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강제 해산은 사태만 악화시킬 뿐이다.

2007-07-20

오늘 정부는 경찰력을 동원하여 파업중인 이랜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강제해산시켰습니다. 시민행동은 정부의 물리력을 동원한 이번 조처에 대해 노사자율원칙을 훼손하며,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킬 것을 우려하는 성명을 발표하였습니다. (사진출처 : 연합뉴스)


정부의 강제 해산은 사태만 악화시킬 뿐이다.


오늘(7월 20일) 오전 정부는 경찰력을 동원하여 이랜드 그룹 두 곳 매장에서 파업을 벌이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강제 연행하였다. 비정규직의 고용보장을 요구하며 지난달 말부터 파업을 벌어온 이랜드 파업 사태가 정부의 공권력 투입에 의해 강제 종료된 것이다. 노사가 자율로 풀어야 할 문제를 과거처럼 정부는 공권력을 동원하여 사태를 해결하고자 한 것이다. 비정규직의 생존권 보장을 위한 이번 파업에 있어 무엇보다도 인내와 끈기를 가지고 중재에 나서야 할 정부가 물리력을 동원하여 사태를 해결하고자 한 것은 노사관계의 평화적 중재자로서의 역할을 스스로 포기한 것이며, 노사자율의 원칙을 훼손한 행위라 하겠다.

비정규직은 전체 노동자의 절반을 넘어섰고, 이들은 극심한 고용불안과 불합리한 차별을 겪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비정규직의 남용을 막고 차별을 시정하고자 제정된 비정규직법이 지난 7월 1일부터 시행되었음에도, 몇몇 대기업의 정규직 전환 사례와 달리, 이랜드 그룹은 법 제정 취지와는 반대로 대량 해고와 용역 전환으로 일관함으로써 이번 사태를 불러일으켰다.

이번 이랜드 사태는 남용을 막고자, 그리고 차별을 해소하고자 제정된 비정규직법이 악덕 기업에게 있어서는 오히려 비정규직을 더욱 더 고용불안과 열악한 근로조건으로 내몰 수 있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준 사례이다. 직접 고용하던 비정규직을 외주화하는 것은 고용보장과 차별시정 등 비정규직법의 제정 취지를 철저히 무시하고, 사용자로서의 책임도 회피하고자 하는 것이다. 또한 같은 일을 해도 용역업체를 거침에 따라 임금이 삭감되는 등 근로조건도 더 열악해질 수 있다.

이처럼 이번 이랜드 사태는 비정규직법이 보호로서의 효과보다는 오히려 집단 해고와 외주화로 고용불안과 근로조건의 악화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준 것이라 하겠다.

이랜드 사태가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노동부를 비롯한 정부는 비정규직법의 입법 취지를 훼손하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오히려 더 열악한 고용환경으로 내모는 이랜드 그룹의 법 훼손 행위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시정요구 보다는 공권력을 동원하여 강제해산을 단행하였다. 정부의 이러한 태도는 노동자를 보호해야 할 정부의 역할을 망각한 것이며, 오히려 사태만 악화시킬 뿐이다.

공권력에 의한 강제해산으로 이랜드 사태가 종결된 것은 아니다. 이랜드 그룹은 비정규직의 생존권을 박탈하는 행위를 중단하고, 조건없이 성실한 자세로 교섭에 임해야 할 것이다. 또한 비정규직법의 입법 취지를 훼손하는 행위를 중단하고, 책임 있는 고용주로서의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다. 정부도 비정규직법이 악용되는 사례를 철저히 조사·시정하여야 할 것이며, 남용 억제와 보호로서의 효과를 가져오기에 법 자체에 미비점은 없는지 등을 검토하여 개선책을 마련하여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사회는 제2의 이랜드사태를 끊임없이 겪게 될 것이며 이는 정부의 무능함에 대한 여론과 기업에 대한 불신을 확대 재생산하게 될 것이다. 끝.

2007. 7.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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