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당국이 두려워해야 할 것은 불법 시위가 아니라 추모시민들의 마음입니다

2009-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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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을 추모하는 시민들의 마음이 당국의 편협한 태도에 갇혀 있습니다. 지하철 시청역과 덕수궁 앞에서는 수천명의 전경들이 분향소를 에워싸고 시민들의 분향소 방문을 어렵게 하고 있으며 서울광장 또한 차벽으로 완전히 둘러쌓여 있습니다.

또한 서울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추모행사를 위한 서울광장 사용 신청을 불허했습니다. 또한 서울광장을 차벽으로 둘러싼 채 시민들이 서울광장에 분향소를 마련하는 것도 차단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경찰의 할 일은 질서 유지이지 집회 차단이 아닙니다.

현재 시청 앞은 계엄을 연상케할 만큼 수많은 경찰 병력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경찰은 '불법 시위로의 변질 가능성' 때문에 많은 병력 배치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엄청난 인파가 몰리고 있음에도 추모 행렬은 질서있게 유지되고 있습니다. 외려 경찰의 지나친 병력 배치 때문에 혼잡한 상황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발생하지도 않은 불법 시위의 잠재적 가능성만으로 이처럼 과도하게 병력을 배치하는 것은 공권력 남용입니다. 질서 유지를 돕기 위한 인원이 아닌, 시위 차단을 위한 인원은 즉각 철수해야 합니다.

서울시의 자의적인 시청광장 사용 불허 결정은 중단되어야 합니다.

서울시는 시청광장 사용을 불허하면서 '시민의 건전한 여가선용과 문화활동 등'이라고 표현된 광장 조성 목적에 위배되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밝혔습니다.

하지만 서울시는 이미 지난해 6월 촛불집회 당시 HID 회원 수백명이 가진 추모행사를 허가한 바 있습니다. 2007년 6월 9일에는 6월 민주항쟁20주년 사업추진위원회의 이한열 열사 20주기 추모제, 그리고 같은달 29일에는 해군동지회의 서해교전 전사자 추모행사도 열렸습니다. 심지어 2007년 4월 21일에는 선진화국민회의 등 257개 단체가 주최한 버지니아 공대 참사 희생자 추모 촛불문화제도 열린 바 있습니다. 그럼에도 전직 대통령의 추모행사는 불허한 것입니다.

사실 시민들의 자율적인 행사를 서울시가 자의적으로 불허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지난 2006년 서울시는 민족민주열사 추모제를 거부했다가 국가인권위원회로부터 평등권 침해라는 지적을 받고 행사를 허가한 바 있습니다. 그랬다가 보수단체들로부터 문제제기를 받자, 앞으로는 이념적 행사는 아예 허가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그 이후 서울시는 촛불문화제를 비롯한 수많은 시민들의 의사표현을 수시로 불허해왔습니다.

이번 서울시의 불허 결정이 이같은 인식에 기반해 있는 것이 아니길 바랄 뿐입니다. 서울시가 뒤늦게 노 전 대통령의 장례식이 국민장으로 치러지게 되면서 장의위원회와 협의하여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 또한 시민들의 자율성을 부정한 것일 뿐입니다. 국가가 인정하는 추모행사는 사용 목적에 맞고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준비한 추모행사는 사용 목적에 어긋난다는 얘기입니까?

정부와 한나라당은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이 분열과 적대가 아니라 화해와 국민 통합의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라고 합니다. 자신들의 편협함이 국민 통합을 가로막고 분열을 부추기고 있음을 경찰과 서울시가 인식하기를 바랍니다.

(사진은 노컷뉴스에서 인용했습니다)

2009.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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