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박근혜 전 대통령 재임 시기의 대통령기록물 이관을 둘러싼 논란이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습니다. 소셜런치에서는 지난 3월 27일(월)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김유승 소장님(중앙대 교수)을 찾아 최근 현안을 포함하여 대통령기록물에 관한 여러 쟁점을 살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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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통령 기록물이란 어떤 걸 얘기하는 건지요?

 

images.jpg  대통령기록물은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에 의해 규정되어 있습니다. 대통령 자신과 대통령의 자문, 보좌기관들이 생산한 기록 모두가 대통령 기록입니다. 대통령 기록의 종류에는 문서, 전자문서, 행정박물이 모두 해당이 됩니다. 행정박물에는 선물이나 인장 같은 것들이 포함되고요. 미국의 경우, 대통령 집무실에서 한 대화는 다 녹음이 됩니다. 음성파일도 대통령 기록입니다. 이메일도 다 대통령 기록입니다. 그래서 오바마가 대통령 되었을 때 블랙베리 쓴다고 난리가 났죠. 이번에 청와대 수석들의 수첩이 사건의 전모를 밝히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는데 수첩도 원칙적으로는 대통령 기록물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어디까지를 기록으로 볼 것인지에 대한 논쟁이 있습니다. 기록관리학자들 입장에서는 생산된 모든 것을 기록으로 봅니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기록관리 시스템에 등록해야만 기록이라고 봅니다. 아이가 태어났는데 출생신고를 안 하면 국민이 아니라고 하는 거죠. 지난 청와대에서는 중요사안을 다룰 때, 기록관리 시스템이 아닌, 개인용 PC를 더 많이 이용했을 것이라는 의심이 듭니다. 

 

 이 대목에서 궁금한 것이 있는데요. 정호성 전 비서관의 죄명이 공공기록물관리법 위반으로 되어 있습니다. 정 비서관은 청와대에서 문서를 유출했고 그 중에 대통령 말씀자료 같은 것도 들어있는데 왜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으로 기소하지 않았을까요?

 

images.jpg  정보공개센터가 작년 10월에 청와대를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으로 고발했었죠. 그런데 외교부 문서 같은 건 대통령기록물이 아닌 공공기록물이라고 볼 수 있고요. 대부분은 아직 등록되지 않았기 때문에 기록물이 아니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말씀 자료 등 최소한 한 두 건은 분명히 대통령기록물입니다. 박관천 경정이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으로 처벌받았던 것과 비교해보면 이해하기가 어렵습니다만, 이해 안 되는 일이 한두 개가 아니죠.  

 

 지금 대통령기록물 이관을 둘러싸고 논란이 있는데요. 어떤 게 문제가 되고 있는지요?

 

images.jpg  대통령기록물 중에는 일반 기록, 비밀취급인가가 있어야 볼 수 있는 비밀기록, 그리고 비밀기록 중에서도 그걸 생산한 대통령 본인만 볼 수 있는 지정기록이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는 비밀기록을 한 건도 생산하지 않고 다 지정기록으로 지정해버렸습니다. 이명박 정부가 참여정부를 칠 때 제일 먼저 트집잡은 게 기록이었거든요. 그러니 자기는 그걸 남기겠어요? 그나마도 비밀기록을 다 지정기록으로 봉인해버렸습니다. 그만큼 이관 과정이 중요합니다. 

원래 퇴임 6개월 전부터 대통령기록물을 대통령기록관에 이관하는 작업이 시작됩니다. 공식적으로는 6개월 전부터이지만, 대통령 측에서는 임기 마지막 해가 되면 어떤 걸 공개하고 어떤 걸 비밀로 할지 등등 이관에 관해 고민하기 시작할 겁니다. 그런데 이관 과정에서 기록을 정리하고 분류하는 주체가 중요합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형사피의자 신분이고요. 지금 청와대에 남아있는 사람들은 기소만 안 되었을 뿐 사실상 공범이나 부역자들입니다. 넓게 보면 한 팀인 거죠. 대통령 기록은 사실 이 정부에서 벌어진 일들에 대한 증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걸 범죄행위를 묵과했거나 지지했거나 동승했거나 부역한 사람들에게 남겨놓은 것이죠. 사실 황교안 권한대행조차도 이 점에서 그다지 자유로울 수 없는 사람입니다. 고양이에 생선 맡긴 것과 같은 상황이 된 셈입니다.

대통령 기록을 지정할 권한이 누구에게 있는가 하는 문제도 있습니다. 원래 대통령 기록의 지정 권리는 대통령에게 있습니다. 국가기록원 측에서는 대통령이 탄핵되어 궐위된 경우에는 황교안 권한 대행이 그 권한을 가진다고 하는데 기록관리 입장에서는 말도 안 되는 얘기입니다.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은 대통령이 정상적으로 임기를 마쳤을 경우만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번과 같은 비상상황에 대해서는 입법 미비 상태입니다.

여타 공공 기록물과 달리 대통령 기록물에 한하여 비밀기록보다 강력한 보호 장치를 제공하는 지정기록제도를 두고 있는 것은 대통령 기록물의 특수성을 넘어 정부 수립 이후 대통령 기록물이 온전히 기록되지 않았던 과거에 대한 대응입니다. 대통령기록문화의 정착을 바라는 염원이 담겨있고, 궁극적으로 후대 우리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고자 하는 것이죠. 따라서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이 정하고 있는 대통령 지정기록물 제도는 매우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운영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황교안 권한대행은 입법 미비 상황에서 자의적으로 권한을 행사하려 합니다. 지정기록 제도의 취지는 지정기록물을 생산한 당사자만이 해당 기록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대통령권한대행으로서 생산한 기록물에 한하여 지정기록제도를 운영하는 것은 입법의 취지에 합당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파면된 전임 대통령의 기록을 지정기록으로 정할 권한은 없습니다. 이것은 지정기록물제도의 취지를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행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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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 관리는 잘 되고 있었나요?

 

images.jpg  2006년 <공공기관의 기록물관리에 관한 법률>의 한 챕터로 있었던 대통령기록물 관리가 떨어져나와서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이 생긴 이후 지금까지 한 번도 대통령 기록물이 안전한 적이 없었습니다. 가장 안타까운 것은 대통령 기록 관리 체제 자체가 붕괴된 것입니다. 생산단계에서부터 이관하는 이 순간까지 우리에게 알려진 게 아무 것도 없습니다. 

무엇보다도 생산통제가 안 됩니다. 어떤 기록을 어떤 방식으로 생산하는지를 모릅니다. 유일하게 생산현황 통보를 하도록 되어 있는데 이것조차 매우 부정확합니다. 생산현황통보를 살펴보면 별로 민감하지 않은 부서들만 문서를 많이 생산하고 정무수석 등 민감한 부서들은 기록을 하나도 안 남깁니다. 매년 정확하게 해야 하는데 이 또한 석연치 않습니다. 

상대적으로 기록관리가 잘 되고 있었던 노무현 전 대통령 때는 ‘이지원’이라는 기록관리 시스템이 있었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 때는 ‘위민’이라는 시스템을 사용했습니다. 시스템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생산통제가 안 되는 이유가 있습니다. 시스템을 통해서 보고하라고 하면 되는데 모든 걸 구두로 상의하고 논의가 끝난 것만 시스템에 탑재해버릴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심지어 박근혜 정부는 무슨 시스템을 쓰는지도 공식적으로 알려진 게 없습니다. 기록 자체를 남길 생각이 없었던 것 아닌가 생각됩니다. 

일단 시스템에 탑재되면 변조가 힘듭니다. 변조하면 문서번호에 구멍이 생기니까요. 그러니까 곤란한 것들은 아예 탑재를 안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뒤져보면 증거가 나올 수 있습니다. 그래서 생산통제를 제대로 해야 하는데 우리 사회에서 대통령 기록 생산을 누가 통제합니까? 대통령 선의에 기대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 거죠.  

우리는 조선시대부터 매우 엄격한 기록관리를 했습니다. 조선왕조실록이 그것입니다. 왕의 행적 하나하나를 사관 두 명이 모두 기록했습니다. 한 사람은 말을, 다른 한 사람은 행동을 기록했습니다. 태종이 말타고 가다 떨어지자마자 사관이 그 모습을 봤는지부터 확인했다고 합니다. 평소 무인으로서 자부심이 있던 사람이 말에서 떨어진 게 창피했던 거죠. 생산통제의 위력을 잘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지금은 전제군주제인 조선시대만큼도 못한 거죠.  

 

 그럼 청와대의 기록관리를 감독할 방법이 전혀 없나요?

 

images.jpg  국가기록관리위원회와 대통령기록관리전문위원회가 있습니다. 국가기록원 사이트에 들어가보면 그 명단이 공개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나마 국가기록물관리위원회 경우는 위촉식 사진이라도 보도된 적이 있었지만 대통령기록물관리전문위원회에는 누가 참여하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정보공개센터에서 정보공개청구를 했는데 오늘 오전에 비공개 결정을 통보받았습니다. 대통령기록물관리전문위원회는 비밀기록을 다룰 수 있는데, 행자부 규정에 비취인가자 명단은 비공개 대상이라고 되어 있답니다. 이걸 이용해서 비공개결정을 한 거죠. 

말씀드렸듯이 대통령기록물 관리는 생산부터 이관까지 민간 영역에서 관리에 참여하거나 감시할 장치가 하나도 없습니다. 그 중에 딱 하나, 대통령기록물관리전문위원회에는 민간인들이 참여합니다. 유일하게 민간 영역이 개입할 수 있는 작은 통로인데 그 명단도 공개 안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대통령 기록물을 지키기 위해서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요?

 

A. 정보공개센터에서는 정보공개법 시행 20주년을 앞두고 정보공개법 관련 5대 의제를 만들어 이슈파이팅을 할 예정입니다. 그 중 하나가 대통령기록물관리법을 개정하는 것입니다. 가장 심각한 문제 중 하나는, 지정기록물의 목록까지도 지정기록으로 지정하는 것이 허용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목록만은 지정기록이 아닌 비밀기록으로 하도록 개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생산통제가 매우 중요합니다. 뭘 만들어야 공개를 해달라고 할 것 아닙니까? 관리감독할 수 있는 틀도 매우 중요합니다. 생산한 단계에서부터 기록으로 관리되도록 해야 하고, 업무와 관련된 기록들은 반드시 생산하도록 강제하고 매년마다 생산현황이 아닌 생산목록을 통보하게 만들고 이를 관리감독해야 합니다.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은 기록이 무엇인지 규정하고 있지 않습니다. 기록의 정의는 <공공기록물 관리에 과한 법률>에서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법도 개정해야 합니다. 또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과 <보안업무규정>도 고쳐야 하고, 회의공개법도 제정해야 합니다. 아직 우리나라에는 회의공개법이 없습니다. <공공기록물 관리에 과한 법률>과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에 모두 회의록 생산의 의무가 규정되어 있지만, 생산된 회의록이란 게 허망합니다. 누가 언제 모였고 결과가 어떻다만 기록합니다. 우리는 어떤 과정이 있었는지가 궁금한 것이잖아요. 

문제는 아무리 법을 잘 만들어놔도 운영을 엉터리로 하면 별 수가 없다는 점입니다.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도 원래는 괜찮은 법입니다. 그런데 대통령 탄핵처럼 법 제정 당시에 예상하지 못했던 빈틈을 누군가 악용하니까 그걸 막기 위해 개정하고 그러다보니 법이 누더기가 됩니다. 

 

마지막으로 다른 공공기관들 중 기록물 관리가 잘 안되고 있는 곳으로는 어떤 곳들이 있을까요? 국회는 어떤지요?

 

images.jpg  국회의 부서들은 관리를 잘 합니다. 의안정보시스템도 잘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정당의 기록이 관리가 안 되고 있습니다. 국회의장, 부의장, 각 당 대표들의 기록도 관리가 안 되고, 국회의원은 한 사람 한 사람이 입법기관인데 그들이 기록관리가 안 됩니다. 국회의원들과 정당은 정치 활동의 주체이기도 하기 때문에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만 공공기관으로서 기록을 관리할 책임도 있습니다. 

한편 우리나라에는 특수기록관이라는 게 있습니다. 군, 검찰, 통일외교안보 등에 관한 기관은 국가기록원 관할 밖에서 자체적으로 기록을 관리할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국정원은 국정원장과 국가기록원장이 협의해서 이관 여부를 정하게 되어 있는데 협의가 될 리가 있습니까? 국정원에서 국가기록원을 만나주기만 해도 다행이죠. 

 

점심, 인터뷰, 그리고 대학로 까페에서의 뒤풀이까지 오후 내내 기록물관리와 정보공개에 관해 여러 이야기를 들려주신 김유승 소장님께 감사드립니다. 긴 이야기를 정리하다보니 귀한 말씀들 중 몇몇을 불가피하게 전달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습니다. 지난 해 김유승 소장님과 함께 진행했던 팟캐스트 예정만세 19화: 대통령 기록물 관리의 모든 것(2016년 10월 26일 송출), 그리고 24화: 세월호 7시간, 대통령 기록물 무게의 엄중함 (2016년 11월 30일 송출)29화: 대통령 기록물을 구하라(2017년 4월 7일 송출)을 함께 들어보시면 대통령 기록물에 대해 더 많은 이야기를 들으실 수 있습니다. 아울러, 4월 4일 정보공개센터와 녹색당이 제기한 헌법소원에 관해서도 살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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