 
 
2014. 5. 1.
 
 
한국여성단체연합, 여성환경연대, 한국여성노동자회,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여성의전화, 녹색연합, 녹색교통운동, 생태지평, 환경운동연합, 환경정의, 민주언론시민연합, 평화네트워크, 통일맞이, 문화연대, 함께하는시민행동, 흥사단, 참여연대, 한국YMCA전국연맹 (이상 18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