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대선 연속기획 - 새 정부를 위한 개혁과제 ③ 사회정책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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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준 (시민행동 운영위원, 연세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다음 5년은 해답을 내세우기보단 실험할 때

같이 실험하고 그 결과를 함게 공유하는 정부를 기대한다

 

새로운 정부를 위한 개혁과제를 시작하려고 하니 참으로 투정부리고 싶은 것도 많고, 또 요구하고 싶은 것도 많다. 하지만, 반대로 좀 더 생각을 하니 내가 말한다고 될까 싶기도 하고, 또 새로운 정부가 그것을 하려는 의지가 있다고 해서 실제로 그것이 이루어질까 싶은 회의감이 금방 몰려들기도 한다. 


사교육과 청년 이슈를, 경력단절 여성의 이슈를, 노인빈곤을, 비정규직과 간접고용 문제를 풀어보고자 지금까지 그렇게 노력을 했건만 이러한 이슈들과 문제들은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우리 옆에 거대하고 불편하게 자리잡고 있다. 그런 것을 생각하면 작은 문제 하나를 풀기 위해서 얼마나 적극적이고 급진적인 해법이 필요할 것인지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지금은 다시 성남시장으로 돌아간 ‘이재명’ 시장을 떠올린다. ‘그 정도의 과감함 없이 문제가 변화될까…..’ 하지만, 작은 것 하나를 통과시키려해도, 장관 한 명을 임명하려고 해도 쉽지 않은 우리 정치지형과 아주 ‘얕은’ 신뢰를 고려할 때 ‘협치’와 ‘숙의’를 통해서 무언가를 만들어낼 정치력이 있는 대통령이 우리에게 필요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그러면서 다시 충남으로 복귀하신 ‘안희정’지사와 같은 분이 필요하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급진적이고 혁신적인 정책인가, 아니면 숙의하고 협치하는 정치 과정이 더 필요한가라는 질문이 끊임없이 마음을 오간다. 내 마음이 이럴진대 사실 새 정부를 위한 개혁과제라는 글을 쓰기가 매우 힘들다.

 

그래도 이 땅의 삶과 행복을 연구하는 학자로서 다시 우리 사회 문제를 짚어보고자 한다.

 

첫째, 대한민국의 국민들은 열심히 살아도 계단 위로 올라가기보다는 밑으로 내려가는 듯 하다. 심지어 만0-2세 아기 때부터 사교육으로 돈을 쓰는 대한민국 가족들. 사교육은 고등학교 갈 때가지 늘어만 간다. 학생들은 꿈이나 함께 살아가기보다는 바늘구멍의 경쟁을 이겨보고자 노력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그나마 학생일 때가 대접받고 사는 시기일거다. 대학을 가도 혹은 가지 않더라도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많다. 번듯한 일자리를 찾기는 쉽지 않고, 찾아도 인격과 존엄성은 다소 접어두고 살아가야 하는 날의 연속이다. 정규직의 그러한 시간들도 심지어 50세가 안되어 끝이 난다. 비정규직과 자영업의 길이 기다리는 중고령층에게 50대와 60대는 버거우며, 아이들 뒷바라지에 힘들었던 이들의 노후는 참으로 초라하기 짝이 없다. 물론, 누군가는 안정적 직장이 65세까지 번듯하게 보장되어 있기도 하며, 매달 월세만으로도 일반 노동자의 연봉인 이들도 있으니 과도한 일반화를 할 수는 없다.
 

둘째, 이러한 개인의 불행은 ‘결혼파업’, ‘출산파업’으로 이어지며, ‘혁신’을 위한 도전보다는 ‘안정’ 하나를 목표로 사는 어린 아이들부터 젊은이들로 가득찬 우리의 모습을 보게 된다.  우리 나라의 사회와 경제 지속가능성은 우리가 스스로 만들어낸 개인의 위험으로 인해서 계속 약화되고 있다.


셋째, 외부로부터 주어진 위험들이 있다. 환경의 이슈가 그러하다. 우리의 맑은 봄이 그립고, 깨끗한 공기와 환경이 그립다. 중국에서 날아오는 먼지들, 우리가 만들어낸 공해들이 우리를 서서히 아프게 한다. 이 뿐 아니다. 앞으로 더욱 사회는 변화한다고 한다. 세계는 더욱 경제적으로 통합될 것이며, 승자와 패자는 더욱 눈에 띄게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서비스경제가 준 숙제도 아직 다 못한 우리는 4차산업혁명이라는 더 어려운 숙제를 받기 직전이다.
 

이런 우리 사회를 우리 모두가 어찌할 줄 몰라 한다. 누군가는 별 수 없다며 불평을 내뱉고, 누군가는 이 땅을 떠나며, 다른 이들은 걱정은 하지만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고, 혁신적인 생각들은 ‘실현 가능성’에 막혀서 한발짝 앞으로 나가기도 어렵다. 그렇다고 우리가 가만히 있었던 것은 아니다. 무던히도 지난 20년 동안 무언가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고만고만한 정책들의 도입과 이쪽저쪽 고쳐가면서 쓰고 있는 정책들은 우리의 삶을 변화시키지 못했다. 

 

그러면, 새로운 정부에서는 이러한 난국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어떻게 혁신적 생각과 실현 가능성 그리고 숙의적 과정을 결합시킬 수 있을까? 이에 대해 나는 다음과 같이 네 가지 서로 얽혀있는 방안을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많이 그리고 다양하게 실험해보자. 중학교 매학년 1학기를 자유학기제로 하면 학생들과 학부모님들에게 어떤 변화가 생길까? 신뢰할 수 있는 비영리기관에게 총액예산을 주고 어린이집/장기요양기관/(심지어)학교까지 운영을 완전히 자율로 하면 혁신적이고 질 좋은 서비스가 나올 수 있을까? 청년/아동수당을 지역화폐로 주고 최저임금을 확! 높이면 청년/아동의 삶이 좋아지고, 을(자영업자)과 병(비정규직) 간의 갈등이 사라질 수 있을까? 동네의 공공시설 운영을 마을 사회적 기업이나 협동조합에 맡기면 어떤 결과가 나오게 될까? 2월부터 5월까지 차량 이부제를 운영하면 얼마나 사람들이 불편함을 느끼게 되며, 반면에 우리 아이들이 얼마나 더 좋은 공기를 마시게 될까? 실험하고 싶은 것들이 너무도 많다. 
 

우리가 당면한 세상은 변화무쌍하며, 연구자가 혹은 정치인들이 제안하는 정책안들은 불완전하고 성과면에서 너무도 불확실하다. 우리는 그것을 매우 솔직하게 인정해야 한다. 당신이 주장하는 정책을 내일부터 전국적으로 도입하지 않는다고해서 나라가 갑자기 망하지 않을 뿐더러, 도입한다고 해서 세상이 갑자기 좋아지지 않는다. 오히려 문제가 더 발생할 수도 있는데, 그것을 되돌리기가 어려울 수도 있다. 연구라는 것은 가능성을 제시하는 것이기 절대적 진리를 제시하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정말 해보고 싶은 정책과 프로그램에 대한 실험들을 머리를 모아 멋지게 디자인한 후에 실험을 해보고, 좋은 것들을 점점 넓게 적용하면 어떨까?

 

둘째, 실험과 정책에서 시민사회와 지역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자. 나는 시민사회와 지역이 사회정책에 고갈된 아이디어에 날개를 달어주고, 무지개 혁신을 만들어줄 것이라 기대한다. 이 이슈는 큰 정부인가 작은 정부인가의 문제가 아니다. 나는 강하고 작은 정부보다 섬기는 큰 정부가 좋다. 하지만, 섬기는 큰 정부는 갑자기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며 우리나라의 상황에서는 그 자체가 목표가 되기에는 위험요소들이 많다. 지금 우리의 국가는 사회정책에서 매우 가부장적이며, 권위적이다. 모든 할 일을 정해주고, 민간에서 잘 실행하기를 바란다. 시민사회와 지역에서 살아가는 개인은 더욱 자유로워야 한다. 시장을 통해서가 아니라 공공을 통해서 말이다. 
 

우리 사회에 진보적인 조직이나 학자분들은 공공에 대한 불신이 많으면서도 동시에 문제가 발생하면 공공을 통해서 해결해야 하며, 정부가 더 커져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내 스스로에게도 종종 발견하게 되는 이 이중적인 태도는 곤혹스럽다. 나는 이 문제의 해결이 얼마나 작은 공공의 단위에 재량과 자율성이 있고, 그들이 그들 스스로의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있는가에 있다고 생각된다. 그것이 지역자치단체일수도 있고, 마을공동체일수도 있으며, 시민사회일수도 있다. 지난 10년 동안 오히려 시들어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 이 작은 단위들이 활성화되고 살아나야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많은 문제를 더 잘 풀어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 중앙이 다 결정하고 지방이나 시민사회 혹은 비영리단체들은 중앙의 결정에 따라 실행만을 하는 단위가 되어서는 미래가 없다. 이들에게 설계부터 실행까지의 자율성을 주고, 재정적인 재량도 주어야 한다. 그 단위에서 창의적인 아이디어들이 나오면 실험을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그 결과를 함께 공유하면 좋을 것이다. 아이디어는 좋지만 정치하게 설계하고 실행할 능력이 없다면 그 때 중앙정부나 그 실험에 참여하고 싶은 전문가들이 도울 수도 있을 것이다. 지역 간에 다양한 실험과 시도, 이에 따른 다른 결과는 ‘불평등’이 되어서는 안되며, 또 ‘불평등’이라고 매도되어서는 안 된다. 지역 간 일시적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그 차이가 상향조정 될 수 있도록 안내하는 것이 중앙의 역할이 될 것이다. 

 

셋째, 공공으로서의 정부는 수수방관을 하는 것은 아니다. 공공은 그러한 실험과 서비스 제공에 있어서 모범을 보여야 한다. 지시하고 시키는 정부가 아니라 직접 제공을 하고, 사회에서 가장 바람직하다는 모범을 직접 제시하는 것이다. 또한, (특히 사회서비스 등) 스스로 해봐야 어떤 문제가 있을 수 있고, 어떻게 지원해야 더 잘 할 수 있을까를 스스로 알 수 있을 것이다. 만일 정부가 직접 모범을 보이고 그 ‘모범’의 비중이 시장에 영향력이 있을 만큼 된다면, 민간과 공공은 자연스럽게 바람직한 긴장관계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넷째, 물론 모든 것을 다 실험할 필요는 없다. 이것을 하면 거의 확실히 사람들의 삶이 좋아지겠다면, 하면 된다. 규범적으로 잘못된 것들은 고치면 된다. 일한 만큼 대가가 주어져야 하며,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특정 성별이라는 이유로 차별이 존재하는 것은 과감하게 철폐해야 한다. 또한, 문제는 확실하지만, 대안들을 가지고 갈등이 발생한다면, 그리고 실험을 할 수 있는 주제가 아니라면, 숙의과정을 거쳐 합의할 수 있는 정책대안들을 실행하면 된다. 예를 들어 소득보장이 어느 정도 존재해야 개인들이 어느 정도 존엄성을 가지고 노동시장에서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는 합의가 쉽지 않다. 여기에는 리더의 정치력이 중요할 수도 있고, 또한, 한국적 숙의과정의 틀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할 것이다. 지난 2015년 공무원연금 개혁과정에서 사회적 합의라는 과정을 거쳐보면서 가능성을 확인했지만, 한계점도 동시에 경험한 바 있다. 그런 의미에서 다음 정부는 함께 만들어나갈 수 있는 마인드와 구조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 말고도 구체적으로 이곳에도 신경써 주시고, 저쪽에도 힘을 기울여 달라고 하고 싶은 내용이 참 많다. 하지만, 필자가 스스로 이야기 했듯 나보다는 우리가 함께 결정하고 만들어가는 향후 5년이 되었으면 한다. 만들어갈 때 향후 50년을 바라보고 같이 실험하고 그 결과를 함께 공유하고 논의하면서 우리의 미래를 가능한 많은 이들의 참여로 만들어가는 시기가 되었으면 한다.  

 

헌정이 농단되고 민생 경제가 위기에 처한 가운데 치러지는 2017년 조기 대선. 우리 사회의 여러 질곡이 해소되기를 소망하는 시민들의 기대가 관심이 모여 있습니다. 하지만 충분한 준비 기간 없이 급박하게 진행되는 대선 과정에서 어떤 구체적인 개혁들이 필요한 지에 관한 논의는 많이 부족합니다. 이에 2017년 조기대선을 맞아 시민행동의 임원·회원들이 각 분야별로 필요한 개혁 과제들을 짚어보는 연속 기획을 마련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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