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 감세 후 서민 증세? 국민 저항을 자초하지 말라.

2009-07-07
부자 감세 후 서민 증세? 국민 저항을 자초하지 말라.

- 현 정부 감세 조치로 대통령 임기내 약 90조원 세수 감소 초래
- 저소득층과 무관한 소득세, 법인세, 상속증여세 등 위주 ‘부자 감세’ 비판
- 경제위기로 지출증대 불가피하자 국채 급증 무릅쓰고 대규모 예산 증액
- 최근 주세, 담배세 등 간접세 인상 및 전세보증금 과세 등 검토
- 부자감세, 지출증대로 인한 재정적자를 서민증세로 메우려는 의도

현 정부는 집권 초기부터 경제를 살리기 위해 감세가 불가피하다며 대규모 감세 정책을 추진해왔다. 그 결과 2008년 실현된 감세 조치로 인한 향후 5년간(2008~12)의 세수 감소가 국회 예산정책처 추계(2008.10.) 총 82조4,84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민간에서는 이보다 많은 96조원(이영환·신영임 2009.2.) 정도로 전망하기도 한다. 더구나 이 감세 조치는 저소득층과는 무관한 소득세, 법인세, 상속증여세, 종합부동산세 등에 집중되어 있어 ‘부자 감세’로 비판받아 왔다.

이러한 대규모 감세 조치 직후 세계적 경제 위기가 도래하면서 재정지출 확대가 불가피하게 되었지만, 정부는 고집을 꺾지 않고 있다. 덕분에 세수 감소와 지출 증대가 병행되면서 국가채무 증대가 가속화되는 등 재정 건전성에 심각한 위험 신호가 나타나고 있는 형편이다. 올 3월 추경예산에서만 국가채무가 2009년도 당초예산 대비 17조2천억원(당초 349조7천억원추경 366조9천억원) 늘어났다.

이에 민간전문가 등은 경제위기 이후 외국에서는 재정지출을 충당하기 위해 고소득층에 보다 많은 세금을 부과하는 쪽으로 조세 정책이 급선회하고 있음을 지적하면서 우리 정부도 기존의 ‘부자 감세’ 정책을 포기하고 재정 확보와 사회적 형평성 제고를 동시에 추구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촉구해왔다.

그러나 정부는 국가재정 증대방안으로 ‘부자 감세’ 정책을 재검토하기는커녕 연일 부가세, 주세, 담배세 등 간접세 증액, 세제혜택 감소 등 다수 서민에게 불리한 방안들을 슬쩍 흘려보고 여론이 나쁘면 철회하는 행태를 반복하고 있다.

최근 조세연구원에서 전세보증금 과세방안을 내놓은 것도 이러한 여론 떠보기의 하나인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월세와의 형평성 등을 이유로 들고 있지만, 전세보증금에 대한 과세가 보증금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결국 세입자 부담으로 귀결될 우려가 크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서민 증세’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기는 마찬가지라고 판단된다.

설사 전세보증금에 세금을 물리는 것이 합리적이다 할지라도 재정 확보가 시급한 시점에 기존의 무분별한 감세 정책을 그대로 두고 엉뚱한 방안만 내놓는 정부의 행태는 다수 국민으로부터 지지를 얻기 힘들 것이다.

정부가 지금 할 일은 재정지출 급증 상황에서 일차적으로 검토되어야 마땅한 고소득층 과세 확대, 거액 탈세의 온상이 되는 과세체계의 허점 개선, 효과 없는 낭비성 지출 축소 등이다.

이런 일에 성의를 보이지 않으면서 건강 증진 운운하며 주세, 담배세를 늘리겠다거나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며 전세보증금에 과세해야 한다거나 하는 방안만 내놓은 일은 국민적 반감을 부추길 뿐이다.

이제라도 정부는 ‘부자 감세’ 정책이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할뿐더러 더 이상 현실적으로 가능하지도 않음을 인정하고 전면적인 재검토에 착수해야 할 것이다. 또한 각종 조세정의를 저해하는 탈세 및 허술한 과세 체계와의 전면전을 선포해야 한다. 아울러 국민에게 부담 증대를 요구하기 전에 정부 스스로 쓸데없는 지출을 과감히 줄여나가는 모범을 보여야 한다.

정부가 하루 빨리 경제 회복과 사회적 형평성 제고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정책으로 선회하지 않는다면 다수 국민의 거센 저항에 직면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끝.

2009년 7월 7일

<함께하는시민행동>
공동대표 박헌권 윤영진 지현
예산감시위원장 김태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